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년 이상 mOS 보인 '렉라자'…"여지없는 훌륭한 데이터"
이승룡 고대구로병원 교수, "3세대 EGFR-TKI, 효과 드라마틱하고 부작용도 줄어"
입력 2022.12.09 06:00
수정 2022.12.09 10:59
▲이승룡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폐암은 조기에 나타나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고, 전이와 재발이 기타 다른 암종에 비해 빈번하게 발생해 치료가 힘든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폐암 중에서도 가장 높은 유병률을 가지고 있다.
비교적 과거에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치료 옵션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만 하더라도 1~3세대 치료제까지 개발되면서 치료 환경에 개선이 이뤄졌다.
이러한 가운데 국산 신약 3세대 ‘EGFR-TKI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지난 6월 전체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데이터를 발표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렉라자는 지난 달 호흡기 전문의들이 모여 폐암 치료의 최신 지견에 대해 논의하는 ‘제26차 아시아 태평양 호흡기학회 학술대회(APSR 2022)’에서 ‘렉라자의 업데이트된 전체 생존기간 데이터 분석’ 세션이 따로 마련돼 발표가 진행됐다.
아시아태평양호흡기학회 학술대회는 아시아 국가와 호주가 함께 참여하는 호흡기 학술대회다. 주로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호주가 주축으로 진행되는데, 올해는 한국이 주최로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올해 외국인 참가자만 1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서 발표를 맡은 이승룡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호흡기ㆍ알레르기내과 교수를 직접 만나 렉라자의 처방 경험 1년 시점에서 렉라자가 보여준 전체 생존기간 데이터의 의미에 대해 알아봤다.
Q. 교수님이 발표하셨던 내용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우선 EGFR 변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이후 렉라자의 전임상 데이터에 대해 발표했다.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렉라자는 EGFR 변이에 대한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인다. 또한 유전자 변이가 없는 EGFR 세포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1, 2세대 EGFR-TKI 대비 3세대 EGFR-TKI가 갖는 장점 중 하나가 바로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다. 1, 2세대에서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이 렉라자에는 적다는 점은 LASER 201 임상을 통해 입증이 됐다.
3세대 EGFR-TKI에는 렉라자 외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이 있다. 렉라자와 오시머티입의 차이점 중 하나는 오시머티닙은 심장 독성(Cardiac Toxicity)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오시머티닙은 부정맥을 유발하거나 심장 기능이 저하된다는 보고가 있지만, 렉라자의 경우 아직까지 심독성에 관한 부작용 보고사례가 없다.
또 다른 점 중 하나는 전체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결과이다. 오시머티닙의 2차 치료 OS 데이터가 26.8개월인 반면, 렉라자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LASER201 임상에서 확인된 결과로 38.9개월이다. 오시머티닙의 OS는 3상 임상에서 확인된 결과이기에 렉라자 데이터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수치적으로 봤을 때 1년 정도 차이 난다.
렉라자의 OS가 길게 나타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보인다.
우선 LASER201 임상에는 한국 환자만 포함됐다. 서양 쪽은 조금 다른 결과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오시머티닙의 임상처럼 다인종이 포함된 임상과는 결과에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 렉라자는 뇌전이 효과가 우수하다. 이미 뇌 전이된 환자의 치료 효과나 뇌전이를 예방하는 효과가 오시머티닙보다 조금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수한 뇌전이 효과가 긴 OS 데이터가 나오는데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로 LASER201 임상에서 ‘beyond PD(progressive disease)’를 진행했던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항암 치료 과정에서 암이 진행되면 다른 약제로 치료를 변경한다. 다만 표적치료제로 치료하는 경우 방사선학적으로 질병이 진행됐더라도 환자 전신상태가 나쁘지 않으면 치료를 변경하지 않고 한동안 유지한다. 이를 beyond PD라고 한다. LASER201 임상에서는 질병이 진행된 환자에서도 10개월 정도 치료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도 긴 OS 데이터가 나오는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Q. 렉라자의 임상 데이터에서 확인된 결과와 교수님의 실제 처방에서 확인된 결과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은 지?
렉라자는 보험 급여 출시된 지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아직 처방 경험을 쌓고 있는 단계다. 조금 더 경험이 쌓여 봐야 알겠지만 실제 처방 경험상 아직까지는 임상 결과와 실제 처방에서 확인되는 효과나 안전성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경험이 쌓이면서 느꼈던 것은 렉라자 부작용 중에 손발 저림이 있다.
Q. 렉라자가 뇌 전이된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고 언급했는데, 뇌전이 환자 대상 OS는 어떠한 가?
렉라자의 OS는 뇌전이가 발생한 환자와 뇌전이가 없는 환자에서 차이가 없었다. 보통 뇌전이가 발생되면 확실히 OS가 떨어진다. 즉 렉라자가 뇌전이 여부에 관계없이 OS가 길게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렉라자가 뇌 부위에 잘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Q. 렉라자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 38.9개월이라는 데이터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38.9개월이란 환자가 치료를 통해 3년 넘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3년의 생존기간은 환자의 첫 진단 시점이 아니다. 렉라자는 2차 치료에서 쓰이기 때문이다. 첫 진단 후 1차 치료에서 기존 EGFR-TKI 사용한 후 질병이 진행되고 T790M 변이가 나타났을 때 렉라자를 사용한다.
이 시점부터 3년 조금 넘게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보통 1차 치료에서 기존 EGFR-TKI를 사용한 후 질병이 진행되는 기간이 10개월 내지 1년 정도 된다. 따라서 2차 치료에서 렉라자를 사용하는 환자는 1차 치료 기간까지 합해 4년 정도 생존할 수 있다.
대체로 병기가 4기인 환자들에게서 4년의 생존기간을 보였다는 것은 진료 현장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4기 환자의 평균 생존율이 1년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4년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치는 쉽게 나오지 못한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폐암 4기 환자의 평균 생존율은 1년이 채 안 됐다.
Q. 실제 의료 현장에 계시는 의료진의 평가는 어떠한 지?
아직까지는 조금 더 데이터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38.9개월은 2상 임상 데이터이기 때문에 영향을 살핀 환자 수가가 많지 않다.
그래도 수치적으로 38.9개월은 워낙 잘 나온 데이터이기 때문에 대체로 반신반의할 정도의 느낌이기도 했다. 보통 우리나라 환자들이 임상을 하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조금 더 생존기간이 길게 나온다. 이는 국내 의료 환경과 지원이 잘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웃나라인 중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의료 시설이나 의료 접근성이 더 좋은 편이다. 치료 과정에서 어떤 의료적 문제가 생겼을 때 훨씬 더 잘 지원이 되게끔 환경이 마련되면 결국 이런 점도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Q. 향후 렉라자의 1차 치료 영향을 평가하는 ‘LASER301’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되고 1차 치료 적응증이 확대된다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지?
현재 렉라자는 1차 치료 관련해 두 가지 임상이 진행 중이다. 첫째로 LASER301 임상은 렉라자 단독 요법으로 1차 치료 영향을 평가한다. 둘째로 MARIPOSA 임상은 렉라자와 얀센의 아미반타맙(제품명 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으로 1차 치료 영향을 평가한다.
우선 LASER301 임상 결과가 오시머티닙의 1차 치료 영향을 평가한 FLAURA 임상과 비교했을 때 동등하거나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실제로 1차 치료 처방에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독 요법은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내성이 발생하는 시점을 조금 더 늦추기 위해서 아미반타맙을 병용하는데, 이를 평가하는 MARIPOSA 임상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렉라자가 아미반타맙과의 병용요법에서 좋은 효과를 보인다면 1차 치료에 3세대 EGFR-TKI를 단독 요법으로 쓸지, 아니면 병용 요법으로 쓰게 될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렉라자가 LASER301 임상과 MARIPOSA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향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방향은 크게 3가지 축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 1, 2세대 EGFR-TKI 사용 후 3세대를 사용하는 패턴, 첫 치료부터 3세대 EGFR-TKI를 사용하는 패턴, 3세대 EGFR-TKI에 아미반타맙을 병용하는 패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3개 패턴 중 어떤 옵션이 더 우수할지는 앞으로 임상 자료가 쌓여봐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Q. 담당하고 있는 환자들 중 렉라자 처방을 통해 좋은 예후를 보였거나 반대로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특징 중 하나가 암세포가 몸 전신에 확 퍼져 있다는 점이다. 이런 환자에게 EGFR-TKI를 사용하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전신 상태가 아주 안 좋았던 환자가 EGFR-TKI를 사용하고 나서 전신 상태가 아주 드라마틱하게 좋아진다. 심지어는 암세포 때문에 숨이 찼던 환자가 EGFR-TKI 치료로 인해 숨참이 호전이 되는 경우도 있다. 뼈전이가 심해서 통증이 있었는데 EGFR-TKI 치료로 통증도 바로 감소했다. 다른 약제에 비해 세포 독성이나 면역 치료 효과도 좋았다.
부작용이 발생하면 일단 약제를 중단한다. EGFR-TKI 처방 시 나타나는 부작용에는 피부 관련 부작용이 흔하다. 피부 발진, 손톱 주위염, 구내염 등이 나타나는데 주로 1, 2세대 EGFR-TKI 처방시 많이 발생한다. 3세대 EGFR-TKI는 피부 부작용이 많이 줄어들었다.
Q. 폐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폐암 진단은 모든 환자분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다. 그렇다 보니 과거에 비해 줄긴 했어도 치료를 포기하려는 분도 아직 더러 있다. 그러나 폐암 치료가 과거 5-1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치료제도 다양하고 치료제 효과도 과거에 비해 우수하다.
ALK 변이 비소세포폐암만 하더라도 평균 생존율이 7년까지 연장됐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렉라자 mOS 38.9개월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듯 4기 환자도 생존기간 4년까지 달성하고 있다.
환자분들은 폐암 진단 시 몇 개월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고 느끼시거나 항암 치료가 독해서 많이 힘들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렇지만 이제 치료제도 예전보다 부작용이 많이 적어졌다.
환자 본인의 나이가 많고 적음은 걱정할 필요 없다. 본인의 몸 상태만 좋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그만큼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폐암 진단은 사형 선고는 아니다. 본인의 건상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함으로써 새로운 인생을 다시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규칙적인 생활로 바뀌고 흡연자는 금연을 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려는 환자 의지가 치료 결과에 크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또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에 너무 귀 기울이지 않으셨으면 한다.
요즘 인터넷이 발달해 수많은 정보에 노출된다. 여기에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낭설이 섞여 있는데, 환자분들이 여기에 현혹되기도 한다. 폐암 환자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거나 찬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식의 이야기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고 근거가 없는 얘기다. 치료나 건강한 생활을 위한 식습관 개선 등도 모두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면 된다.
오히려 신빙성 없는 이야기를 따라 하다가 본인의 건강을 더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참고하면 된다. 모든 이야기에 본인을 맞추려고 하실 필요가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의료진으로서 바라는 점은 효과가 좋은 신약이 빠르게 보험 급여가 적용됐으면 한다.
새로운 신약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데, 사용 승인이 되더라도 보험 급여 적용까지는 시간이 꽤 소요된다. 신약은 약값이 비싸다 보니 대다수의 환자분들은 좋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부담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다. 이런 문제는 정부에서만 노력할 게 아니라 제약회사도 함께 노력해서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환자 접근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빨리 마련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