로슈가 자사의 혈액암 치료제 가싸이바(Gazyva)를 루푸스 신염(lupus nephritis) 적응증으로 확대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12년 전 출시돼 지금까지 미국 FDA로부터 네 차례 허가를 받은 가싸이바가, 이번에는 잠재적 대형 시장인 자가면역질환에서 새 지평을 열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로슈는 지난해 9월, 루푸스 신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시험 REGENCY에서 가싸이바가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구체적인 수치에 따르면, 표준 치료(마이코페놀레이트 모페틸·글루코코르티코이드 병용)만 받은 환자군의 완전 관해율(CRR)이 33.1%였던 데 반해, 가싸이바를 추가로 투여한 환자군은 46.4%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이 연구에서 환자들은 6개월 간격으로 가싸이바를 주사했고, 총 76주 시점에서 신장 기능이 얼마나 회복됐는지를 평가받았다.
로슈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통계적으로도,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는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체(Complement) 수치 등 여러 염증·면역 관련 지표에서도 개선세가 확인됐다. 다만 이 연구에서 이차 평가변수였던 추정 사구체 여과율(eGFR) 변화, 사망 또는 신장 관련 사건 발생률, 전체 신장 반응률 등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이번 데이터는 세계 신장학회(WCN)에서 발표됐고,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도 게재됐다.
로슈 글로벌 의학·제품개발 총괄 리바이 개러웨이(Levi Garraway)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임상시험 결과, 루푸스 신염에서 가싸이바와 표준 치료 병용이 단독 표준 치료보다 우수한 질병 조절 효과를 제공함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더불어 노스웰 헬스(Northwell Health)의 류마티스 전문의 리처드 퓨리(Richard Furie) 박사는 “가싸이바군에서 목표 치료 도달률이 높았고, 동시에 스테로이드 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로슈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미국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에 제출한 상태다. 가싸이바가 루푸스 신염 승인을 획득한다면, CD20 표적 기전 치료제 중에서는 처음으로 이 적응증을 확보하게 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가싸이바가 루푸스 신염에 대한 허가를 받을 경우, 2030년까지 매출이 17억 달러(한화 약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로슈는 이전에도 혈액암 치료제인 리툭산(Rituxan)을 루푸스 신염에 적용하기 위해 시도했으나, 약 12년 전 실시한 임상에서 실패하며 FDA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임상현장에서 리툭산을 ‘오프 라벨(허가 외 사용)’로 처방해온 것은, 제한적이지만 일부 환자군에서 효과가 관찰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후속 신약으로 나온 가싸이바가 공식 허가를 얻는다면, 루푸스 신염 치료 옵션은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루푸스 신염은 전신성 루푸스(SLE)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대표적 신장 합병증으로,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조기에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생명에 치명적이다. 특히 여성, 그중에서도 유색인종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약 170만 명(SLE 전체 환자 중)이 이 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 중 3분의 1은 10년 내 말기 신부전(ESRD)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이 경우 투석이나 신장 이식 외에는 대안이 없다.
현재 루푸스 신염 치료에는 GSK의 ‘벤리스타(Benlysta)’가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사프넬로(Saphnelo)’ 또한 2021년 SLE 적응증으로 승인을 받으며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가싸이바가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합류할 경우, 루푸스 신염이라는 난치성 질환에 대한 더 폭넓은 치료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인기기사 | 더보기 + |
1 | "ADC, 1차 치료제 시대 임박…혁신 표적·페이로드 기술이 승부수" |
2 | 잇따른 '유통마진 인하'에...생존 위협받는 의약품유통업계 |
3 | 한국바이오협회,유럽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네트워킹 통한 협력 추진 |
4 | 넥스트바이오메디컬,내시경용 지혈제 ‘Nexpowder’ 일본 첫 수출 |
5 | FDA, 일부 여드름 개선제서 벤젠 검출 리콜결정 |
6 | 선정성·인종차별 …무책임한 온라인 화장품 광고 |
7 | GSK, 6개월 지속형 HIV 치료제 개발 속도낸다 |
8 | [인터뷰] ‘불가사리’로 지구와 피부를 모두 이롭게 |
9 | 인니(印尼) 뷰티마켓 붐 ‘키 트렌드’ 알고 있니? |
10 | 의료기기 연구개발 성공요인, ‘수요적합성‧차별성‧역량’ 삼박자 필수 |
인터뷰 | 더보기 + |
PEOPLE | 더보기 + |
컬쳐/클래시그널 | 더보기 + |
로슈가 자사의 혈액암 치료제 가싸이바(Gazyva)를 루푸스 신염(lupus nephritis) 적응증으로 확대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12년 전 출시돼 지금까지 미국 FDA로부터 네 차례 허가를 받은 가싸이바가, 이번에는 잠재적 대형 시장인 자가면역질환에서 새 지평을 열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로슈는 지난해 9월, 루푸스 신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시험 REGENCY에서 가싸이바가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구체적인 수치에 따르면, 표준 치료(마이코페놀레이트 모페틸·글루코코르티코이드 병용)만 받은 환자군의 완전 관해율(CRR)이 33.1%였던 데 반해, 가싸이바를 추가로 투여한 환자군은 46.4%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이 연구에서 환자들은 6개월 간격으로 가싸이바를 주사했고, 총 76주 시점에서 신장 기능이 얼마나 회복됐는지를 평가받았다.
로슈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통계적으로도,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는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체(Complement) 수치 등 여러 염증·면역 관련 지표에서도 개선세가 확인됐다. 다만 이 연구에서 이차 평가변수였던 추정 사구체 여과율(eGFR) 변화, 사망 또는 신장 관련 사건 발생률, 전체 신장 반응률 등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이번 데이터는 세계 신장학회(WCN)에서 발표됐고,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도 게재됐다.
로슈 글로벌 의학·제품개발 총괄 리바이 개러웨이(Levi Garraway)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임상시험 결과, 루푸스 신염에서 가싸이바와 표준 치료 병용이 단독 표준 치료보다 우수한 질병 조절 효과를 제공함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더불어 노스웰 헬스(Northwell Health)의 류마티스 전문의 리처드 퓨리(Richard Furie) 박사는 “가싸이바군에서 목표 치료 도달률이 높았고, 동시에 스테로이드 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로슈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미국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에 제출한 상태다. 가싸이바가 루푸스 신염 승인을 획득한다면, CD20 표적 기전 치료제 중에서는 처음으로 이 적응증을 확보하게 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가싸이바가 루푸스 신염에 대한 허가를 받을 경우, 2030년까지 매출이 17억 달러(한화 약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로슈는 이전에도 혈액암 치료제인 리툭산(Rituxan)을 루푸스 신염에 적용하기 위해 시도했으나, 약 12년 전 실시한 임상에서 실패하며 FDA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임상현장에서 리툭산을 ‘오프 라벨(허가 외 사용)’로 처방해온 것은, 제한적이지만 일부 환자군에서 효과가 관찰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후속 신약으로 나온 가싸이바가 공식 허가를 얻는다면, 루푸스 신염 치료 옵션은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루푸스 신염은 전신성 루푸스(SLE)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대표적 신장 합병증으로,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조기에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생명에 치명적이다. 특히 여성, 그중에서도 유색인종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약 170만 명(SLE 전체 환자 중)이 이 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 중 3분의 1은 10년 내 말기 신부전(ESRD)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이 경우 투석이나 신장 이식 외에는 대안이 없다.
현재 루푸스 신염 치료에는 GSK의 ‘벤리스타(Benlysta)’가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사프넬로(Saphnelo)’ 또한 2021년 SLE 적응증으로 승인을 받으며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가싸이바가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합류할 경우, 루푸스 신염이라는 난치성 질환에 대한 더 폭넓은 치료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