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이오-케미컬 동등한 중요도 신약창출 전략 필요"

목암연구소 정재욱 소장 "바이오와 케미컬은 상호보완적...오픈이노베이션으로 미충족수요 갭 채워야"

기사입력 2020-06-29 07:00     최종수정 2020-06-29 07:3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GC녹십자는 최근 목암생명과학연구소(목암연구소)와 공동 개발 중인 표적 항암신약 'GC1118' 임상 1b/2a상 중간결과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회의서 발표했다. 현재 임상 초기 단계지만 기대치를 상회하는 중간결과가 나오면서 시장과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GC1118은 저분자화합물로 알려진 케미컬 신약이 아닌 생물학적 제제 바이오신약이다. 대장암 환자의 과발현된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타깃으로 하는 바이오 표적항암제 신약으로 목암연구소에서 처음 발굴했다. 

이처럼 생물학적 제제에 강점을 지닌 GC녹십자 산하 민간연구소 수장으로 GSK 미국법인에서 20여년 간 신약개발 경험을 쌓은 정재욱 박사가 지난 2월 취임했다.  정재욱 소장은 GSK에서 의약화학 분야 전문가로 퍼스트-인-클래스, 저분자화합물 신약개발 연구에 매진했다.

약업신문은 정재욱 소장과 이메일 교신을 통해 목암연구소 신약개발 계획과 비전 및 국내 현실에 맞는 신약개발 전략 등을 들어봤다.

 

 

Q. 목암생명과학연구소(이하 목암연구소) 10대 연구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5월 말 대장암 신약 후보물질 GC1118 표적항암제에 대한 ASCO 발표가 있었는데, 상세한 내용과 의미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에서 발굴하고 GC녹십자와 공동개발 중인 대장암 환자의 과발현된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 항암 신약 ‘GC1118’ 임상 1b/2a상(NCT03454620)에서 얻은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투여에 대한 임상 중간 결과를 지난 5월 29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개최된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회의에서 발표했습니다.

약물의 최대내약용량(MTD)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계된 임상 1b상에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환자 10명 중 종양 크기가 30%이상 감소한 부분관해(PR)가 3명에서 발생했습니다. 평균 무진행생존기간(PFS)은 12개월로 나타났다는 결과입니다. 따라서 임상 1b상 결과를 바탕으로, GC1118과 폴피리(FOLFIRI) 병용투여에서 항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2a상을 진행 중 입니다.

임상 2a상에 참여한 29명의 환자 중 9명에 대한 초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4명에서 부분관해가 발생해 44.4%의 객관적 반응률(ORR)을 확보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는 예측했던 결과인 31.7% 대비 높은 것으로, 아직 임상 초기 단계지만 기대 이상의 항암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에 따라 GC녹십자는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2차 치료제 개발을 위해 후속 임상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질문 외 내용이지만, 목암연구소에서 발굴하고 GC녹십자에서 개발해 지난 3월 수두백신 ‘배리셀라주’ 품목허가를 획득했습니다. 배리셀라주는 기존 수두백신과 같이 바이러스 약독화 과정을 거친 생백신으로,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수율이 크게 증가했으며, 생바이러스 함유량을 높임과 동시에 제품의 안전성도 한층 개선했습니다.

이 수두백신으로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두 발병에 따른 사회적 부담과 비용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가 목암연구소가 지향하는 신약 개발과 사회적 기여를 위한 실질적인 결과물이라 생각되며, 이와 같은 연구소 역량과 방향성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Q. 미국 필라델피아 근교에 위치한 GSK 미국법인에서 22년간 의약화학 분야 전문가로서 염증성 면역질환 '퍼스트-인-클래스', 저분자화합물 신약 개발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GC녹십자는 전통적으로 생물학적 제제에 특화된 회사입니다.  그럼에도 녹십자 출연 민간연구소 수장을 맡은 결정과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가 목암연구소 소장을 맡게 되면서 제일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질문 내용처럼 저는 의약화학자로서 저분자화합물 신약 개발을 GSK에서 22년간 해 왔습니다. 당연히 생물학적 제제 신약 개발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신약 개발이라는 큰 틀에서, 특히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질환 타깃을 발굴하고 검증하고 하는 일들은 어디서든 필요한 부분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저분자화합물을 연구하면서도 GSK 내부의 전반적인 신약 개발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관심 있게 지켜봤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필드의 연구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새롭게 주어진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목암연구소에 훌륭한 젊은 연구원들이 많이 있기에 저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또 저의 축적된 경험을 합해 목암연구소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힘을 더하고자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


Q. 지난 2월 소장 취임 이후 4개월이 지났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겹쳤던 그 간의 준비 과정과, 목암연구소 미래 비전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예로 개방형 혁신으로 알려진 오픈이노베이션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일상적 단어가 됐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염두에 둔 목암연구소 단기 및 중장기 전략은 무엇인지요. 

-목암연구소는 전통적으로 백신과 항체 연구를 비롯해 여러 가지 기초적인 연구를 많이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로써 보유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가 부임하기 전인 지난해 말부터 중장기 전략으로 유전자 치료제 분야를 선정하면서 많은 준비를 해 왔고, 지금은 여러 실질적인 실험들을 수행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저희가 목적으로 하는 mRNA를 제조하고 LNP(lipid nanoparticle)를 전달체(delivery tool)로 이용하는 유전자 치료제를 만들어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자체적인 기술 개발도 필요하지만, 외부와 적극적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연구 효율을 높일 예정입니다.

GC녹십자를 비롯해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 연구소, 대학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구하고, 해외 전문가들과 협력도 진행하면서 더욱 협력 스펙트럼을 넓혀 나갈 예정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플랫폼들을 계속 발굴하고 검증하고 구축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의약품들을 개발하고, 궁극적으로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약을 제공하는 것이 저희 연구소 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신약개발에 있어 화학의 접근, 케미스트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예전 강조하셨습니다.  반면 로슈의 제임스 세브리 총괄은 "저분자화합물(small molecules)과 항체 기반 치료 시대는 머지 않아 세포치료와 유전자치료 시대로 대체될 것"이라고 최근 언급했습니다. 미래 치료제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요.

-암젠 연구책임자인 레이몬드 데샤이에스(Raymond J. Deshaies)는 얼마 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리뷰 페이퍼로 발표한 글에서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 단계에서 현재는 네 번째 ‘변화 물결(transformative wave)’ 시점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천연물 신약, 저분자화합물 신약, 항체 신약 단계를 지나 현재는 다중 특이성(multi-specific) 신약 물결이 대세라는 내용입니다. 저도 동감하는 바입니다. 여기에는 이중항체도 포함되며, 저분자화합물과 항체 결합인 ADC도 포함되고, 한국에서도 이제는 많이 개발하고 있는 PROTAC(Proteolysis-Targeting Chimaera)도 이 범주에 들어 갑니다.

결론적으로, 세포 치료와 유전자 치료에 많은 노력과 연구비가 들어가고 많은 성과가 나올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저분자화합물이 효과적인 분야가 반드시 있고, 여러 경쟁력이 있는 것도 분명합니다.

또 더 나아가 앞서 언급한 다중 특이성 신약 개발을 위한 새로운 모달리티(modality)를 개발해 약물 효능은 증가시키고 독성은 줄이는 노력도 분명히 더 많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정확한 질환과 인간 유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모달리티를 이용해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케미스트리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관점에서 ELT(Encoded Library Technology) 스크리닝 장점이 분명 존재합니다.  또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신약 연구개발 환경에서 ELT 부재는 글로벌 경쟁력 저하라는 의미도 포함됩니다.  '퀼리티 리드' 즉 최상의 선도물질이라는 결과를 줄 수 있는 ELT를 산학연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갖춰야 하는 당위성은 무엇인지요.

-제가 처음 ELT를 접한 것이 지난 2008년 GSK에서 RIP1 키나아제(kinase) 연구를 시작할 때입니다. 2007년 GSK가 ELT를 보유한 회사인 프래시스(Praecis)를 인수하면서 유효물질(히트)을 찾기 위해 내부적으로 ELT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ELT 도입 이전에는 여러 방법들이 있었고, 그 중 고속대량약물검색 시스템인 HTS를 주로 사용했지만 HTS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GSK 내부에서도 새롭게 ELT를 도입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결론적으로, ELT를 통해 의미 있는 히트를 찾았고 불과 넉 달도 안돼 전임상 후보물질(preclinal candidate)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매우 빠른 전개였습니다. ELT라는 새로운 스크리닝 방법을 통해 새롭고 특이한 히트를 찾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사실 저분자화합물 경우에는 처음 히트를 찾고 이어서 좋은 선도물질(lead)에서 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즐겨 쓰는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100미터 경주에서 제가 어떤 이유로 인해 50미터 선상에서 출발한다면 그 경주는 0미터 출발점에서 스타트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결승점에 도착하는 유리한 상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퀼리티 리드’를 찾을 수 있을까요. 요즘 인공지능(AI)을 이용해서 찾고자 하는 노력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신약개발 관련 AI 기술은 계속 나아지겠지만 현재는 아직 한계가 있고, 많은 경우에 있어 아직까지는 HTS, ELT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에 의존하게 됩니다. HTS 접근이 어렵다면 후발 주자 경우에는 특허에서 출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HTS 경우에서도 한국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미국에 연구기반을 갖춘 글로벌 회사들은 보통 2백만개 정도의 화합물 라이브러리(compound library)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스크리닝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더욱 기울입니다.

절대적으로 연구비가 부족한 한국 경우에는 지금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넓히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봅니다. 따라서 제 개인적인 생각은 지금이라도 ELT를 갖추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한 회사가 각자 마련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정부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구심점 역할을 갖고, 여러 회사들이 조인트 형태로 함께 개발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개발된 ELT를 국내 회사들이 실질적인 비용만을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국내 신약 개발에 더욱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ELT를 좀 더 이해하면, 물질을 만들어서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만든 물질들을 빠르게 스크리닝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 임일 알 수가 있습니다.

목암연구소가 물질을 만드는 인력과 시설은 부족하지만 스크리닝은 감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ELT를 이용해 히트를 찾고, SAR(Structure-Activity Relationship)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한 일입니다. 현재 한국 제약회사들도 ELT에 관심이 많지만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기에 중국이나 미국 CRO를 이용해서 추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이유들만 보더라도 더 늦기 전에 국가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에 공감하는 연구소와 회사들은 이제라도 뭉쳐서 함께 추진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Q. 정소장님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종 목표인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창출하기 위한 연구개발 여정 최일선 위치에서 헌신하는 연구 리더이자 연구자 동료, 그리고 멘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연구 활동에 있어 녹록하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젊은 신약개발 연구자 분들께 조언과 격려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에도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를 통해 젊은 세대, 즉 후배들을 위한 여러 자리와 활동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주니어 연구자 위치에 있을 때 많은 선배님들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신약 개발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여러 전공자들이 모여서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모으고 바로 해석하고, 전략을 수정하면서 최종 목표에 다가가는 어렵고 힘든 작업입니다. 따라서 서로 돕고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 발전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후배 연구자 분들께는 본인 전문 분야에서 꾸준하게 실력을 키우고, 적극적으로 주위에 좋은 분들을 찾아 다니면서 배우고, 새롭고 도전적인 일을 즐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긴 여정의 일이기에 조급함 보다는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후 선배 위치에 섰을 때,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일을 한다면 한국 신약 개발의현장이 더욱 훈훈해 지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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