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 톺아보기] ① 헤라 '블랙 쿠션'
K-뷰티 최대 아웃풋…작은 아이디어가 글로벌 시장 변화 주도
입력 2024.06.04 09:17 수정 2024.08.0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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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에 반향을 일으킨 K-뷰티 대표 제품들의 혁신성과 아이디어를 파헤치는 기획 ‘히트 상품 톺아보기’를 연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2만7956개 품목의 화장품이 생산됐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세계로 뻗어가는 제품의 성공 DNA를 소개함으로써 신상품 개발에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 가장 큰 무기는 ‘혁신성’이었다. 그리고 혁신적 제품의 대표 주자로는 단연 ‘쿠션’이 꼽히고 있다.

쿠션은 선크림과 메이크업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멀티 메이크업 제품이다. 쿠션은 이제 특정 제품을 의미한다기보다 하나의 제품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진화하는 쿠션의 ‘여왕’

헤라는 쿠션의 진화를 이끌면서 여왕의 위엄을 지키고 있다.  


헤라 블랙쿠션은 2017년 첫선을 보였다. 블랙쿠션은 쿠션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변화시켰다. 이전까지만 해도 쿠션은 간편하긴 하지만, 피부 표현의 정교함과 지속력은 파운데이션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아왔다.  블랙쿠션은 지속력과 밀착력에 집중한 아모레퍼시픽 최초의 ‘메이크업 쿠션’으로, 화장막을 고정 시키는 혁신적 처방과 컬러 쉐이드의 확장을 통해 베이스 메이크업으로서의 높은 완성도를 구현했다. 칸타월드 데이터에 따르면 쿠션류 제품군 중  7년 연속(2017년 4분기~2023년 4분기) 판매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제품이다

지난 2월 기준 누적 판매 1000만개를 돌파한 블랙쿠션은 스테디셀러에 안주하지 않고 리뉴얼을 단행했다. 지난 4월  '피그먼트 미립화' 공정을 통해 입자를 더욱 곱고 세밀하게 만들었으며, '스트레처블 레이어' 기술을 접목해 기존보다 더욱 유연한 제형을 완성시켰다. 이름도 '블랙 쿠션 파운데이션'으로 변경해 한 단계 진화한 블랙 쿠션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환경에 대한 고민을 반영해 재활용 용이성을 높인 디자인으로 변경했으며, 외용기 하단엔 재활용 플라스틱(PCR)을 50% 적용했다.  

최초&최고의 쿠션 역사를 써내려가는 헤라는 이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 진출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헤라 쿠션의 글로벌 행보가 기대된다.

 

생활 속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헤라 블랙 쿠션은 제 4세대 쿠션이다.  쿠션의 원조는 아닌 셈이다. 헤라 쿠션의 뿌리는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브랜드 ‘아이오페’다.

2008년 3월, 아이오페(IOPE)는 '아이오페 에어쿠션'으로 쿠션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쿠션 개발은 자외선차단제 제형 혁신으로부터 시작됐다. 2006년, 기존의 튜브나 밤 타입이 아닌 새로운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한 연구원이 '주차 스탬프'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기울여도 액체가 흘러내리지 않고 균일한 분포가 유지되는 스탬프의 원리를 이용한다면 팩트 용기에 내용물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제품에 적합한 스펀지 재질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스탬프 형태를 유지하면서, 액체 상태의 내용물이 증발하지 않도록 밀폐성을 가져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하는 스펀지 소재를 찾기 위해 시선을 다른 산업군으로도 돌렸다는 것이 아모레퍼시픽 측의 설명이다. 정답은 화장품 소재가 아닌 다른 쪽에서 찾았다. 200여종의 스펀지 실험을 3600회 이상 진행한 끝에 찾아낸 것이 '폴리우레탄 폼'이다.

소재를 특정한 후에도 진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화장품을 제조해야 하다 보니 자동화 설비가 마련된 공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원들과 생산팀은 수작업으로 시제품을 만들었다. 시제품 고객 테스트에서 충분한 고객 수요가 확인되자 설비 투자가 진행됐고, 비로소 자동화시설을 통해 '에어쿠션'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적인 경제 전문지도  쿠션의 혁신성을 인정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미국의 유력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 선정  ‘100대 혁신기업(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 중 28위에 랭크됐다. 당시 포보스는 이례적으로 ‘한국의 아모레퍼시픽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가 되었나(How South Korea’s Amorepacific Became One Of 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라는 제목의 심층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 포브스는  멀티 메이크업 제품인 쿠션이 서구권 중심이었던 기존의 미(美)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K-뷰티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쿠션 제품에 실제 적용된 혁신 기술로 전 세계 177건의 특허 출원과 26건의 특허 등록을 마쳤다.

제품을 개발한 아모레퍼시픽뿐 아니라 크리스챤 디올, 로레알,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등 글로벌 유명 기업에서도 여전히 쿠션 제품들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크리스챤 디올은 2015년부터  아모레퍼시픽이 제공한 쿠션 기술력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메이크업의 '판'을 바꾸다

전세계에서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쿠션은 그야말로 베이스 메이크업 시장의 ‘판’을 바꿨다. 선크림과 메이크업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멀티 메이크업 제품인 쿠션은 2016년에 이미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넘어섰다. 휴대와 사용의 간편함에 소비자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설문조사 기관 TNS 코리아 데이터에 따르면, 쿠션 사용으로 메이크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 13분에서 7분으로 대폭 단축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쿠션 관련 기술을 크게 4세대로 나눠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08년 발표된 1세대 쿠션이 업계에서 사용된 적 없는 담지체인 발포 우레탄 폼을 이용한 최초의 액상 담지 기술 적용 쿠션이라면, 2010년엔 '셀트랩(Cell Trap)' 기술로 업그레이드된 2세대 쿠션이 탄생했다. 담지체의 물리적 속성 최적화를 통해 점도가 낮은 액상의 내용물을 안정화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2012년부터는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기능 세분화가 시작됐다. 글로벌 고객을 위한 제품군이 개발·확대돼 아모레퍼시픽 측에선 이 시기를 '3세대'로 분류한다. 아이오페를 통해서만 출시되던 쿠션 제품이 보다 다양한 브랜드 제품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자외선 차단제 카테고리 제품을 선보여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파운데이션 개념을 접목하기 시작하면서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2011년 약 170만개, 2012년엔 약 600만개의 판매고를 올렸던 쿠션이 2013년엔 약 1260만개, 2014년엔 약 2670만개까지 판매량이 급증했다.

2016년엔 내용물이 균일하게 토출되도록 하는 '3D  담지체'와 내용물의 입자 크기를 30% 이상 축소시킨 '초미립 분산' 기술이 적용된 4세대 쿠션이 등장했다. 바로  헤라 블랙쿠션 이다.

헤라는 "쿠션이 '혁신'의 산물인 만큼 끊임 없이 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술 개발을 통한 제품력 향상은 물론 브랜드 강화 전략도 모색 중이다.  헤라  관계자는 3일  "브랜드와 제품의 특성에 적합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주차 스탬프에서 시작된 쿠션이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에는 베스트셀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거듭된 혁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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