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화장품 수출 분위기는 여전히 좋으나, 화장품주는 암울 그 자체다. 앞으로의 업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염려가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초 화장품 산업의 출발은 힘찼다. 1월 화장품 수출이 전년비 71% 늘어난 데 이어, 상반기엔 48억300만 달러로 전년동기 40억7000만 달러에서 약 18%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의 기저효과가 끝나면서 상승률은 낮아졌지만, 수출액은 연간 역대 최대치를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하반기에도 수출 호조세는 이어졌다. 10월까지 누적 화장품 수출액은 84억22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11~12월 수출액이 15억7800만 달러를 기록하면 올해 화장품 수출은 연간 역대 최고치(2021년 92억 달러)를 넘어 100억 달러 돌파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가증권 시장에서 화장품주는 먹구름이 꼈다. 실적으로만 보면 하반기 오히려 성장 모멘텀이 큰 상황인데도 화장품주는 상반기 가파르게 상승했던 주가를 모조리 반납하고 지지부진한 상태다. 주가가 앞으로의 업황 전망을 선제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좋은 신호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상반기엔 5만4200원까지 올랐던 실리콘투의 주가는 27일 종가 기준 25850원까지 내려왔다. '대장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은 상반기 주가가 20만500원까지 올랐으나 27일 주가는 10만8800원이다. ODM 대장주 한국콜마 역시 7만8700원까지 올랐다가 27일 54200원으로 마감했다.
업계에선 화장품주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피크아웃'을 가장 많이 언급하고 있다. 최고치를 지나 더 상승하지 못하는 상태를 피크아웃이라고 하는데, 화장품 산업에선 미국 수출에 대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 피크아웃을 염려하는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배송이 연구원은 "상반기 폭발적인 해외 모멘텀으로 주가가 강하게 상승했으나, 하반기엔 피크아웃 가능성이 제기되며 상반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고 진단했다. 배 연구원은 "일부 대형화된 인디 브랜드들의 성장이 둔화됐고 경쟁 심화의 시그널이 일부 감지되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짚었다.
주로 브랜드사 위주로 주가가 하락하던 것과는 달리 최근엔 ODM사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생산 과정에서 일부 이슈가 대두됐고, 해외 법인의 불확실성 역시 불편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관세'에 대한 우려도 한몫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재집권 시 보편관세 10%를 비롯해 미국 제조업 보호를 위한 각종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관세가 추가되면 중저가 제품 위주로 수출을 전개하는 국내 인디 뷰티 브랜드들에겐 부담이 배가 된다.
중국 내 수출 관련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도 주가 하락의 배경이다. 대형 브랜드사와 제조사 모두 중국향 수출 및 중국 법인의 적자로 인해 3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중국 정부가 소비 진작책을 냈지만, 소비 심리가 전혀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중국 시장에서의 연착륙은 아직까진 요원한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과도하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 연구원은 "한국 화장품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 수요는 양호하고, 주 타깃인 잘파 세대의 관심도도 상승 중이며 주요 마케팅 채널인 틱톡 트렌드에서도 K-뷰티에 대한 관심이 견고하다"며, 소비자의 반응이 우려의 범위를 넘어서는 중이라고 봤다.
하나증권 박은정 연구원은 "지난해에 이어 현재까지 K-뷰티의 글로벌 위상이 계속 강화되며, 한국 화장품은 프랑스(비중 15%)에 이어 전 세계 수출국 2위(비중 11%)를 차지할 전망"이라면서 "2020~2024년 연평균 수출 증가율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할 정도로 입지가 강해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의 미국 시장 침투율은 올해 기준 2.7%로 추산되며, 미국 내 이커머스 확대로 침투율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즉, 아직 미국 시장에서의 모멘텀은 '초기' 단계라는 것이다.
또한 미국 시장 내에서 수입 화장품 기여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K-뷰티 수출이 계속 흐름을 타는 데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미국의 화장품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13% 성장했다. 그 중 한국 화장품 수입은 전년비 56% 증가하며 연초부터 수입시장 1위에 등극했다.
관세 인상에 대해서 박 연구원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다는 주장이기 떄문에 동등한 경쟁 위치에 있고, 국내 화장품은 대다수가 저가로, 관세부가로 인해 소비가 저하될 정도의 가격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관세 문제는 중국 사업에는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관세 인상으로 감소한다면,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전개하거나 수주를 받는 제조사들에게 악영향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사업의 기여도는 LG생활건강 22%, 아모레퍼시픽 13%, 코스맥스 28%, 한국콜마 8%, 코스메카코리아 9%, 씨앤씨인터내셔널 4% 수준이다.
키움증권 조소정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은 국내 뷰티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로 봤다.
조소정 연구원은 "미국 시장 내 경쟁 심화 현상이 포착되고 있기에 향후 브랜드사는 성장에 있어서 유통 채널과의 긴밀한 협력, 트렌디한 마케팅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소형 브랜드사의 경우 채널과의 관계가 약할 수 밖에 없으므로, 진입장벽이 낮은 채널을 통해 외형 확장과 인지도 향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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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화장품 수출 분위기는 여전히 좋으나, 화장품주는 암울 그 자체다. 앞으로의 업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염려가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초 화장품 산업의 출발은 힘찼다. 1월 화장품 수출이 전년비 71% 늘어난 데 이어, 상반기엔 48억300만 달러로 전년동기 40억7000만 달러에서 약 18%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의 기저효과가 끝나면서 상승률은 낮아졌지만, 수출액은 연간 역대 최대치를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하반기에도 수출 호조세는 이어졌다. 10월까지 누적 화장품 수출액은 84억22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11~12월 수출액이 15억7800만 달러를 기록하면 올해 화장품 수출은 연간 역대 최고치(2021년 92억 달러)를 넘어 100억 달러 돌파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가증권 시장에서 화장품주는 먹구름이 꼈다. 실적으로만 보면 하반기 오히려 성장 모멘텀이 큰 상황인데도 화장품주는 상반기 가파르게 상승했던 주가를 모조리 반납하고 지지부진한 상태다. 주가가 앞으로의 업황 전망을 선제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좋은 신호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상반기엔 5만4200원까지 올랐던 실리콘투의 주가는 27일 종가 기준 25850원까지 내려왔다. '대장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은 상반기 주가가 20만500원까지 올랐으나 27일 주가는 10만8800원이다. ODM 대장주 한국콜마 역시 7만8700원까지 올랐다가 27일 54200원으로 마감했다.
업계에선 화장품주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피크아웃'을 가장 많이 언급하고 있다. 최고치를 지나 더 상승하지 못하는 상태를 피크아웃이라고 하는데, 화장품 산업에선 미국 수출에 대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 피크아웃을 염려하는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배송이 연구원은 "상반기 폭발적인 해외 모멘텀으로 주가가 강하게 상승했으나, 하반기엔 피크아웃 가능성이 제기되며 상반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고 진단했다. 배 연구원은 "일부 대형화된 인디 브랜드들의 성장이 둔화됐고 경쟁 심화의 시그널이 일부 감지되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짚었다.
주로 브랜드사 위주로 주가가 하락하던 것과는 달리 최근엔 ODM사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생산 과정에서 일부 이슈가 대두됐고, 해외 법인의 불확실성 역시 불편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관세'에 대한 우려도 한몫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재집권 시 보편관세 10%를 비롯해 미국 제조업 보호를 위한 각종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관세가 추가되면 중저가 제품 위주로 수출을 전개하는 국내 인디 뷰티 브랜드들에겐 부담이 배가 된다.
중국 내 수출 관련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도 주가 하락의 배경이다. 대형 브랜드사와 제조사 모두 중국향 수출 및 중국 법인의 적자로 인해 3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중국 정부가 소비 진작책을 냈지만, 소비 심리가 전혀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중국 시장에서의 연착륙은 아직까진 요원한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과도하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 연구원은 "한국 화장품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 수요는 양호하고, 주 타깃인 잘파 세대의 관심도도 상승 중이며 주요 마케팅 채널인 틱톡 트렌드에서도 K-뷰티에 대한 관심이 견고하다"며, 소비자의 반응이 우려의 범위를 넘어서는 중이라고 봤다.
하나증권 박은정 연구원은 "지난해에 이어 현재까지 K-뷰티의 글로벌 위상이 계속 강화되며, 한국 화장품은 프랑스(비중 15%)에 이어 전 세계 수출국 2위(비중 11%)를 차지할 전망"이라면서 "2020~2024년 연평균 수출 증가율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할 정도로 입지가 강해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의 미국 시장 침투율은 올해 기준 2.7%로 추산되며, 미국 내 이커머스 확대로 침투율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즉, 아직 미국 시장에서의 모멘텀은 '초기' 단계라는 것이다.
또한 미국 시장 내에서 수입 화장품 기여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K-뷰티 수출이 계속 흐름을 타는 데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미국의 화장품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13% 성장했다. 그 중 한국 화장품 수입은 전년비 56% 증가하며 연초부터 수입시장 1위에 등극했다.
관세 인상에 대해서 박 연구원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다는 주장이기 떄문에 동등한 경쟁 위치에 있고, 국내 화장품은 대다수가 저가로, 관세부가로 인해 소비가 저하될 정도의 가격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관세 문제는 중국 사업에는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관세 인상으로 감소한다면,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전개하거나 수주를 받는 제조사들에게 악영향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사업의 기여도는 LG생활건강 22%, 아모레퍼시픽 13%, 코스맥스 28%, 한국콜마 8%, 코스메카코리아 9%, 씨앤씨인터내셔널 4% 수준이다.
키움증권 조소정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은 국내 뷰티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로 봤다.
조소정 연구원은 "미국 시장 내 경쟁 심화 현상이 포착되고 있기에 향후 브랜드사는 성장에 있어서 유통 채널과의 긴밀한 협력, 트렌디한 마케팅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소형 브랜드사의 경우 채널과의 관계가 약할 수 밖에 없으므로, 진입장벽이 낮은 채널을 통해 외형 확장과 인지도 향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