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약사회가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차 법안심사소위를 앞두고 불법 병원지원금과 관련한 제3자 처벌을 가능케 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 박상용 홍보이사는 서울 서초구 약사회관에서 20일 가진 브리핑을 통해 “약사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 찬성하며, 통과된다면 관련 조직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2021년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처방전 알선 및 몰아주기와 관련된 제3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서 의원 발의안에 따르면 최근 약국 개설을 위해 입주할 때 건물 분양대행사가 임차료 외에 같은 건물 병원의 ‘처방전 몰아주기’를 약속하며 별도의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처벌 대상자는 약국개설자 및 종사자, 병원 개설자 및 종사자로 국한돼 있어 분양대행사 등 제3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처방전 알선 등 금전을 요구하는 약국 및 병원 개설자와 함께 이를 중개하는 제3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약사법을 일부 개정해 의약분업 취지와 시장질서를 확립한다는 것이다.
강 의원 발의안 역시 의료기관이 처방전 발행 대가로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 회식비 등을 약국에 요구하는 등 횡포가 심해지고 있으므로 약국과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와 브로커 등에 대한 단속을 가능하도록 규정한다는 게 골자다. 또 이에 대한 자진신고를 할 경우 행정처분을 감면하고, 위반 사실을 신고‧고발하는 자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박 이사는 “시설비를 제공한 뒤 갑자기 병원이 사라지는 바람에 약국 개설에 차질이 생기거나, 지원금 강요로 약사가 무릎꿇고 빈 사건도 있었다”며 “돈을 주고 받은 약사와 의사뿐만 아니라 이를 부추기는 부동산 업자나 브로커가 개입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현행법상 이들을 처벌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2021년 5월 약사회가 회원 약사 18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8.7%인 1071명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료기관 지원금 성격의 금전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약사가 요구받은 사례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약국이나 병원 신규개설 과정에서 그러한 요구가 있었다'는 답변이 89%에 달했다. 지원금을 요구‧알선한 사람을 묻는 질문에선 의사(51.1%)뿐만 아니라 △브로커 60.4% △부동산 중개업자 17.6% △건물주 13.2% 등 제3자를 통해 요구받았다는 답변도 많았다.
지원금 요구 명목을 묻는 질문에는 56.2%가 ‘인테리어비용’이라고 답했고, 42.6%는 '특별한 명목이 없었다'고 답했다. 또 요구받은 지원금 액수는 5000만원 미만이 41.5%,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이 32.4%로 확인됐다.
약사회는 2021년 법안 발의 당시 “불법 병원지원금은 약국과 의료기관의 기능적‧경제적 독립성을 저해시켜 약국이 병원에 종속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면서 "환자의 건강과 보험재정에 악영향을 끼치는 폐단이므로 이를 근절하기 위한 약사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법안에서 약국 및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까지 의무사항을 부과하고, ‘처방전 유지’라는 모호한 행위까지 담합행위에 포함시키고 있다"면서 " ‘개설하려는 자’의 대상이 매우 모호하고 범위의 한계를 설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처방전 유지’의 의미가 불명확해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의협은 일부 비윤리적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 및 약국 개설예정자 등까지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무리한 입법을 추진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의약분업 재평가를 통해 제도시행상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담합금지규정 적용대상에 약국 또는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를 포함하려는 취지는 이해되나, 범위 확장에 따른 해석상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지 추가 검토가 필요해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