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고착화된 계단식 임상시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한 혁신적인 임상시험 설계법 'CID'가 새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 중심의 임상시험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도 최신 임상시험 트렌드를 신속히 습득, 적용해서 환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LSK 글로벌 PS(LSK Global PS, 이하 LSK) ARS(Academic Research Service)본부 김선우 본부장과 통계 연구팀 길시연 팀장은 글로벌 최신 임상시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한목소리를 냈다.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제공이라는 임상시험의 궁극적인 목적과 전통 임상시험의 비용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과 정부에서 적극 행동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CID(Complex Innovative Design, 복합적 혁신 임상시험 설계)는 전통 임상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약개발에서 더 신속·유연한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임상 설계법을 말한다. CID 중 적응형 설계(Adaptive Design)는 임상 도중 중간 분석 결과에 따라 설계를 조정할 수 있고, 치료군 수와 투여 용량도 변경하는 등,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데이터를 기준으로 유연한 조정이 가능하다. 이는 임상에 드는 자원과 시간을 절약,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또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시험의 최적 설계를 도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험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를 예측하고,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미리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차용(Borrowing, Real-World Data/Historical), 베이지안(Bayesian), 마스터 프로토콜(Master protocol) 등의 혁신 방법이 사용된다. 이러한 다양한 강점에 따라 CID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임상 전략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LSK는 CID를 국내 소개하고 CID에 대한 이해도 향상과 국내 활성화를 위해 최근 '2024 제3회 LSK Global PS 통계 웨비나'를 개최했다. 특히 FDA에서 소개된 임상시험과 전문가 논의 내용이 공유됐고, CID 중 하나인 적응강화설계(Adaptive Enrichment design)에서 결합 분포(Joint Distribution)를 활용한 의사결정 개선법을 주제로 다뤄, 국내 실무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다.
약업신문은 최근 서울 중구 LSK 본사에서 김선우 본부장과 길시연 팀장을 만나 글로벌 최신 임상시험 통계 동향에 대해 전해 들었다.
새로운 임상시험 트렌드 'CID'가 무엇인지.
길시연 팀장: CID는 기존 임상시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 미충족 의료 수요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혁신적인 임상시험 설계 방법을 말한다. 그동안 규제기관의 승인과 품목허가가 최종 목표로 임상시험이 계획 진행됐다면, CID는 궁극적인 목적이 환자가 된다. 즉, 환자에게 최대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임상시험을 가리킨다.
환자에게 최대한 혜택을 제공하는 임상시험에 대한 요구가 이어져 왔다. 그동안 문제는 무엇이며, CID가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길시연 팀장: CID는 기존 임상시험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2016년에 참석했던 미국 산관 통계학회(The ASA Biopharmaceutical Section Regulatory-Industry Statistics Workshop)에서 이미 환자 중심의 임상시험 필요성과 궁극적인 임상시험 목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또 임상시험과 연구에 투입된 환자들의 모든 수고가 다시 환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몇십 년간 지속해오던 전통적인 임상시험은 최신 기술이 적용된 시험약을 먹지 않는 사람, 또는 효과가 크지 않은 기본 치료법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문제를 낳는다. 이는 환자를 위한 임상시험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희귀유전 질환, 소아 질환과 같은 분야는 기존 전통적인 임상 디자인으로는 약의 효과를 입증하기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필요한 대상자 수가 너무 많이 산출됨에 따라 실제 임상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한계를 복합적이고 혁신적인 방법론을 사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는 CID가 기존 임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환자 중심 임상시험이라,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다면 CID가 기업에도 이점이 있는지.
김선우 본부장: CID는 기업에도 커다란 이점을 안겨준다. 실제 플랫폼 임상시험(Platform Trial)에 대해 10가지 정도 중재(Intervention)로 시뮬레이션한 연구에서 CID를 활용했을 때, 임상시험 비용을 평균 50%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임상 전체 기간도 3분의 1가량 대폭 감축하는 것으로 분석됐고, 임상시험 대상자 수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ID는 임상시험 앞단인 프로토콜 작성에서 전통적인 임상시험보다 많은 기간이 소요될 수는 있으나, 최종 허가까지의 전체 기간을 보면 CID가 비용효율적이다. 즉, 기업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임상시험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그동안 가려졌던 데이터들을 활용함에 따라 신약 개발 성공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 CID 기반 임상시험이 많이 진행되지 않아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려우나, CID는 환자뿐만 아니라 기업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비협조적이었던 FDA가 최근엔 오히려 CID 기반 임상시험에 협력하는 등, 호의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CID는 기업의 비용효율성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거 중심 허가를 고수하는 FDA가 혁신 방법론인 CID에 협조적이라니 의외다.
길시연 팀장: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FDA를 포함해 글로벌 규제기관은 혁신적인 프로세스로 백신 및 신약을 승인한 경험을 축적했다. 제약사 또한 비용과 기간 측면에서 전통적인 무작위 대조 연구(RCT)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규제기관과 제약사가 공통으로 임상시험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됐고, 이는 그동안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했던 혁신적인 임상시험 방법론이 실제 적용 가능해진 시점을 불러왔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논의됐던 리얼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a) 활용과 환자가 병원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활용되는 분산형 임상시험(DCT) 등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맥락이다.
CID 활용으로 실제 대상자 수가 감소하는 변화가 있어도, 가장 중요한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실제 FDA 승인이 가능한지.
길시연 팀장: CID를 이용해 임상시험을 한 의약품들이 FDA 승인을 획득한 사례가 쌓여가고 있다. 1차 평가지표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 확보는 충분히 가능하다. 더욱이 CID를 적용한 임상시험의 데이터로 최종 결론이 한 번에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FDA는 기업이 수행해온 수많은 임상시험 데이터와 CID에 사용된 사전 정보(Prior information), 외부 데이터(External data), 차용(Borrowing) 등, 다양한 데이터와 방대한 범위를 시뮬레이션한 수백 수천 가지 가능성을 확인하기에 승인에 필수적인 실제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모두 본 것과 같다. 즉, CID는 실제 존재하는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지,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생성해내 유리한 임상 결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다.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가정을 해야 하는 모수(Parameter)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약의 효과를 생각할 수 있다.베이지안 방법은 임상시험의 계획 단계에서 과거 데이터의 정보 등을 이용해 약 효과의 분포를 가정하고 그것을 사전 정보로 활용한다.
이러한 약 효과에 대한 사전분포, 차용을 하는 시간적·물리적인 범위,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날 수 있는 플라시보 효과 변화 등, 실제 약 효과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은 다양한 범위에서 모두 살펴보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CID는 임상시험 결과에 관한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며, FDA는 해당 결과와 함께 가능한 모든 사안을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 CID를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운이 좋아서 FDA 승인을 받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용(Borrowing)이라는 방법이 굉장히 흥미롭다.
길시연 팀장: 현재 진행하는 임상시험이 아닌 다른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차용, 가져온다는 것이 생소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차용은 현재 임상시험을 고도화할 수 있고, 또 결과를 유추하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미나에서 소개한 두 가지 CID 임상시험 사례에선 차용을 활용하되, 완벽히 다른 임상의 외부 데이터 차용보다는 관련이 있는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차용한 내부 데이터 차용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임상시험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외부 데이터 차용이라는 말도 틀린말은 아니다.
다시 말해, 임상 3상에 CID를 적용할 때 선행 2상의 플라시보군을 차용할 수 있다. 또 같은 적응증을 타깃하는 임상시험의 환자군은 유사할 테니, 다른 약물의 임상시험에서도 플라시보군을 차용할 수 있다. 나아가 같은 약물을 사용한 다른 적응증 타깃 임상시험의 환자군의 약효도 차용 가능하다.
다만, 현재 FDA에서 공식적인 사례로 제시하는 차용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CID는 기본적으로 확증적 임상시험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비슷한 기준과 척도로 최대한 편향(Bias)이 발생하지 않도록, 같은 제약사에서 진행하는 여러 개의 개별 임상시험끼리 차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제한된 차용도 제약사에겐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미 진행한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조건이 맞는다면 다시 활용할 수 있기에 ‘Low-hanging Fruit(낮게 매달린 과일)’로 불리며,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여겨지고 있다.
예시를 기준으로 조금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린다.
길시연 팀장: 첫 번째 예제는 전 단계 것을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스터 프로토콜(Master protocol) 하에서 9개의 개별 임상시험이 서로서로 차용하는 플랫폼 임상시험(Platform Trial) 같은 디자인이다.
하나의 마스터 프로토콜 안에서 각각의 개별 임상시험에서 차용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같은 적응증에서 약물이 달라도 플라시보 군은 약물을 투여하지 않으니, 플라시보 군의 데이터를 차용한다.
다른 한 가지는 적응증이 다르지만, 약이 같은 경우다. 여러 부위에서 발현될 수 있는 각기 다른 만성 통증이지만 약물이 한가지인 경우다. 이 경우에는 각기 다른 적응증이지만 같은 약이므로 약의 효과를 차용한다.
두 번째 예제는 3상에서 같은 제약사에서 진행했던 선행 2상의 대조군을 차용했다. 1차 평가 변수(Primary endpoint)에는 차용을 쓰지 않고, 2차 평가 변수(Secondary endpoint)인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OS)를 확인하는 데 사용했다.
항암제에서는 무진행 생존(Progression-Free Survival, PFS)을 본 후 OS를 보는데 OS 평가를 위해서는 PFS평가 보다 많은 이벤트 수(사망)과 더 긴 기간이 필요하다. PFS를 분석하는 시점에서 OS 데이터를 보려면 이벤트 수가 적어 약효과 검증을 위한 검정력이 확보되지 않는다. 따라서 2상의 대조군을 차용해 3상의 OS 결과를 빠르게 도출한 것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의 효율성이 중요하다 보니, CID 방식을 사용해 OS에 대한 결론을 빠르게 내서 약물 정보(Label Claim)에 필요한 PFS와 OS 결과를 한꺼번에 제출하고자 했다.
국내 CID 활용 현황과 활성화 방안은.
길시연 팀장: CID는 현재 임상 업계에서도 새로운 단어로, 국내에선 CID를 정확히 알고 수행할 수 있는 주체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CID는 설계와 시뮬레이션이 매우 방대하고 복잡하므로 통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동시에 CID를 도입하려는 의지도 필요하다. 규제 기관과 업계 모두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FDA가 CID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활용을 촉진함에 따라 앞으로 임상시험의 주요한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임상 분야에서도 준비를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다.
“기존 고착화된 계단식 임상시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한 혁신적인 임상시험 설계법 'CID'가 새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 중심의 임상시험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도 최신 임상시험 트렌드를 신속히 습득, 적용해서 환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LSK 글로벌 PS(LSK Global PS, 이하 LSK) ARS(Academic Research Service)본부 김선우 본부장과 통계 연구팀 길시연 팀장은 글로벌 최신 임상시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한목소리를 냈다.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제공이라는 임상시험의 궁극적인 목적과 전통 임상시험의 비용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과 정부에서 적극 행동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CID(Complex Innovative Design, 복합적 혁신 임상시험 설계)는 전통 임상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약개발에서 더 신속·유연한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임상 설계법을 말한다. CID 중 적응형 설계(Adaptive Design)는 임상 도중 중간 분석 결과에 따라 설계를 조정할 수 있고, 치료군 수와 투여 용량도 변경하는 등,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데이터를 기준으로 유연한 조정이 가능하다. 이는 임상에 드는 자원과 시간을 절약,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또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시험의 최적 설계를 도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험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를 예측하고,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미리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차용(Borrowing, Real-World Data/Historical), 베이지안(Bayesian), 마스터 프로토콜(Master protocol) 등의 혁신 방법이 사용된다. 이러한 다양한 강점에 따라 CID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임상 전략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LSK는 CID를 국내 소개하고 CID에 대한 이해도 향상과 국내 활성화를 위해 최근 '2024 제3회 LSK Global PS 통계 웨비나'를 개최했다. 특히 FDA에서 소개된 임상시험과 전문가 논의 내용이 공유됐고, CID 중 하나인 적응강화설계(Adaptive Enrichment design)에서 결합 분포(Joint Distribution)를 활용한 의사결정 개선법을 주제로 다뤄, 국내 실무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다.
약업신문은 최근 서울 중구 LSK 본사에서 김선우 본부장과 길시연 팀장을 만나 글로벌 최신 임상시험 통계 동향에 대해 전해 들었다.
새로운 임상시험 트렌드 'CID'가 무엇인지.
길시연 팀장: CID는 기존 임상시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 미충족 의료 수요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혁신적인 임상시험 설계 방법을 말한다. 그동안 규제기관의 승인과 품목허가가 최종 목표로 임상시험이 계획 진행됐다면, CID는 궁극적인 목적이 환자가 된다. 즉, 환자에게 최대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임상시험을 가리킨다.
환자에게 최대한 혜택을 제공하는 임상시험에 대한 요구가 이어져 왔다. 그동안 문제는 무엇이며, CID가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길시연 팀장: CID는 기존 임상시험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2016년에 참석했던 미국 산관 통계학회(The ASA Biopharmaceutical Section Regulatory-Industry Statistics Workshop)에서 이미 환자 중심의 임상시험 필요성과 궁극적인 임상시험 목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또 임상시험과 연구에 투입된 환자들의 모든 수고가 다시 환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몇십 년간 지속해오던 전통적인 임상시험은 최신 기술이 적용된 시험약을 먹지 않는 사람, 또는 효과가 크지 않은 기본 치료법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문제를 낳는다. 이는 환자를 위한 임상시험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희귀유전 질환, 소아 질환과 같은 분야는 기존 전통적인 임상 디자인으로는 약의 효과를 입증하기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필요한 대상자 수가 너무 많이 산출됨에 따라 실제 임상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한계를 복합적이고 혁신적인 방법론을 사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는 CID가 기존 임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환자 중심 임상시험이라,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다면 CID가 기업에도 이점이 있는지.
김선우 본부장: CID는 기업에도 커다란 이점을 안겨준다. 실제 플랫폼 임상시험(Platform Trial)에 대해 10가지 정도 중재(Intervention)로 시뮬레이션한 연구에서 CID를 활용했을 때, 임상시험 비용을 평균 50%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임상 전체 기간도 3분의 1가량 대폭 감축하는 것으로 분석됐고, 임상시험 대상자 수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ID는 임상시험 앞단인 프로토콜 작성에서 전통적인 임상시험보다 많은 기간이 소요될 수는 있으나, 최종 허가까지의 전체 기간을 보면 CID가 비용효율적이다. 즉, 기업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임상시험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그동안 가려졌던 데이터들을 활용함에 따라 신약 개발 성공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 CID 기반 임상시험이 많이 진행되지 않아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려우나, CID는 환자뿐만 아니라 기업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비협조적이었던 FDA가 최근엔 오히려 CID 기반 임상시험에 협력하는 등, 호의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CID는 기업의 비용효율성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거 중심 허가를 고수하는 FDA가 혁신 방법론인 CID에 협조적이라니 의외다.
길시연 팀장: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FDA를 포함해 글로벌 규제기관은 혁신적인 프로세스로 백신 및 신약을 승인한 경험을 축적했다. 제약사 또한 비용과 기간 측면에서 전통적인 무작위 대조 연구(RCT)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규제기관과 제약사가 공통으로 임상시험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됐고, 이는 그동안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했던 혁신적인 임상시험 방법론이 실제 적용 가능해진 시점을 불러왔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논의됐던 리얼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a) 활용과 환자가 병원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활용되는 분산형 임상시험(DCT) 등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맥락이다.
CID 활용으로 실제 대상자 수가 감소하는 변화가 있어도, 가장 중요한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실제 FDA 승인이 가능한지.
길시연 팀장: CID를 이용해 임상시험을 한 의약품들이 FDA 승인을 획득한 사례가 쌓여가고 있다. 1차 평가지표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 확보는 충분히 가능하다. 더욱이 CID를 적용한 임상시험의 데이터로 최종 결론이 한 번에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FDA는 기업이 수행해온 수많은 임상시험 데이터와 CID에 사용된 사전 정보(Prior information), 외부 데이터(External data), 차용(Borrowing) 등, 다양한 데이터와 방대한 범위를 시뮬레이션한 수백 수천 가지 가능성을 확인하기에 승인에 필수적인 실제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모두 본 것과 같다. 즉, CID는 실제 존재하는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지,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생성해내 유리한 임상 결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다.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가정을 해야 하는 모수(Parameter)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약의 효과를 생각할 수 있다.베이지안 방법은 임상시험의 계획 단계에서 과거 데이터의 정보 등을 이용해 약 효과의 분포를 가정하고 그것을 사전 정보로 활용한다.
이러한 약 효과에 대한 사전분포, 차용을 하는 시간적·물리적인 범위,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날 수 있는 플라시보 효과 변화 등, 실제 약 효과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은 다양한 범위에서 모두 살펴보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CID는 임상시험 결과에 관한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며, FDA는 해당 결과와 함께 가능한 모든 사안을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 CID를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운이 좋아서 FDA 승인을 받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용(Borrowing)이라는 방법이 굉장히 흥미롭다.
길시연 팀장: 현재 진행하는 임상시험이 아닌 다른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차용, 가져온다는 것이 생소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차용은 현재 임상시험을 고도화할 수 있고, 또 결과를 유추하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미나에서 소개한 두 가지 CID 임상시험 사례에선 차용을 활용하되, 완벽히 다른 임상의 외부 데이터 차용보다는 관련이 있는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차용한 내부 데이터 차용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임상시험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외부 데이터 차용이라는 말도 틀린말은 아니다.
다시 말해, 임상 3상에 CID를 적용할 때 선행 2상의 플라시보군을 차용할 수 있다. 또 같은 적응증을 타깃하는 임상시험의 환자군은 유사할 테니, 다른 약물의 임상시험에서도 플라시보군을 차용할 수 있다. 나아가 같은 약물을 사용한 다른 적응증 타깃 임상시험의 환자군의 약효도 차용 가능하다.
다만, 현재 FDA에서 공식적인 사례로 제시하는 차용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CID는 기본적으로 확증적 임상시험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비슷한 기준과 척도로 최대한 편향(Bias)이 발생하지 않도록, 같은 제약사에서 진행하는 여러 개의 개별 임상시험끼리 차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제한된 차용도 제약사에겐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미 진행한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조건이 맞는다면 다시 활용할 수 있기에 ‘Low-hanging Fruit(낮게 매달린 과일)’로 불리며,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여겨지고 있다.
예시를 기준으로 조금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린다.
길시연 팀장: 첫 번째 예제는 전 단계 것을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스터 프로토콜(Master protocol) 하에서 9개의 개별 임상시험이 서로서로 차용하는 플랫폼 임상시험(Platform Trial) 같은 디자인이다.
하나의 마스터 프로토콜 안에서 각각의 개별 임상시험에서 차용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같은 적응증에서 약물이 달라도 플라시보 군은 약물을 투여하지 않으니, 플라시보 군의 데이터를 차용한다.
다른 한 가지는 적응증이 다르지만, 약이 같은 경우다. 여러 부위에서 발현될 수 있는 각기 다른 만성 통증이지만 약물이 한가지인 경우다. 이 경우에는 각기 다른 적응증이지만 같은 약이므로 약의 효과를 차용한다.
두 번째 예제는 3상에서 같은 제약사에서 진행했던 선행 2상의 대조군을 차용했다. 1차 평가 변수(Primary endpoint)에는 차용을 쓰지 않고, 2차 평가 변수(Secondary endpoint)인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OS)를 확인하는 데 사용했다.
항암제에서는 무진행 생존(Progression-Free Survival, PFS)을 본 후 OS를 보는데 OS 평가를 위해서는 PFS평가 보다 많은 이벤트 수(사망)과 더 긴 기간이 필요하다. PFS를 분석하는 시점에서 OS 데이터를 보려면 이벤트 수가 적어 약효과 검증을 위한 검정력이 확보되지 않는다. 따라서 2상의 대조군을 차용해 3상의 OS 결과를 빠르게 도출한 것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의 효율성이 중요하다 보니, CID 방식을 사용해 OS에 대한 결론을 빠르게 내서 약물 정보(Label Claim)에 필요한 PFS와 OS 결과를 한꺼번에 제출하고자 했다.
국내 CID 활용 현황과 활성화 방안은.
길시연 팀장: CID는 현재 임상 업계에서도 새로운 단어로, 국내에선 CID를 정확히 알고 수행할 수 있는 주체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CID는 설계와 시뮬레이션이 매우 방대하고 복잡하므로 통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동시에 CID를 도입하려는 의지도 필요하다. 규제 기관과 업계 모두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FDA가 CID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활용을 촉진함에 따라 앞으로 임상시험의 주요한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임상 분야에서도 준비를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