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 용량 결정에 ‘임상 약리’ 활용 필요성 크다”
‘노출 반응 관계’ 통해 여러 요소 고려된 차이점 확인 가능
입력 2019.08.23 13:30 수정 2019.08.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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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충북 오송 C&V 센터에서 개최된 DIA-NIFDS 워크샵에서 안해영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신약 개발 시 적절한 용량(dose)을 결정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환자 중심의 임상 약리(patient centric clinical pharmacology)’ 활용 필요성이 강조돼 눈길을 끈다.

22일 충북 오송 C&V 센터에서 개최된 ‘DIA-NIFDS 워크샵’에서는 과거 FDA에 근무했던 안해영 박사(현 AhnBio 대표, 사진)가 ‘투여량 및 투여 요법에 영향을 미치는 환자 중심 약물 개발 및 승인 요인’에 대해 강의했다.

안 박사에 따르면, FDA는 신약을 허가할 때 크게 세 가지를 평가한다. 먼저 이 약이 위약 대비 효과가 있는지와, 이 약이 얼마나 안전한가와, 출시하려고 하는 용량이 적당한지이다.

안 박사는 “적절한 용량을 찾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신약 개발을 하는 제약사에서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이 약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것이다. 사실 용량이 적당한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심이 덜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적절한 용량 결정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안 박사는 그 해답이 ‘환자 중심의 임상 약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안 박사는 “모든 약은 이종성(heterogeneous)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환자 중심의 임상 약리다. 임상 약리를 가지고 정상인과 환자가 같은 약을 복용했을 때 혈중 농도에 차이가 있는지, 신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용량 결정에 임상 약리를 활용함으로써 얻는 가장 큰 이점은 노출 반응 관계(exposure response relationship)를 통해 어느 정도의 가이딩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 노출 반응이란 무엇일까. 안 박사는 “여기서 노출은 용량도 될 수 있고, 혈중 농도도 될 수 있다. 이처럼 어떠한 노출과 체내 반응의 관계가 곧 노출 반응 관계”라고 설명했다.

단, 약물의 최적 복용량은 적응증마다 달라진다. 보통 항암제 같은 경우는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인 만큼 독성보다 효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독성이 나타나도 용량을 높게 잡으려 한다는 것. 그러나 비아그라와 같은 경우는 독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도록 용량을 아래로 설정한다.

안 박사는 과거 FDA의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노출 반응이 영향을 미쳤던 몇 가지 경우를 소개했다.

첫 번째 사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로수바스타틴(상품명: 크레스토)이었다. 허가 신청 초기에는 10-80mg의 용량을 가지고 신청했다. 그러나 이후 80mg은 제외한 후, 20mg과 40mg만을 신청했다는 것.

그러나 FDA는 이를 쉽게 허가할 수 없었다. 임상 데이터를 보면 약효는 대부분 80mg에서 발현됐다. 따라서 FDA 입장에서는 20mg과 40mg는 효과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두 용량을 더해올 것을 요구했다. 또 신장 독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애 대한 자료 보완 제출을 요구했다. 결국 허가 제출 1년 후 5-40mg으로 허가를 받았다.

안 박사는 “이 사례는 개발사에서 효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안전성은 보지 않은 사례”라며 “로수바스타틴 5mg은 이미 판매되고 있던 모든 스타틴보다 효과가 높았다. 그러나 ‘수퍼’ 스타틴을 탄생시키고 싶은 마음에 효과를 강조한 10-80mg의 용량을 신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80mg의 용량은 적합하지 않았다. 횡문근융해증(rhabdomyolysis) 및 신장 독성 관련 이슈에서도 80mg의 용량은 과도한 독성 레벨을 나타냈다. 따라서 40mg이 최대한의 용량으로 정해졌다고 안 박사는 밝혔다.

사노피 젠자임이 개발한 고셔병 치료제 엘리글루스타트(상품명: 세레델가)를 허가할 때는 또 다른 방향의 이슈가 존재했다.

엘리글루스타트는 CYP2D6 유전형 검사상 관련 대사가 느린 대사자(Poor metabolizer), 중간 대사자(Intermediate metabolizer), 빠른 대사자(Extensive metabolizer)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이들 중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빠른 대사자였고, 8-10%가 중간 대사자, 5-10%가 느린 대사자였다.

안 박사는 “문제는 이들이 다형성(polymorphism)에 대한 대사가 너무 달라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용량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가 FDA 내에서는 엄청난 숙제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엘리글루스타트는 QT 간격 연장(QT interval prolongation)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약물상호작용(DDI)을 통해 혈중 농도가 올라가면 이에 대한 심장 독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다.

다행히도 개발사는 임상을 하는 동안 모든 환자들에게 플라즈마(plasma) 샘플을 채취했고, 모든 용량에 대해 플라즈마 레벨 테스트를 했다. 또 여러 모델링 시뮬레이션도 시행했으며, 이와 효과 데이터까지 종합한 결과를 놓고 용량을 결정했다. 느린 대사자는 100mg/일, 중간 및 빠른 대사자는 100mg/일 2회로 결정됐다.

안 박사는 “이처럼 사람에 따라서, 또 외적 요인에 따라서 용량을 결정해야 할 때도 있는 만큼 많은 요인 고려가 필요하다. 출시 후 적절한 복용량을 안내하기 위해서는 효능 뿐만 아니라 안전성에 대한 노출 반응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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