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강화 추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의대생들은 전공을 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원인 중 하나가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로 확인되면서 정부와 국회가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7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죄와 벌: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가?’ 토론회에서 의료계와 정부, 국회 관계자들이 의사 형벌화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우선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필수의료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필수의료특례법 제정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국내 의료과실 형벌화 현황에 대해 “전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건수 중 전문직은 22.7%이며, 이 중 의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73.9%”라며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가 시행된 2012년에는 업무상과실치상 3557%, 업무상과실치사 192.7%가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우 소장은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가 입법취지와는 달리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법적 책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도의 실효성과 관련 제도의 지속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필수의료인 기피진료 과목이나 의사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진료과에서 장애, 사망으로 인한 의료분쟁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해외 여러 국가들은 국내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은 2017~2018년 의료행위로 인한 중과실치사로 경찰에 접수된 151개 사례 중 의사는 37명이었으며, 이 중 검찰 기소 결정은 연평균 0.8명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의료행위 관련 중과실치상은 약물 과다 처방과 사용 위반의 경우일 뿐, 수술 또는 술기상으로 처벌받은 경우는 없었다. 독일 또한 검사에게 제출된 독일 전역 법의학 감정서 4450건을 분석한 결과, 사망의 경우 의료과실과 인과관계가 인정된 건수는 4.2%인 189건에 그쳤다. 일본은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기소율이 1999~2010년에는 22.6%였지만, 2011~2015년에는 6.5%로 크게 줄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검찰에 입건송치된 의사 수도 연평균 8.7% 감소했다.
우 소장은 “한국의 의사 1인당 연간 기소건수는 일본의 265배, 영국의 895배”라며 “영미법에선 의료과실로 인한 형사처벌보다는 손해배상과 면허관리기구를 통한 행정처분을 내리며, 대륙법에선 경찰조사 단계부터 기소 자제로 의료분쟁 당사자 및 진료 환자의 진료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의사 형벌화 경향이 필수의료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필수의료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위기에 처했다”면서 “의대생도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질까 두려워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대생 2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아청소년과 50.4% △흉부외과 47.2% △산부인과 34.6% △외과 14.6% △응급의학과 8.5% 등 필수의료 과목을 기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021년 의협 회원 1159명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선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 원인을 묻는 질문에 15.8%가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를 꼽았다. 이는 1위인 ‘낮은 의료수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국가가 필수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서도 의사들은 ‘의료수가 정상화’에 이어 ‘필수의료 사고로 발생하는 민‧형사적 처벌 부담 완화’라고 답했다. 이를 위해선 ‘의료사고 특례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과반을 넘겼다.
우 소장은 “필수의료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필수의료특례법 제정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의사의 의료과실 범죄화를 개선해야 한다”며 “검찰과 경찰은 의료사고 전담부서를 설치해 기소권 남용을 제한하고, 법원에서도 판례가 필수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신현영 의원은 자신의 법안 제정 경험을 바탕으로 ‘징벌적 처벌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을 100%로 하는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책임법’과 착한사마리아인법으로 불리는 ‘응급의료법 개정안’, 응급실 폭력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을 대표발의했다. 올해는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필수의료를 제공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3년마다 필수의료 실태조사를 실시해 붕괴현상이 심한 지역의 대안 마련 등을 골자로 한 필수의료 제정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신 의원은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을 강화해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들을 징벌적 정죄하는 방식이 아닌, 그들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도록 하는 의료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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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필수의료 강화 추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의대생들은 전공을 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원인 중 하나가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로 확인되면서 정부와 국회가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7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죄와 벌: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가?’ 토론회에서 의료계와 정부, 국회 관계자들이 의사 형벌화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우선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필수의료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필수의료특례법 제정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국내 의료과실 형벌화 현황에 대해 “전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건수 중 전문직은 22.7%이며, 이 중 의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73.9%”라며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가 시행된 2012년에는 업무상과실치상 3557%, 업무상과실치사 192.7%가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우 소장은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가 입법취지와는 달리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법적 책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도의 실효성과 관련 제도의 지속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필수의료인 기피진료 과목이나 의사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진료과에서 장애, 사망으로 인한 의료분쟁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해외 여러 국가들은 국내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은 2017~2018년 의료행위로 인한 중과실치사로 경찰에 접수된 151개 사례 중 의사는 37명이었으며, 이 중 검찰 기소 결정은 연평균 0.8명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의료행위 관련 중과실치상은 약물 과다 처방과 사용 위반의 경우일 뿐, 수술 또는 술기상으로 처벌받은 경우는 없었다. 독일 또한 검사에게 제출된 독일 전역 법의학 감정서 4450건을 분석한 결과, 사망의 경우 의료과실과 인과관계가 인정된 건수는 4.2%인 189건에 그쳤다. 일본은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기소율이 1999~2010년에는 22.6%였지만, 2011~2015년에는 6.5%로 크게 줄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검찰에 입건송치된 의사 수도 연평균 8.7% 감소했다.
우 소장은 “한국의 의사 1인당 연간 기소건수는 일본의 265배, 영국의 895배”라며 “영미법에선 의료과실로 인한 형사처벌보다는 손해배상과 면허관리기구를 통한 행정처분을 내리며, 대륙법에선 경찰조사 단계부터 기소 자제로 의료분쟁 당사자 및 진료 환자의 진료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의사 형벌화 경향이 필수의료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필수의료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위기에 처했다”면서 “의대생도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질까 두려워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대생 2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아청소년과 50.4% △흉부외과 47.2% △산부인과 34.6% △외과 14.6% △응급의학과 8.5% 등 필수의료 과목을 기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021년 의협 회원 1159명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선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 원인을 묻는 질문에 15.8%가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를 꼽았다. 이는 1위인 ‘낮은 의료수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국가가 필수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서도 의사들은 ‘의료수가 정상화’에 이어 ‘필수의료 사고로 발생하는 민‧형사적 처벌 부담 완화’라고 답했다. 이를 위해선 ‘의료사고 특례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과반을 넘겼다.
우 소장은 “필수의료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필수의료특례법 제정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의사의 의료과실 범죄화를 개선해야 한다”며 “검찰과 경찰은 의료사고 전담부서를 설치해 기소권 남용을 제한하고, 법원에서도 판례가 필수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신현영 의원은 자신의 법안 제정 경험을 바탕으로 ‘징벌적 처벌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을 100%로 하는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책임법’과 착한사마리아인법으로 불리는 ‘응급의료법 개정안’, 응급실 폭력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을 대표발의했다. 올해는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필수의료를 제공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3년마다 필수의료 실태조사를 실시해 붕괴현상이 심한 지역의 대안 마련 등을 골자로 한 필수의료 제정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신 의원은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을 강화해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들을 징벌적 정죄하는 방식이 아닌, 그들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도록 하는 의료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