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와 지역별 공공의료 편차 등의 해결책에 대한 주장이 극명히 갈렸다. 보건행정 전문가들은 '의사 인력 확충'을, 의료계는'의료인 처우 개선'을 주장했고 보건복지부는 의사 인력 확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보건행정학회는 2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23 전기 학술대회의 메인 세션으로 '대한민국 의사인력 정책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윤석준 교수(고려대)가 토론 좌장을 맡았고, 대한중소병원협회 김태완 정책부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 민승기 보험부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김진현 교수(서울대), 최병호 전 교수(서울시립대), 보건복지부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에서 긴급응급질환과 중증질환 환자가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현실의 어려움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했다. 다만 그 타개책으로 의사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과 현장 의료인에 대한 처우 개선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서울대학교 김진현 교수는 의사와 환자의 수요 공급 격차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사 인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타적 독점권을 지닌 '면허 제도'의 본질은 부자격자에 의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이지 원천적으로 면허의 개수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인력 수급에 있어 확실한 정책을 집행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 송영수 과장은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 등의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송 과장은 "필수의료 및 지방 의료 인력 부족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 인력의 절대적인 구조 문제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여러 계기를 통해 의사 인력을 확충하고 현재 인력의 효율적 활용 및 배치를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소 10년 뒤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문제 해결은 힘들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다가올 미래에는 더 큰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현명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의료계에선 현장 의료인의 처우를 개선하는 정책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민승기 부회장은 '단순 의사 수 확충'보다 '인력 재배치'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좋지만 지역 간극이 커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며 "의사 인력 재배치가 시급하고 그 이후 의대 증원 등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역시 "과연 의대 증원이 사회보건시스템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일까"라고 반문하며 “필수의료와 지역 공공의료 수급 부족은 '근로 조건 개선'이 동반돼야 하고, 그에 따른 정책 리더쉽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윤석준 교수는 “한국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보다 적다”는 OECD의 '2022 한국 경제 조사 보고' 내용을 언급하며 패널들에 동의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강 회장은 즉각 "국가별로 보건의료체계가 다르다는 맥락을 고려해 비교해야 한다"며 통계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김 교수는 "다양한 의료시스템을 가진 국가들의 평균치를 보는 통계이기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나라 1인당 의료 이용량은 OECD국가의 2.5배 정도 되는데, 의사 수는 OECD 국가의 23~25% 수준에 불과하다"며 "2008년도 도시근로자의 3.5배였던 의사 임금이 2018년 6.2배로 늘어났고 상승 추세 속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당장 1980년대와 1990년대(의대 정원 감축 이전) 배출됐던 의사 인력이 한꺼번에 은퇴하는 향후 10년 내 인력 문제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서울시립대 최병호 교수도 의사들의 수입이 OECD 보고서 상 OECD 국가의 2배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의 물가상승률 감안 실질 총 진료비는 2.4배 증가했는데, 의사 수는 1.5배 증가했다"며 "의사 수입이 계속 많아지니까 의사협회는 파이가 줄어드는 걸 막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민 교수는 "모든 수익이 다 의사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며, 임대료나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이 증가한 부분을 감안해달라"고 응답했다. 또 "필수의료와 중증의료에 대한 수요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다고 본다"며 "이는 미용 성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인데, 과연 의사 수를 늘렸을 때 지금 문제가 되는 필수의료나 중증의료의 수요를 따라갈 수 있을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부족하지 않지만 개두술 등 응급 뇌출혈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는 부족하다는 데이터에 대해선 전문가와 의료계 모두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전문가 측은 전공의 TO 결정 방식에, 의료계는 중증의료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전공의 TO를 결정하는 방식에 복지부가 적극 개입해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재 시장 수요 변화를 신속히 반영 못하고, 기존 병원과 기존 과목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부 분과의 불균형도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민 교수는 "올해 비뇨의학과는 전문의 50명을 겨우 채웠는데, 성형외과 전문의 수는 훨씬 많다"며 "중증의료 전문의나 정신과 의사가 개원을 선택하는 건 정부의 정책적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송 과장은 "전문과목별 적정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 전문의 배정 단계부터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전문과목별 의료이용량과 질병양상의 변화, 육성 필요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전문과목별 전문의를 조정하고 지역별 수급 격차 완화를 위해 지역에서 수련 받을 수 있도록 수련 환경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의사 인력 확충과 함께 현재 인력 재배치 문제를 병행 추진하고 있다. 그는 "병원에서 필수의료인력을 충분히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필수의료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보상을 주는 등 투트랙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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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행정학회는 2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23 전기 학술대회의 메인 세션으로 '대한민국 의사인력 정책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윤석준 교수(고려대)가 토론 좌장을 맡았고, 대한중소병원협회 김태완 정책부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 민승기 보험부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김진현 교수(서울대), 최병호 전 교수(서울시립대), 보건복지부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에서 긴급응급질환과 중증질환 환자가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현실의 어려움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했다. 다만 그 타개책으로 의사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과 현장 의료인에 대한 처우 개선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서울대학교 김진현 교수는 의사와 환자의 수요 공급 격차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사 인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타적 독점권을 지닌 '면허 제도'의 본질은 부자격자에 의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이지 원천적으로 면허의 개수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인력 수급에 있어 확실한 정책을 집행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 송영수 과장은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 등의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송 과장은 "필수의료 및 지방 의료 인력 부족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 인력의 절대적인 구조 문제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여러 계기를 통해 의사 인력을 확충하고 현재 인력의 효율적 활용 및 배치를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소 10년 뒤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문제 해결은 힘들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다가올 미래에는 더 큰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현명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의료계에선 현장 의료인의 처우를 개선하는 정책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민승기 부회장은 '단순 의사 수 확충'보다 '인력 재배치'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좋지만 지역 간극이 커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며 "의사 인력 재배치가 시급하고 그 이후 의대 증원 등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역시 "과연 의대 증원이 사회보건시스템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일까"라고 반문하며 “필수의료와 지역 공공의료 수급 부족은 '근로 조건 개선'이 동반돼야 하고, 그에 따른 정책 리더쉽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윤석준 교수는 “한국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보다 적다”는 OECD의 '2022 한국 경제 조사 보고' 내용을 언급하며 패널들에 동의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강 회장은 즉각 "국가별로 보건의료체계가 다르다는 맥락을 고려해 비교해야 한다"며 통계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김 교수는 "다양한 의료시스템을 가진 국가들의 평균치를 보는 통계이기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나라 1인당 의료 이용량은 OECD국가의 2.5배 정도 되는데, 의사 수는 OECD 국가의 23~25% 수준에 불과하다"며 "2008년도 도시근로자의 3.5배였던 의사 임금이 2018년 6.2배로 늘어났고 상승 추세 속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당장 1980년대와 1990년대(의대 정원 감축 이전) 배출됐던 의사 인력이 한꺼번에 은퇴하는 향후 10년 내 인력 문제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서울시립대 최병호 교수도 의사들의 수입이 OECD 보고서 상 OECD 국가의 2배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의 물가상승률 감안 실질 총 진료비는 2.4배 증가했는데, 의사 수는 1.5배 증가했다"며 "의사 수입이 계속 많아지니까 의사협회는 파이가 줄어드는 걸 막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민 교수는 "모든 수익이 다 의사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며, 임대료나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이 증가한 부분을 감안해달라"고 응답했다. 또 "필수의료와 중증의료에 대한 수요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다고 본다"며 "이는 미용 성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인데, 과연 의사 수를 늘렸을 때 지금 문제가 되는 필수의료나 중증의료의 수요를 따라갈 수 있을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부족하지 않지만 개두술 등 응급 뇌출혈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는 부족하다는 데이터에 대해선 전문가와 의료계 모두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전문가 측은 전공의 TO 결정 방식에, 의료계는 중증의료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전공의 TO를 결정하는 방식에 복지부가 적극 개입해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재 시장 수요 변화를 신속히 반영 못하고, 기존 병원과 기존 과목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부 분과의 불균형도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민 교수는 "올해 비뇨의학과는 전문의 50명을 겨우 채웠는데, 성형외과 전문의 수는 훨씬 많다"며 "중증의료 전문의나 정신과 의사가 개원을 선택하는 건 정부의 정책적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송 과장은 "전문과목별 적정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 전문의 배정 단계부터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전문과목별 의료이용량과 질병양상의 변화, 육성 필요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전문과목별 전문의를 조정하고 지역별 수급 격차 완화를 위해 지역에서 수련 받을 수 있도록 수련 환경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의사 인력 확충과 함께 현재 인력 재배치 문제를 병행 추진하고 있다. 그는 "병원에서 필수의료인력을 충분히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필수의료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보상을 주는 등 투트랙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