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폐암 공포 속 국산 표적 치료제 '렉라자'…축적된 경험 통해 '확신'되다
이경원 경상국립대병원 교수, "렉라자, 1, 2세대 대비 우수한 내약성 보유…뇌전이에 더욱 효과적"
입력 2022.07.05 06:00 수정 2022.07.0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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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우리나라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사망원인 1위는 암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 중 ‘폐암’이 사망률 1위를 차지했는데, 5년 상대 생존율이 34.7%로 2015-2019년 모든 암 종의 5년 상대 생존율이 70.7%인 것에 반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로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비소세포폐암이 전체 폐암의 80~85%를 차지하고 있으며, 폐암의 유전자 변이로는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표피성장인자 수용체) ▲ALK ▲ROS1 ▲KRAS 등이 있다.
 
이 중 EGFR 변이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에서도 30~40%에서 나타나는 흔한 돌연변이로 알려져 있다.
 
폐암 치료에는 병기나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등의 접근을 고려할 수 있는데, 특히 항암 약물 치료의 경우 다른 요법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해 오고 있다.
 

▲이경원 경상국립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EGFR 변이 치료제만 하더라도 1, 2세대를 거쳐 현재는 3세대 치료제까지 허가가 이루어진 상태다. 이들 중 주목을 받고 있는 치료제가 바로 유한양행의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으로, 렉라자는 지난해 1월 허가를 받고 같은해 7월에는 보험급여까지 적용 받았다.
 
이에 약업신문은 이경원 경상국립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1년이라는 처방 경험을 바탕으로 렉라자의 효능과 현장에서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들어 보았다.

Q. 코로나19 유행도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19가 호흡기 관련 질환인 만큼 폐암 치료 환경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어떠한 영향이 이었는지?
 
코로나19가 폐암 환자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나 사망률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조기암검진(cancer screening) 환자들이 감소했다. 폐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질병이 악화된 상태에서 발견할 확률이 높아졌다.
 
또한 기존에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도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격리 조치되면서 폐암 관련 치료(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치료)가 연기되거나 중단됐고 이로 인해 병이 악화되거나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17건의 논문을 분석해본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스크리닝 검사와 조직 검사, 암 진단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3-4기 이상 진행성 폐암 환자나 심부전을 동반한 폐암 환자들의 사망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특히 다른 암환자에 비해 폐암 환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사망률이 18.1%에서 최대 55%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진료하고 있는 환자 중에서도 70-80대 이상 고령 환자들은 항암 치료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례를 수차례 경험했다.
 
Q. 폐암은 암 사망률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치명적인데, 폐암이 다른 암에 비해 유독 예후가 좋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폐암의 종류와 병기 별 사망률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폐암은 저선량 CT(Low-dose CT)를 이용하는 경우에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반면 일반적 건강검진이나 엑스레이(X-ray)로는 조기 진단하기 어렵다.
 
폐암은 다른 암 종에 비해 처음 진단 시점에 이미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병기에서 발견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해부학적으로 폐를 둘러싸고 있는 혈관 및 림프관이 상대적으로 많고 원격전이가 없더라도 폐를 둘러싸는 흉막에 전이가 돼 악성 흉수가 차는 경우는 수술적 절제 자체가 불가능한 4기로 진단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종격동 림프절에 전이돼 국소진행성 3기로 수술이 불가능한 병기로 진단되기도 한다. 부신, 간, 뇌, 뼈 등으로 전이돼 4기로 진단되는 비율도 상당하다. 2020년 12월에 보건복지부에서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폐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2기는 71.7%, 3기 41.4%, 4기는 8.9%으로 질병이 진행될수록 생존율이 급감한다.
 
특히 폐암은 단일 질환이 아니다. 조직학적으로도 상당히 다양한 질병으로 분류된다. 또한 환자 상태나 질병의 진행 정도(병기), 조직학적 상황이나 유전자 이상에 따라 치료 방법 및 예후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치료하기 더욱 어렵다.
 
통계에 따르면 폐암은 조기에 진단되더라도 근치적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는 환자가 전체 환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일반적으로 1-2기에 해당하는 환자에게는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 3기는 A,B,C 등 세부 병기로 나뉜다. 3A기 중 일부는 당장 수술하기 어렵다.
 
따라서 선행 항암화학요법 또는 선행 방사선 항암 병용요법으로 병변의 크기를 줄인 이후 수술을 진행할 수도 있다. 활동도가 양호한 3B기, 3C기는 항암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동시에 진행한다. 4기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와 같은 국소 요법은 일반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리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고식적 항암요법만 가능하다.

Q. ‘렉라자’를 직접 사용해본 의사로서, 렉라자가 현장에서 가지는 가치와 의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렉라자가 국내 시판 허가되기 전 LASER201 1/2상 임상시험에서 렉라자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
 
해당 임상은 EGFR 양성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이전에 EGFR-TKI 치료제 사용 후 내성이 생긴 T790M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1차 평가변수는 약제의 효능과 안전성, 내약성(tolerability)이며, 2차 평가변수는 최대내성용량(MTD, Maximal Tolerated Dose), 혈중유효약물농도(PK, Pharmacokinetics), 객관적 반응률(ORR, Objective Response Rate), 질병조절률(DCR, Disease Control Rate), 반응지속기간(DoR, Duration of Response)이었다.
 
1상 임상시험에서는 약제가 가장 적절한 효과를 보이는지 확인했다. 20mg, 40mg, 80mg, 120mg, 160ng, 240mg, 320mg 등 다양한 용량을 환자에게 복용하게 했고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용량이 240mg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320mg도 사실 큰 문제가 될 만한 독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LASER 201 임상시험의 파트 A~C 단계에서 렉라자 240mg을 2차 치료제로 투여 받은 환자 78명 중 T790M 변이 양성이 확인된 환자 76명을 대상으로 렉라자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평가했다.
 
임상 결과, 렉라자 240mg을 환자에게 매일 1회 투여했을 때 독립 중앙 검토(ICR, Independent Central Reviews) 기준 객관적 반응률(ORR)이 55.3%, 질병조절률(DCR)이 89.5%로 나왔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 Median Progression Free Survival)은 11.1개월,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17.7개월로 확인됐다. 독립 중앙 검토란 치료제를 처방한 의료진이 직접 평가한 결과가 아니라 제3자가 객관적으로 평가한 데이터 결과다.
 
결론적으로 렉라자는 반응률과 질병조절률 등이 상당히 유의미하게 좋아 매우 효과적임을 임상시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경원 교수와 온라인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기타 다른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렉라자는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나?
 
렉라자는 뇌전이 환자에 효과가 우수하다는 특징이 있다.
 
1세대 표적치료제인 게파티닙(제품명 이레사), 엘로티닙(제품명 타쎄바), 2세대 표적치료제인 아파티닙(제품명 지오트립) 등은 약효가 뇌를 투과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상당히 낮다.
 
약물의 뇌 투과율이 낮으면 그만큼 약물 농도도 낮아져 뇌 전이가 진행되거나 일정기간 동안 효과가 나타났다가도 새로운 뇌전이가 나타나거나 기존에 있던 뇌전이 병변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신경학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돼 환자의 삶의 질이 저하되고 궁극적으로 환자 생존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비율이 높다.
 
렉라자는 뇌혈관장벽(BBB, Blood-Brain-Barrier)에 투과도가 높아 뇌에 전이된 병변 조절 및 뇌전이가 진행될 확률의 유의미한 감소를 보인다. 기존 1,2세대 표적치료제와 직접 비교(head to head) 임상 연구는 없지만 산술적 수치만 놓고 봤을 때 렉라자가 확연히 우수한 결과를 보인다.
 
이미 뇌전이가 된 환자를 대상으로 렉라자를 투여했을 때 두개강 내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Intracranial PFS)은 26.0개월을 달성했다. 이전 세대 표적치료제의 두개강 내 무진행 생존기간이 약 8개월 수준으로 확인된 것을 감안해보면 렉라자의 임상 결과가 약 3배에 달하는 굉장히 연장된 생존기간 결과를 보였다.
 
두개강 내 객관적 반응률(Intracranial ORR)은 85.7%, 두개강 내 질병조절률(Intracranial DCR)은 92%로 확인됐다. 두개강 내 질병조절률 92%는 24명의 환자 중 22명에게 효과가 있었다는 의미다. 기존 표적치료제가 뇌 투과율이 낮아 뇌전이 환자 치료에 있어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있었으나 렉라자가 이러한 미충족 수요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고 생각한다.

Q. 이외에 렉라자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기존 1,2세대 표적 치료제 대비 우수한 내약성을 보인다. 피부 부작용이 적고,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의 부작용도 적다.
 
기존 표적 치료제는 얼굴에 발진이 생기거나 두피, 손톱 사이가 허는 등 피부 독성 증상을 심하게 보여 환자 쪽에서 치료제 중단을 요청하기도 한다. 환자의 생존율을 증가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에 직접 영향을 줄 정도로 독성이 크다면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를 설득하기가 어렵다. 렉라자는 기존 표적치료제 대비 이러한 부작용이 현저히 낮아 환자의 복약 순응도와 만족도가 높다.
 
임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렉라자 240mg 용량군에서 나타난 심각한 약물 관련 이상반응은 3.8%(3명)에게 발생했다. 일반적인 세포독성 항암제는 100명 당 20-25명이 3단계 이상 중증 독성을 경험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렉라자의 독성 발현은 상당히 낮다.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하지만 현재 1차 치료제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재 1차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어 연구 결과에 따라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Q. 렉라자가 뇌전이 환자에게 효과가 우수하다고 설명했는데, 뇌전이 환자에게 처방 경험이 있다면 사례 공유를 부탁드린다.
 
뇌전이 환자에 렉라자를 처방한 여러 경험이 있다.
 
이들 중 진단 당시에 두개강내에 셀 수 없이 많은 뇌전이 병변들이(miliary metastases) 관찰되는 상태였는데 렉라자를 3개월 사용한 후 반응평가를 위한 MRI 검사를 진행했을 때 여러 개의 병변이 대부분 소실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일반적으로 치료에 대한 반응이 매우 떨어지고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연수막 암종증 (leptomeningeal carcinomatosis LMC) 환자에서도 렉라자를 처방한 후 상당기간 동안 반응이 유지되면 임상적으로 신경학적 증상들이 호전되는 것을 경험했다.
 
특히 렉라자 임상시험에 직접 참여했던 50대 여성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 내원했을 때는 양쪽 폐에 다발성 폐전이가 진행됐으며, 폐에 흉수가 가득 차서 흉관을 삽입해 매일 흉수를 뽑아내야만 안정적인 호흡이 가능한 상태였다.
 
치료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수개월내에 돌아가실 수도 있는 심각한 상태였기 때문에 렉라자 임상시험을 제안했다. 환자가 임상시험에 등록해 렉라자를 복용하고 약 일주일 만에 자가 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복용 2주 만에 흉관을 뽑아냈고, 엑스레이 상으로 확연히 호전된 것이 관찰됐다. 임상시험이 시작된 2017년 이후 4년이 넘는 현재 시점까지 환자는 건강하게 살고 있다. 환자의 상태와 치료 시점이 적절하게 맞아 긍정적인 결과를 이뤄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렉라자 제품 이미지 - 출처 유한양행

Q. 폐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임상시험에 대한 선입견이 개선됐으면 한다.
 
임상시험이라고 하면 일단 거부감을 가지는 환자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생사가 오가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은 다른 환자들보다 먼저 기존 약제보다 몇 년 앞서서 더 나은 효과 및 부작용을 개선한 신약을 접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환자 본인의 삶을 연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도 렉라자와 같이 효과적인 신약이 지속적으로 개발돼 많은 폐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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