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가 간호법에 이어 정부와 의료계간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 김정재, 김병욱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의대 설립 국회 정책토론회’에선 ‘한국형 보스턴클러스터’로 불리는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융합형 인재양성 사업 중 하나로, 임상과 기초과학, 공학의 경계를 허문 연구 중심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골자다. 윤석열 정부가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1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며 추진에 더욱 속도를 더하고 있다.
포항시는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맞춰 지역 의료공백 해소와 바이오부국을 실현하기 위한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에 사활을 걸었다. 미래 팬데믹을 대비한 융합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로 추진 중이지만, 의대 신설 대신 기존 의대 정원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연구중심의대 탄생 여부에 의료계 안팎의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첫 번째 발제자인 연세대 이민구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장은 “의사한테 과학기술을 가르치면 세상을 바꾼다”며 하버드와 MIT가 협업해 진행하는 미국의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그는 최상위 인재들이 의대로 집중되는 반면 연구 지원과 인프라가 부족해 임상 및 기초의학‧자연과학‧공학 등에 대한 관심을 제대로 발전시킬 기회가 부족하다며, 의과학 연구와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융합형 의사과학자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현재 연세의대에서 추진 중인 전주기적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14년째 진행되고 있는 연세의대 의사과학자 지원사업은 학부와 전공의, 대학원생, 강사‧교원 등을 모두 합쳐 327명의 인재를 육성했다. 특히 전일제 박사과정(MD-PhD)은 △의생명융합형인재 △의공학융합형인재 △데이터사이언스융합형 인재로 나누어 연구공동체를 구성해 육성 중이다.
이 단장은 “저는 기존 전통방식으로 의대를 졸업하고 일했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생명 현상을 보면 이게 왜 이럴까하는 매커니즘을 생각하는데, 의사과학자 과정을 공부한 학생들은 그런 현상이 특정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우리 연구의 가치를 높이는 눈을 갖고 있다”면서 “이들과 일하다 보면 이들이 정말로 세상을 바꾸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의사과학자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과정을 마친 후 현업에서 활약하는 젊은 의사과학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 중에는 학부에서 산부인과를 마치고 양약교실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벤처투자회사에서 근무하는 의사도 있었다. 실제로 벤처 투자 회사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바이오벤처가 새로운 기술을 만들려고 할 때 실제 임상에서 활용하는 기술인지, 경제적으로 돈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인지를 판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단장은 “이 의사는 바이오벤처 업계에서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만 골라 투자를 하게 해 성공으로 이끌었다”며 의사과학자가 업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양성과정의 확대와 병역관련 사항 개선을 꼽았다.
그는 “지금 (양성과정 학생) 숫자가 너무 적다"면서 "우리나라 전국 40여개 의대 중 적어도 15개 이상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의사과학자 양성과정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과학자들에게 병역을 대체하는 코스를 밟게 해주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중보건의사나 신체검사 판정 전담 의사에 의사과학자를 100명 정도 새로 배정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개선책을 내놨다.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 단장도 교육부나 병무청에 이에 대해 건의해도 의대 혜택으로 비춰진다는 이유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포스텍 김철홍 의과학전공 주무교수는 현재 포스텍에서 준비 중인 연구중심의대 설립안을 소개했다. 포스텍이 설립을 계획 중인 연구중심의대는 세계 최초 공학 기반 일리노이 의대 커리큘럼을 도입해 의과학전문대학원 형태로 MD-PhD 8년 복합 학위 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바이오헬스 산업과 의사과학자”라며 “과학을 하는 의사와 더불어 의학을 이해하는 공학자 양성이 필요한 만큼, 기존 의사과학자들의 이탈을 막고 연구력 강화를 위한 보완책과, AI 등 첨단 기술과 공학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이 함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DukeNUS와 존스홉킨스, 칼 일리노이의 연구중심의대 사례를 언급하면서, 포스텍 역시 과학과 공학의 원리를 적용한 의학교육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포항에 의과학융합연구센터와 연구중심 스마트병원을 건립, 지역과 산업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예측의학, 맞춤형 신약개발, 재생의학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병원을 운영한다는 그림이다.
특히 포스텍 스마트병원은 기존에 있던 지역병원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연구병원-임상병원 협력 모델을 만들어 빅데이터 활용 연구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공유 범위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어진 토론 순서에서 교육부와 복지부 등 정부부처 관계자들 역시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확대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교육부 강정자 인재양성정책과장은 “팬데믹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의사과학자 양성은 중요하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공분야의 인재양성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의사과학자는 대표적인 융복합 인재인 만큼 제도개편뿐만 아니라 재정지원에 이르기까지 복지부, 과기부와 함께 소통하면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홍승령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은 확대 및 체계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양성되는 규모는 1%를 넘어 이미 3~4%대로 확대 중이다. 의사과학자 양성에 있어 학위 취득은 양성을 위한 시작점에 불과하다. 단순히 학위 취득자를 배출하는 것이 인력양성의 끝이라면 앞으로도 훌륭한 의사과학자는 나올 수 없다”며 “다만 MD-PhD를 취득한다고 해서 그들이 독립적인 의사과학자로서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은 현재 갖춰지지 않았다. 즉, 이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연구할 수 있으려면 병무청과의 관계도 중요하고, 진료 중심 의사 중심으로 구축된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계속해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특히 교육부, 병무청 등 관련 부처들과 협력을 해나갈 계획이며, 매년 배출되는 의사과학자를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도록 전주기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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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정재, 김병욱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의대 설립 국회 정책토론회’에선 ‘한국형 보스턴클러스터’로 불리는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융합형 인재양성 사업 중 하나로, 임상과 기초과학, 공학의 경계를 허문 연구 중심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골자다. 윤석열 정부가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1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며 추진에 더욱 속도를 더하고 있다.
포항시는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맞춰 지역 의료공백 해소와 바이오부국을 실현하기 위한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에 사활을 걸었다. 미래 팬데믹을 대비한 융합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로 추진 중이지만, 의대 신설 대신 기존 의대 정원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연구중심의대 탄생 여부에 의료계 안팎의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첫 번째 발제자인 연세대 이민구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장은 “의사한테 과학기술을 가르치면 세상을 바꾼다”며 하버드와 MIT가 협업해 진행하는 미국의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그는 최상위 인재들이 의대로 집중되는 반면 연구 지원과 인프라가 부족해 임상 및 기초의학‧자연과학‧공학 등에 대한 관심을 제대로 발전시킬 기회가 부족하다며, 의과학 연구와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융합형 의사과학자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현재 연세의대에서 추진 중인 전주기적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14년째 진행되고 있는 연세의대 의사과학자 지원사업은 학부와 전공의, 대학원생, 강사‧교원 등을 모두 합쳐 327명의 인재를 육성했다. 특히 전일제 박사과정(MD-PhD)은 △의생명융합형인재 △의공학융합형인재 △데이터사이언스융합형 인재로 나누어 연구공동체를 구성해 육성 중이다.
이 단장은 “저는 기존 전통방식으로 의대를 졸업하고 일했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생명 현상을 보면 이게 왜 이럴까하는 매커니즘을 생각하는데, 의사과학자 과정을 공부한 학생들은 그런 현상이 특정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우리 연구의 가치를 높이는 눈을 갖고 있다”면서 “이들과 일하다 보면 이들이 정말로 세상을 바꾸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의사과학자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과정을 마친 후 현업에서 활약하는 젊은 의사과학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 중에는 학부에서 산부인과를 마치고 양약교실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벤처투자회사에서 근무하는 의사도 있었다. 실제로 벤처 투자 회사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바이오벤처가 새로운 기술을 만들려고 할 때 실제 임상에서 활용하는 기술인지, 경제적으로 돈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인지를 판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단장은 “이 의사는 바이오벤처 업계에서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만 골라 투자를 하게 해 성공으로 이끌었다”며 의사과학자가 업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양성과정의 확대와 병역관련 사항 개선을 꼽았다.
그는 “지금 (양성과정 학생) 숫자가 너무 적다"면서 "우리나라 전국 40여개 의대 중 적어도 15개 이상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의사과학자 양성과정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과학자들에게 병역을 대체하는 코스를 밟게 해주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중보건의사나 신체검사 판정 전담 의사에 의사과학자를 100명 정도 새로 배정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개선책을 내놨다.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 단장도 교육부나 병무청에 이에 대해 건의해도 의대 혜택으로 비춰진다는 이유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포스텍 김철홍 의과학전공 주무교수는 현재 포스텍에서 준비 중인 연구중심의대 설립안을 소개했다. 포스텍이 설립을 계획 중인 연구중심의대는 세계 최초 공학 기반 일리노이 의대 커리큘럼을 도입해 의과학전문대학원 형태로 MD-PhD 8년 복합 학위 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바이오헬스 산업과 의사과학자”라며 “과학을 하는 의사와 더불어 의학을 이해하는 공학자 양성이 필요한 만큼, 기존 의사과학자들의 이탈을 막고 연구력 강화를 위한 보완책과, AI 등 첨단 기술과 공학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이 함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DukeNUS와 존스홉킨스, 칼 일리노이의 연구중심의대 사례를 언급하면서, 포스텍 역시 과학과 공학의 원리를 적용한 의학교육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포항에 의과학융합연구센터와 연구중심 스마트병원을 건립, 지역과 산업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예측의학, 맞춤형 신약개발, 재생의학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병원을 운영한다는 그림이다.
특히 포스텍 스마트병원은 기존에 있던 지역병원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연구병원-임상병원 협력 모델을 만들어 빅데이터 활용 연구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공유 범위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어진 토론 순서에서 교육부와 복지부 등 정부부처 관계자들 역시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확대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교육부 강정자 인재양성정책과장은 “팬데믹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의사과학자 양성은 중요하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공분야의 인재양성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의사과학자는 대표적인 융복합 인재인 만큼 제도개편뿐만 아니라 재정지원에 이르기까지 복지부, 과기부와 함께 소통하면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홍승령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은 확대 및 체계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양성되는 규모는 1%를 넘어 이미 3~4%대로 확대 중이다. 의사과학자 양성에 있어 학위 취득은 양성을 위한 시작점에 불과하다. 단순히 학위 취득자를 배출하는 것이 인력양성의 끝이라면 앞으로도 훌륭한 의사과학자는 나올 수 없다”며 “다만 MD-PhD를 취득한다고 해서 그들이 독립적인 의사과학자로서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은 현재 갖춰지지 않았다. 즉, 이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연구할 수 있으려면 병무청과의 관계도 중요하고, 진료 중심 의사 중심으로 구축된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계속해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특히 교육부, 병무청 등 관련 부처들과 협력을 해나갈 계획이며, 매년 배출되는 의사과학자를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도록 전주기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