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타비, "아시아 HIV 감염인서 일관된 RWE 확인"
[인터뷰]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빅타비, RWE 연구서 12개월 간 유의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안전성 확인
"HIV 장기 치료 성공 위해 일관된 효과와 안전성 근거 충분한 치료 옵션 선택해야"
입력 2024.11.11 06:00 수정 2024.11.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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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 약업신문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HIV 감염인에서 보다 효과적인 치료 전략 수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UNAIDS에서 발표한 2024년 최신 HIV/AIDS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HIV 감염인 수가 약 4천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아프리카에 이어 두 번째로 HIV 감염인 발생이 많은 곳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신규 HIV 감염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23%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신규 HIV 감염인이 매년 1천여 명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존 감염인의 수와 이들의 기대여명이 증가 추세에 있는 국가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생존 감염인의 수는 1만 6467명으로, 지난 10년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60세 이상 감염인 비율 역시 10년 전보다 약 2배 증가해 19.4%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HIV 치료는 고령화와 장기 치료라는 두 가지 중요한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HIV 치료제인 빅타비는 치료 경험 유무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HIV 장기 치료에 필요한 관용(forgiveness) 효과, 높은 내성 장벽, 낮은 약물상호작용 등의 중요한 요건을 다양한 RWE를 통해 입증하며 처방 신뢰를 지속적으로 쌓아가고 있다.

빅타비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유럽, 캐나다, 이스라엘, 일본, 대만, 싱가포르 전역의 HIV 감염인 2380명을 대상으로 빅타비의 장기 RWE를 평가한 BICSTaR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BICSTaR 연구에서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3개국의 코호트를 12개월 간 추적 관찰한 분석 결과가 발표됐는데, 빅타비의 장기 효능과 안전성이 다른 연구 결과와 일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약업닷컴은 최근 국내 HIV 치료 최전선에서 다양한 HIV 감염인을 진료하고 있는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만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HIV 치료 전략의 방향을 살펴봤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HIV 감염인에서 확인된 BICSTaR 12개월 분석 결과의 시사점과 의의를 바탕으로 국내 HIV 감염인들에게 치료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세브란스병원 내 최준용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지난 10년간 국내 HIV 생존·고령 감염인 수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HIV 치료 기술의 큰 발전 덕분에 꾸준히 치료를 받는 감염인들이 건강하게 장기 생존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생존 감염인의 수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누적된 장기 생존 감염인들이 시간이 지나 고령층으로 진입함에 따라 고령 감염인의 비중이 매년 커지고 있다.

국내 한 연구에서도 치료를 받는 감염인 수가 늘어남에 따라 U=U 원칙에 의해 전파력이 감소, 그 결과 실제 신규 감염 발생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다만, 국내 신규 감염이 실제로 감소하고 있는지 여부는 향후 몇 년 간 추세를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

Q. 장기화된 치료에서 감염인들의 예후와 치료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무엇인지?
과거에 비해 현재의 HIV 치료는 매우 간편해졌다. 현재 처방되고 있는 치료제들은 이전보다 부작용이 적고, 하루에 한 알만 복용해도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유지된다.

따라서 HIV 치료 성공의 핵심은 꾸준한 복약순응도에 달려 있다.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만 바이러스 억제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도 이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평생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복약순응도가 불규칙한 환자들을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Q. 실제 치료 옵션을 선택할 때 리얼월드 근거를 얼마나 고려하는지? 또 리얼월드 근거가 실제 진료에서 나타나는 결과와 일치하는지?
리얼월드 데이터(RWD)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치료 전략을 수립할 때 중요한 근거 역할을 한다. 임상시험은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나 변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치료제의 효과가 실제보다 높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면서 임상시험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개인적으로도 리얼월드 근거를 상당히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Q. 한국 또는 아시아 HIV 감염인에서 주로 나타나는 특성이나 치료 과제들은 무엇인지?
감염질환은 다른 질환과 달리 인종과 지역에 따른 특이성이 높은 편이다. 즉, 동일한 감염질환이라도 특정 지역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HIV 감염인의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아프리카지만 신규 감염 발생건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아시아다. 특히 아시아는 국가별, 지역별 차이가 커서 감염인의 특성이 매우 다양하다.

현재 HIV 치료와 관련된 연구는 주로 아프리카, 미국, 유럽 등 서구권의 감염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아시아 지역은 서양인과 달리 BMI가 낮은 환자가 많아 치료 데이터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아시아 HIV 감염인 치료 시 신독성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고유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Q. BICSTaR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BICSTaR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빅타비 치료를 받은 감염인들의 RWE를 장기 추적 관찰한 연구로, 이번에 발표된 데이터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3개국에서 빅타비 치료를 받은 감염인 코호트를 12개월동안 추적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 나타난 빅타비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이다.

연구 결과, 초치료군의 98.2%와 치료 변경군의 97%에서 빅타비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12개월 간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 빅타비 치료와 관련된 이상반응은 한 건도 관찰되지 않았다.

Q. 빅타비는 동반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에서도 효능과 안전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 동반질환이 있는 감염인, 특히 고령 감염인의 경우 고지혈증이나 골다공증 치료제 등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물상호작용(Drug-Drug Interaction, DDI)과 복용 부담(pill burden)을 고려해 치료제를 선택한다.

빅타비는 다른 질환 치료제와의 DDI가 적고, 단일정 중에서도 가장 작은 크기로 한 알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동반질환이 있는 감염인도 복용이 비교적 용이하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빅타비를 처방했을 때에도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BICSTaR 연구에서도 빅타비 치료 시 콜레스테롤 수치나 대사질환 관련 지표에 유의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실제 진료 경험과도 일치한다.

Q. HIV 치료 과정에서 감염인들이 주로 느끼는 불편한 요인 및 증상은 무엇인지?
BICSTaR 연구의 또다른 주목할 점은 감염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주관적으로 평가한 자기평가결과(Patient-Reported Outcome, PRO)까지 살펴본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실제로 HIV 감염인들이 수면장애, 우울감, 불안감, 전신 쇠약감 등의 다양한 신체적, 정서적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제한된 진료 시간 등의 문제로 자신의 상태를 의료진에게 상세히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BICSTaR 연구에서 확인된 PRO 데이터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실제로 많은 감염인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지만 의료진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들이 상당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수면장애를 겪는 감염인들이 많았는데, 빅타비 치료 후 해당 증상이 악화되지 않거나 개선된 사례들이 확인됐다.

Q. HIV 특성상 사회적, 환경적 요인의 영향이 감염인의 신체적, 정서적 증상에도 영향을 주는지?
물론이다. HIV에 대한 낙인은 여전히 사회에 깊게 뿌리내려 있다. HIV 감염인의 다수가 성소수자인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HIV 감염 이전부터 불안감과 우울감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다수 있다. 여기에 HIV 감염까지 더해지면서 증상이 더욱 심화돼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내는 다른 국가보다 HIV에 대한 낙인, 차별, 편견 수준이 매우 높아 심각한 상황이다.

Q. HIV 치료에 여전히 남아있는 미충족 수요는 무엇인가?
HIV 감염은 이제 약만 꾸준히 복용하면 건강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질환이 됐지만, 여전히 완치가 불가능하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완치제 개발의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 만약 대안으로 매일이 아닌 몇 주 또는 몇 달에 한 번만 투여해도 되는 치료제가 나온다면, 감염인들에게 큰 해방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러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일부 개발됐고, 앞으로도 연구가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약을 장기 복용하면서 오래 생존할수록 비감염인보다 HIV 감염인에서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의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감염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Q. 국내 HIV 감염인의 삶의 질과 기대 수명 증대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연구 및 개선점이 있다면?
UNAIDS에서 제시한 '95-95-95 목표'가 있다. 전체 감염인의 95%가 감염 사실을 인지하고, 그 중 95%가 치료를 받으며, 치료 중인 감염인의 95%가 바이러스 억제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신규 감염 발생율을 약 5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의 경우, 두 번째 목표인 치료율과 세 번째 목표인 치료 효과 달성에는 상당히 근접했으나, 첫 번째 목표인 감염인지율 향상을 위한 미진단 감염인 규모 파악과 추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HIV 예방을 위한 노출 전 예방요법(Pre-exposure prophylaxis, PrEP)이 국내에 도입된 지 오래됐으나,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더 많은 감염 취약군이 PrEP에 대해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치료 실패로 인해 심각한 내성을 가진 일부 감염인들의 건강 회복과 내성 변이 확산 방지를 위한 대안적 치료 방법의 연구도 필요하다.

Q. 국내 HIV 감염 치료와 관련,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늘 강조되는 내용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문제이기에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국내에서 HIV 감염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특히 심각한 편이다. 이러한 차별이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많은 감염인 분들이 깊은 상처를 받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조금씩이나마 개선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감염인 분들께서도 자신들을 위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개진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 해외처럼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경험과 목소리가 쌓이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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