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경척수염 등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 신약에 대한 합리적인 급여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회에서 한 목소리로 제기됐다.
국립암센터 김호진 신경과 교수(대한신경면역학회 회장)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증 암 및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임상현장에서 본 환자접근성에 기여한 경평생략제도 및 정책 제언’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해당 토론회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공동 주최로 마련한 자리다.
김호진 교수는 시신경척수염 치료제 급여 등재 현황을 사례로 경제성평가 자료제출생략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경평생략제도는 건강보험 등재가 어려운 희귀질환치료제의 급여 지연을 방지하고, 신약 접근성 제고를 위해 도입됐으나, 실제로 환자들은 신약을 쓰고 싶어도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희귀 자가면역질환인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NMOSD)은 중추신경계의 염증성 탈수초 질환으로 뇌, 시신경 또는 척수를 주로 침범하는 특징을 지닌다. 환자의 90%가 여성인데다 평균 발병 나이가 가임기인 30~40세여서 임신과 출산을 염두에 두는 여성들이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재발이 반복되는 경우 5년 이내 대다수 환자(62%)가 시력 소실을 경험하고, 환자의 절반은 휠체어를 타야 할 정도로 운동 기능을 상실한다. 1년 이상 재발하지 않는 환자보다 연간 직접적인 치료 비용 및 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이 4배 더 높은 상황이다.
김호진 교수는 “시신경척수염은 가정과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인데다, 한 번 진행된 신경손상은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초기부터 체계적인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며 “초기부터 재발 예방 및 치료에 최적화된 치료 옵션을 선택해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개인의 질환 부담을 비롯해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 신약이 경평생략제도를 통해 건강보험에 등재돼 제한적 급여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엔스프링(사트랄리주맙)의 경우 최근 2개월 이내 적어도 2번(최근 1년 이내 1번 포함)의 증상 재발이 있어야 급여가 가능하다. 솔리리스(에쿨리주맙)는 최근 1년 이내 적어도 2번의 증상 재발 또는 최근 2년 이내 적어도 3번(최근 1년 이내 1번 포함)의 증상 재발이 있어야 급여가 적용된다. 즉, 한 번 질환이 진행돼 신경이 손상되면 회복이 안되는 질환임에도 증상 재발이 있어야 신약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시신경척수염 치료제로 정식 허가 받은 약제들의 건강보험 등재에도 불구, 급여기준에 따라 허가초과 약제 사용 후 재발로 인한 비가역적 장애를 겪고 나서야 정식 허가 받은 신약 사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효과적인 치료제를 조기에 사용해 재발을 예방하는 것이 의료‧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희귀질환 신약의 급여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경평생략제도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보다 유연하고 전향적인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희귀질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과도한 사후근거 생성 등의 요구는 치료제 도입의 허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을 제한한다”며 “경평생략제도를 통과한 약제에 대해서는 환자들의 치료 기회 보장과 조기 치료, 재발 예방을 통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하는 방향으로 합리적 급여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신경척수염 환우인 박보람 씨는 자신의 투병 경험을 털어놓으며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 치료 기회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씨는 현재 허가초과약제인 ‘리툭시맙’을 투여하고 있다. 문제는 한 번에 5시간 정도 맞아야 하는 주사 치료인 리툭시맙을 투여 시, 목이나 기관지가 붓고 호흡곤란을 겪는다는 것. 2년 전부터 해당 부작용을 겪고 있는 그는 신약이 출시됐다는 소식에 약을 바꾸고 싶었으나 재발이 있어야 급여가 가능한 ‘제한적 급여기준’ 때문에 약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부작용을 경험하면서 여전히 리툭시맙을 투여하고 있다는 그는 “약이라는 게 사람을 건강하게 해주기 위해 만든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왜 나를 다 죽어가게 만든 다음 산소호흡기를 끼워주려고 하는 방식인지 이해도 안되고 속상하고 허무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환우들이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신약을 쓰게 해주는 게 환우 본인과 가족, 사회적 비용을 더 많이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우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정부 측 토론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박희연 사무관은 당장의 속도있는 개선은 장담할 수 없지만 환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책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박희연 사무관은 “건강보험 재정을 적재적소에 쓰기 위한 노력들이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었다. 그렇다보니 비용효과성과 임상적 유용성을 검토하기 위한 여러 방식이 제도 안에 녹아 있다”며 “정말 죄송하지만 절차 운영의 개선이 생각만큼 빨리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오늘 말씀하신 내용들은 정부가 도움드릴 수 있도록 분명히 검토를 할 것이고, 어떤 조치와 제도 개선을 하더라도 환자 접근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겠다. 검토가 오래 걸리더라도 꼭 환자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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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김호진 신경과 교수(대한신경면역학회 회장)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증 암 및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임상현장에서 본 환자접근성에 기여한 경평생략제도 및 정책 제언’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해당 토론회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공동 주최로 마련한 자리다.
김호진 교수는 시신경척수염 치료제 급여 등재 현황을 사례로 경제성평가 자료제출생략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경평생략제도는 건강보험 등재가 어려운 희귀질환치료제의 급여 지연을 방지하고, 신약 접근성 제고를 위해 도입됐으나, 실제로 환자들은 신약을 쓰고 싶어도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희귀 자가면역질환인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NMOSD)은 중추신경계의 염증성 탈수초 질환으로 뇌, 시신경 또는 척수를 주로 침범하는 특징을 지닌다. 환자의 90%가 여성인데다 평균 발병 나이가 가임기인 30~40세여서 임신과 출산을 염두에 두는 여성들이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재발이 반복되는 경우 5년 이내 대다수 환자(62%)가 시력 소실을 경험하고, 환자의 절반은 휠체어를 타야 할 정도로 운동 기능을 상실한다. 1년 이상 재발하지 않는 환자보다 연간 직접적인 치료 비용 및 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이 4배 더 높은 상황이다.
김호진 교수는 “시신경척수염은 가정과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인데다, 한 번 진행된 신경손상은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초기부터 체계적인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며 “초기부터 재발 예방 및 치료에 최적화된 치료 옵션을 선택해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개인의 질환 부담을 비롯해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 신약이 경평생략제도를 통해 건강보험에 등재돼 제한적 급여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엔스프링(사트랄리주맙)의 경우 최근 2개월 이내 적어도 2번(최근 1년 이내 1번 포함)의 증상 재발이 있어야 급여가 가능하다. 솔리리스(에쿨리주맙)는 최근 1년 이내 적어도 2번의 증상 재발 또는 최근 2년 이내 적어도 3번(최근 1년 이내 1번 포함)의 증상 재발이 있어야 급여가 적용된다. 즉, 한 번 질환이 진행돼 신경이 손상되면 회복이 안되는 질환임에도 증상 재발이 있어야 신약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시신경척수염 치료제로 정식 허가 받은 약제들의 건강보험 등재에도 불구, 급여기준에 따라 허가초과 약제 사용 후 재발로 인한 비가역적 장애를 겪고 나서야 정식 허가 받은 신약 사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효과적인 치료제를 조기에 사용해 재발을 예방하는 것이 의료‧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희귀질환 신약의 급여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경평생략제도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보다 유연하고 전향적인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희귀질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과도한 사후근거 생성 등의 요구는 치료제 도입의 허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을 제한한다”며 “경평생략제도를 통과한 약제에 대해서는 환자들의 치료 기회 보장과 조기 치료, 재발 예방을 통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하는 방향으로 합리적 급여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신경척수염 환우인 박보람 씨는 자신의 투병 경험을 털어놓으며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 치료 기회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씨는 현재 허가초과약제인 ‘리툭시맙’을 투여하고 있다. 문제는 한 번에 5시간 정도 맞아야 하는 주사 치료인 리툭시맙을 투여 시, 목이나 기관지가 붓고 호흡곤란을 겪는다는 것. 2년 전부터 해당 부작용을 겪고 있는 그는 신약이 출시됐다는 소식에 약을 바꾸고 싶었으나 재발이 있어야 급여가 가능한 ‘제한적 급여기준’ 때문에 약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부작용을 경험하면서 여전히 리툭시맙을 투여하고 있다는 그는 “약이라는 게 사람을 건강하게 해주기 위해 만든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왜 나를 다 죽어가게 만든 다음 산소호흡기를 끼워주려고 하는 방식인지 이해도 안되고 속상하고 허무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환우들이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신약을 쓰게 해주는 게 환우 본인과 가족, 사회적 비용을 더 많이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우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정부 측 토론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박희연 사무관은 당장의 속도있는 개선은 장담할 수 없지만 환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책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박희연 사무관은 “건강보험 재정을 적재적소에 쓰기 위한 노력들이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었다. 그렇다보니 비용효과성과 임상적 유용성을 검토하기 위한 여러 방식이 제도 안에 녹아 있다”며 “정말 죄송하지만 절차 운영의 개선이 생각만큼 빨리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오늘 말씀하신 내용들은 정부가 도움드릴 수 있도록 분명히 검토를 할 것이고, 어떤 조치와 제도 개선을 하더라도 환자 접근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겠다. 검토가 오래 걸리더라도 꼭 환자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