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자누비아, FDA 권고를 ‘무시’한 까닭은?
통합 모델링․시뮬레이션 통한 변수예측…권고보다 고용량 사용
입력 2019.08.22 09:00 수정 2019.08.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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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P-4 억제제 계열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서 전 세계 임상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머크의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의 임상시험 개발 단계를 들여다보면 다소 괄목할 만한 일화가 있다. 

임상시험 스폰서인 머크와 규제당국인 미국 FDA가 임상2상 종료 후 열린 회의에서 머크가 임상3상 약물 용량에 대한 FDA 권고를 따르지 않았던 것.

임상3상의 적정 약물 용량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FDA는 머크가 제출한 2상 결과 데이터를 근거로 50mg 용량 사용을 공식적으로 권고했다. 이에 대해 머크는 50mg 대신 100mg과 200mg 용량 사용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FDA 권고에 정면으로 반하는 자세를 취했다.

2019년 DIA-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NIFDS) 공동워크숍에서 연자로 나선 아스트라제네카 고희종 이사는 “개인적으로 다국적 제약사에서 수십 년 간 근무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미국 FDA가 권고한 용량을 따르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자누비아의 개발 여정은 주목할 만한 경우”라고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 고희종 이사

당시 권고에 대해 FDA는 치료의향(ITT) 분석에 의한 임상2상 결과를 보면 50mg QD(1일1회)와 100mg QD의 유효성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았고, 또한 용량이 높아질수록 안전성 이슈도 역시 높아졌기에 50mg가 유효하고 안전한 용량이라고 주장했다.

고희종 이사는 “머크는 FDA로부터 만약 용량 증가와 관련한 안전성 이슈가 발견된다면 임상3상 진행이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받았다”고 당시 상황이 심각했음을 전했다.

이와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머크가 자신 있게 3상 용량 증가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이유는 개념증명을 포함하는 임상 초기 단계부터 자체적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갖고 통합 기반의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고 이사는 “현재는 통계적 의미를 부여하는 p값에 의거한 신약개발 보다는 ‘총체적 근거(totality of evidence)에 의거한 신약개발을 더 강조한다”며 “자누비아 개발 여정에서 머크는 총체적 근거의 확보를 바탕으로 용량 증가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임상2상의 1차 평가변수뿐만 아니라 2차 평가변수, 그리고 탐색적 평가변수까지 모두 포함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서 회사는 3상 진행에 대한 자체적 주장을 펼쳤다.

예로 임상2상에서 종료점인 12주 시점에서 기간을 연장해 치료적 프로토콜에 의한 데이터를 추가적으로 확보했고, 이를 하위변수로 분석했다. 그 결과 100mg 용량이 50mg 보다 더 유효함을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한 머크는 개념증명이라는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PK/PD와 같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했다. 약물의 억제 목표 80%를 도달하기 위해 100nmol/ℓ을 유지해야 한다면 축적된 PK 모델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타깃 유효 농도가 100mg이라는 자체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200mg 용량을 주장한 배경으로는 그 당시 널리 쓰이던 소위 ‘스탠더드’ 약물이던 글리피짓의 유효성 데이터가 고려됐다. 임상2상에서 글리피짓은 당화혈색소를 평균 1.0% 낮춘 반면 25mg BID(1일2회)와 50mg BID의 2상 데이터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당화혈색소 감소라는 치료적 우위와 당뇨치료제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확보하기 위해서 머크가 치료 프로토콜 기반의 임상3상에서 200mg 용량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전문가 컨센서스 견해는 설득력이 다분히 있다.

결론적으로, 통합적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활용해서 임상시험의 평가변수를 예측하고, 이를 통해 신약 개발의 성공여부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했던 자누비아에 사례를 소개한 고 이사는 “신약 개발의 여정에서 FDA와 협의하면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국내 회사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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