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지 주목된다. 일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의 입법을 의사단체, 환자단체를 비롯한 여러 보건의료단체들이 목청 높여 ‘반대’를 외치고 있기 때문. 이유는 하나다. 이 법이 국민의 편의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보험사의 배를 불릴 ‘악법’이라는 성토가 국회 토론회장 곳곳에서 쏟아졌다. 만에 하나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관련 국회의원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지난 16일 법안1소위에서 통과시킨 이 법안의 통과 유무가 보험업계와 의료계 담장을 넘어 사회적 관심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보험업법 개정안 논란 청구간소화인가, 의료정보보호 해제인가’ 긴급토론회에선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참여연대 등 각종 보건의료 및 사회단체와 환자단체가 모여 실손보험 청구화법이 불러올 파장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논의했다. 토론회장은 발제자와 토론자, 청중을 떠나 많은 이들이 보험사의 편파적인 실손보험 지급 행태와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 법안이 의료민영화로 향하는 길을 터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첫 발제자인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민영보험사 포괄적 개인진료정보 강제전송 왜 문제인가’를 주제로 다루면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의 목적을 소비자 편의 증가라고 말하지만, 정확하게는 의료기관의 진료정보를 전산으로 자동수취하는 것”이라며 “이 법안은 ‘민영보험과 의료기관 간 자동전산청구’ 법안이자, ‘민영보험사의 개인진료정보 강제전송(진료기록 갈취)’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보험사 주도의 ‘심사평가’와 ‘진료내역의 전산전송’ 등의 요구가 이미 14년 전부터 이어져 왔으나, 한국의 보편건강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의 내실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의료민영화’를 위한 민간보험사의 민원사항으로 분류돼 왔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청구 간소화법이 환자의 진료정보를 보험사가 전산으로 축적할 수 있는 위험성은 물론, 개인건강정보의 축적과 유출, 민영보험사가 국민건강보험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형 보험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러 문제를 담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의료기관에 보험회사로의 자료전송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미국식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라고 일갈했다. 또 보험사의 전산시스템 운영은 개인질병정보 집적을 합법화하는 것으로,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는 데다 누출 위험성마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이 되는 것은 사설인 제2의 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설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보험개발원은 20곳의 손해보험회사와 22개의 생명보험회사가 회원사로 가입한 법안단체로, 보험금 지급에 충당되는 보험료를 결정하는 요율 산출 역할을 맡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보험사 이익에 앞서 국민 편의성을 고려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 위원장은 “한국의 재난적의료비 비율은 7.5%로 일본의 2.4%와 비교되며, 가계의료비 직접부담을 초래한다”며 “정상적인 국가 정책은 OECD 평균수준의 보장율로 국민건강보험을 강화하고, 최소 주변국(일본) 수준의 재난적의료비 발생이 가능한 보편적 건강보장제도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손의료보험이 비급여팽창의 가장 큰 원인인 만큼, 이를 활성화하는 것은 한국의료제도와의 방향성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실손의료보험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보건복지부에서 주도하는 것이 적합하며, 민간보험사의 이해관계에서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이찬진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변호사)은 진료정보를 전자자료로 민간보험사나 관련 단체로 넘기는 것은 개인진료정보의 전자자료 데이터베이스화를 허용하는 것으로, 이는 개인의료정보 전체를 사기업으로 넘기는 것인 만큼 보험 가입자의 편익과 권익을 해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찬진 위원은 해당 입법에 반대한다면서 “정무위 법안소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어떤 의원도 왜 민간보험사에게 실손형 의료보험 청구 전산시스템이 필요한지 심의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중계기관 내지 전송대행기관은 민간보험사의 이익과 환자의 건강정보 집적 및 표준화를 통한 영리산업용 정보화를 위한 것이다. 환자 편익과는 무관하다. 또 의료기관의 환자 정보보호 책임과 정보처분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중계기관은 필요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오히려 비디지털화된 청구자료를 의료기관이 직접 민간보험회사에 전송하는 방식이 비용도 가장 적게 들며 민감정보의 집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보험청구 달라지는 것 없어”…“정부 관계자가 할 말인가” 비판
금융위원회 신상훈 보험과장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가입자 입장에서 큰 변화는 없으며, 복지부와도 ‘디지털플랫폼 정부 보건의료TF’에서 정기적으로 정책에 관해 논의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밝혀 비난을 샀다. 토론회장 한 켠에서는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발언”, “사과해야 한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신 과장은 “모든 환자의 EMR(전자의무기록) 데이터가 보험사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실손보험가입자가 요청할 경우에만 전송되는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실손보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 안다. 소액의 경우, 보험료 인상이나 지급거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청구하고 싶지 않으면 보험계약자는 청구하지 않으면 된다.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없다.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위원회 만들어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의료기관이 직접 전송하는 것을 허용해줘야 한다고 하는데, 전국 요양기관은 9만8000여개인 반면 보험사는 30여개다. 이 경우 결국 키오스크나 앱 등 민간 플랫폼 업체를 통해야 하는데, 대신 심평원이나 보험개발원 등 공적 역할을 하는 곳을 이용하자는 거다. 네이버나 카카오톡 같은 민간업체를 이용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중으로 토론회를 경청하던 김승진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은 질의응답 순서에서 “보험개발원은 공적 기관이 아니다. 공적 기관이라면 삼성화재 임원이 개발원 임원이 될 수 있느냐”며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 어떻게 포장해도 본질은 숨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하지정맥류, 치질 등 국민들이 고통받는 질병을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청구 간소화법을 어떻게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재벌사와 결탁해 통과시킬 수 있느냐”며 “차라리 실손보험사 이윤증대법으로 이름을 바꿔라”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보험사는 국민은 안중에 없다. 그저 돈, 돈, 돈뿐이다”라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에 신 과장은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드린다”며 “제가 보험사들의 행태를 바꿀 수 없으나, (부지급 등)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죄송하다. 포괄적으로 정보가 넘어가는 점, 전송이나 청구를 더 불편하게 해야 한다는 여론과, 지금도 불편하지 않다는 여론 등으로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이 점까지 감안해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험개발원에 대해 “개발원은 공공기관이 아니다. 하지만 보험업법에 따라 지정된, 공적 기능을 일부 수행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선정하자고 했으나 의료계가 반대해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암환자들, 직접 겪은 보험사 청구 경험담 쏟아내
토론회장에는 루게릭병과 각종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도 참석해 자신들이 겪은 보험료 청구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청구 간소화’가 얼마나 허상인지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는 “지난 수년간 중증 암 환자들이 의료현장에서 치료 후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면 약관에도 없는 여러 가지 이유나 회사 규정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왔다”며 “거절 사유도 다양해 보험사마다, 직원마다, 혹은 심사담당자가 환자마다 다른 잣대로 청구 보험금을 거절했다. 그때마다 금융당국, 국회의원, 시민단체에 목이 터져라 민원을 제기했지만 누구 하나 환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도움을 준 적은 없다”고 울분을 통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과연 국민 편의성 증대를 목적으로 두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갑자기 국민 편익을 위한다면서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보험사의 숙원사업인 청구 간소화에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실손보험의 근본 문제 해결은 약관대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중증 환자들에게 횡포와 합의를 요구하며 부당한 보험금 지급 행태를 벌이고 있는 보험사의 일탈적 심사절차와 지급기준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협의회 지순현 사무국장 역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보험사의 횡포를 비판했다. 암 재발로 4년째 항암 투병 중이라는 지 국장은 “보험사마다 부지급 담당 팀이 있다. 처음 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해 아픈 몸으로 끝까지 싸웠고, 겨우 받아낸 후 일반부서로 담당이 이관됐다. 부지급을 위한 팀을 꾸린다는 건 실손보험 간소화가 환자를 위한 게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연세 많은 어르신들은 보험사가 이런 식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 억울해하면서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분들이 안타까워 제가 대신 동생이라고 하며 싸워 보험금을 겨우 받아낸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한 중년의 남성은 일행의 도움을 받으며 어렵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그는 청구 간소화법에 대해 “코미디같은 일”이라며 “불법을 합법화하려고 위장한 하나의 전술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놨다.
사회를 맡은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의 변혜진 상임연구위원은 토론회 말미에 “간소화법이 쉽사리 통과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보험청구 간소화가 정말 청구를 간소화하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어마어마한 로비를 받은 법안을 정무위가 통과시킨다면 관련 의원들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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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지 주목된다. 일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의 입법을 의사단체, 환자단체를 비롯한 여러 보건의료단체들이 목청 높여 ‘반대’를 외치고 있기 때문. 이유는 하나다. 이 법이 국민의 편의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보험사의 배를 불릴 ‘악법’이라는 성토가 국회 토론회장 곳곳에서 쏟아졌다. 만에 하나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관련 국회의원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지난 16일 법안1소위에서 통과시킨 이 법안의 통과 유무가 보험업계와 의료계 담장을 넘어 사회적 관심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보험업법 개정안 논란 청구간소화인가, 의료정보보호 해제인가’ 긴급토론회에선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참여연대 등 각종 보건의료 및 사회단체와 환자단체가 모여 실손보험 청구화법이 불러올 파장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논의했다. 토론회장은 발제자와 토론자, 청중을 떠나 많은 이들이 보험사의 편파적인 실손보험 지급 행태와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 법안이 의료민영화로 향하는 길을 터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첫 발제자인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민영보험사 포괄적 개인진료정보 강제전송 왜 문제인가’를 주제로 다루면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의 목적을 소비자 편의 증가라고 말하지만, 정확하게는 의료기관의 진료정보를 전산으로 자동수취하는 것”이라며 “이 법안은 ‘민영보험과 의료기관 간 자동전산청구’ 법안이자, ‘민영보험사의 개인진료정보 강제전송(진료기록 갈취)’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보험사 주도의 ‘심사평가’와 ‘진료내역의 전산전송’ 등의 요구가 이미 14년 전부터 이어져 왔으나, 한국의 보편건강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의 내실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의료민영화’를 위한 민간보험사의 민원사항으로 분류돼 왔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청구 간소화법이 환자의 진료정보를 보험사가 전산으로 축적할 수 있는 위험성은 물론, 개인건강정보의 축적과 유출, 민영보험사가 국민건강보험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형 보험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러 문제를 담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의료기관에 보험회사로의 자료전송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미국식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라고 일갈했다. 또 보험사의 전산시스템 운영은 개인질병정보 집적을 합법화하는 것으로,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는 데다 누출 위험성마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이 되는 것은 사설인 제2의 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설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보험개발원은 20곳의 손해보험회사와 22개의 생명보험회사가 회원사로 가입한 법안단체로, 보험금 지급에 충당되는 보험료를 결정하는 요율 산출 역할을 맡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보험사 이익에 앞서 국민 편의성을 고려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 위원장은 “한국의 재난적의료비 비율은 7.5%로 일본의 2.4%와 비교되며, 가계의료비 직접부담을 초래한다”며 “정상적인 국가 정책은 OECD 평균수준의 보장율로 국민건강보험을 강화하고, 최소 주변국(일본) 수준의 재난적의료비 발생이 가능한 보편적 건강보장제도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손의료보험이 비급여팽창의 가장 큰 원인인 만큼, 이를 활성화하는 것은 한국의료제도와의 방향성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실손의료보험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보건복지부에서 주도하는 것이 적합하며, 민간보험사의 이해관계에서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이찬진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변호사)은 진료정보를 전자자료로 민간보험사나 관련 단체로 넘기는 것은 개인진료정보의 전자자료 데이터베이스화를 허용하는 것으로, 이는 개인의료정보 전체를 사기업으로 넘기는 것인 만큼 보험 가입자의 편익과 권익을 해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찬진 위원은 해당 입법에 반대한다면서 “정무위 법안소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어떤 의원도 왜 민간보험사에게 실손형 의료보험 청구 전산시스템이 필요한지 심의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중계기관 내지 전송대행기관은 민간보험사의 이익과 환자의 건강정보 집적 및 표준화를 통한 영리산업용 정보화를 위한 것이다. 환자 편익과는 무관하다. 또 의료기관의 환자 정보보호 책임과 정보처분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중계기관은 필요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오히려 비디지털화된 청구자료를 의료기관이 직접 민간보험회사에 전송하는 방식이 비용도 가장 적게 들며 민감정보의 집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보험청구 달라지는 것 없어”…“정부 관계자가 할 말인가” 비판
금융위원회 신상훈 보험과장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가입자 입장에서 큰 변화는 없으며, 복지부와도 ‘디지털플랫폼 정부 보건의료TF’에서 정기적으로 정책에 관해 논의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밝혀 비난을 샀다. 토론회장 한 켠에서는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발언”, “사과해야 한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신 과장은 “모든 환자의 EMR(전자의무기록) 데이터가 보험사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실손보험가입자가 요청할 경우에만 전송되는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실손보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 안다. 소액의 경우, 보험료 인상이나 지급거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청구하고 싶지 않으면 보험계약자는 청구하지 않으면 된다.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없다.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위원회 만들어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의료기관이 직접 전송하는 것을 허용해줘야 한다고 하는데, 전국 요양기관은 9만8000여개인 반면 보험사는 30여개다. 이 경우 결국 키오스크나 앱 등 민간 플랫폼 업체를 통해야 하는데, 대신 심평원이나 보험개발원 등 공적 역할을 하는 곳을 이용하자는 거다. 네이버나 카카오톡 같은 민간업체를 이용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중으로 토론회를 경청하던 김승진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은 질의응답 순서에서 “보험개발원은 공적 기관이 아니다. 공적 기관이라면 삼성화재 임원이 개발원 임원이 될 수 있느냐”며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 어떻게 포장해도 본질은 숨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하지정맥류, 치질 등 국민들이 고통받는 질병을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청구 간소화법을 어떻게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재벌사와 결탁해 통과시킬 수 있느냐”며 “차라리 실손보험사 이윤증대법으로 이름을 바꿔라”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보험사는 국민은 안중에 없다. 그저 돈, 돈, 돈뿐이다”라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에 신 과장은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드린다”며 “제가 보험사들의 행태를 바꿀 수 없으나, (부지급 등)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죄송하다. 포괄적으로 정보가 넘어가는 점, 전송이나 청구를 더 불편하게 해야 한다는 여론과, 지금도 불편하지 않다는 여론 등으로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이 점까지 감안해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험개발원에 대해 “개발원은 공공기관이 아니다. 하지만 보험업법에 따라 지정된, 공적 기능을 일부 수행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선정하자고 했으나 의료계가 반대해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암환자들, 직접 겪은 보험사 청구 경험담 쏟아내
토론회장에는 루게릭병과 각종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도 참석해 자신들이 겪은 보험료 청구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청구 간소화’가 얼마나 허상인지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는 “지난 수년간 중증 암 환자들이 의료현장에서 치료 후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면 약관에도 없는 여러 가지 이유나 회사 규정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왔다”며 “거절 사유도 다양해 보험사마다, 직원마다, 혹은 심사담당자가 환자마다 다른 잣대로 청구 보험금을 거절했다. 그때마다 금융당국, 국회의원, 시민단체에 목이 터져라 민원을 제기했지만 누구 하나 환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도움을 준 적은 없다”고 울분을 통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과연 국민 편의성 증대를 목적으로 두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갑자기 국민 편익을 위한다면서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보험사의 숙원사업인 청구 간소화에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실손보험의 근본 문제 해결은 약관대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중증 환자들에게 횡포와 합의를 요구하며 부당한 보험금 지급 행태를 벌이고 있는 보험사의 일탈적 심사절차와 지급기준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협의회 지순현 사무국장 역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보험사의 횡포를 비판했다. 암 재발로 4년째 항암 투병 중이라는 지 국장은 “보험사마다 부지급 담당 팀이 있다. 처음 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해 아픈 몸으로 끝까지 싸웠고, 겨우 받아낸 후 일반부서로 담당이 이관됐다. 부지급을 위한 팀을 꾸린다는 건 실손보험 간소화가 환자를 위한 게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연세 많은 어르신들은 보험사가 이런 식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 억울해하면서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분들이 안타까워 제가 대신 동생이라고 하며 싸워 보험금을 겨우 받아낸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한 중년의 남성은 일행의 도움을 받으며 어렵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그는 청구 간소화법에 대해 “코미디같은 일”이라며 “불법을 합법화하려고 위장한 하나의 전술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놨다.
사회를 맡은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의 변혜진 상임연구위원은 토론회 말미에 “간소화법이 쉽사리 통과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보험청구 간소화가 정말 청구를 간소화하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어마어마한 로비를 받은 법안을 정무위가 통과시킨다면 관련 의원들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