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하루 전 뚜껑 열린 '전문약사제도', 정부-약계 갈등 고조
종합병원 근무약사로 대상 대폭 축소…의협과 대립했던 ‘약료’ 용어도 증발
입력 2023.01.21 06:00 수정 2023.0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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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차일미일 미뤄지던 전문약사제도 입법예고가 설 명절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드디어 공고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약사를 제외한 다른 약사들이 사실상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관련 단체들은 정부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대한의사협회와 갈등을 빚었던 ‘약료’ 용어마저 약사법 개정안에 보이지 않자 이들의 분노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정책 기조가 특정 단체에 휘둘렸다는 비판까지 나오면서 한달 여간의 의견제출 기간 동안 정부가 어떻게 후폭풍을 잠재울 지 주목된다. 

복지부는 ‘전문약사의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안)’ 제정을 앞두고 행정절차법 제41조에 따라 그 이유와 주요 내용을 국민에게 미리 알려 의견을 듣는다며 지난 20일 해당 내용을 입법예고했다.

관련 내용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약사법 개정으로 약사로서 전문약사가 되려는 사람이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자격 인정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전문약사 자격인정과 관련, 실무경력 인정기관 및 전문약사수련 교육기관, 자격시험 관련 절차 등을 정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사실상 종합병원 약사만을 전문약사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 있다. 복지부는 전문약사 수련 교육기관을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해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약사가 아닌 개국약사나 약국근무약사, 중소병의원 약사, 산업약사의 전문약사 자격 취득을 사실상 차단했다는 뭇매를 맞고 있다. 복지부가 이들의 응시기회를 박탈한 것이란 규탄이 이어지는 이유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관련 약사직능 단체들은 정부에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입법예고 공고 직후 산업약사회와 대한약사회, 서울시약사회, 경기도약사회는 앞다퉈 성명문을 내놓고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산업약사회는 “제약산업 약사의 전문약사 제외는 매우 유감이며, 제약 산업분야까지 포함된 전문약사 과목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업약사회는 “지역약국과 제약산업에 종사하는 약사 대상의 전문약사 과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제약바이오산업 육성과 제약강국을 지행하는 정부 정책이 발표되고, 의약품 제조과정의 안전성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된 시점에서 산업분야 약사의 전문약사 과목 제외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문에 따르면, 산업약사는 후보물질 개발과 비임상 및 임상개발 기획 등 신약개발부터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시판 후 안전성 보장, 사용까지 종합적인 지식과 판단능력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모든 업무를 수행 또는 관리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산업약사회는 각 분야의 전문약사 과목 도입이 고도화된 업무를 적절히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정부의 의지부족과 특정단체의 과도한 참견을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대한약사회는 “동 입법예고는 기대와 달리 종합병원 근무약사를 제외한 약사 전체에 대한 전문약사 자격 취득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며 “이는 지역약국 약사와 산업 약사는 물론 심지어 중소병의원 근무약사조차 전문약사가 되고 싶어도 불가능하게 한 엄연한 차별”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전문약사는 의약품 생산부터 환자에 대한 약료까지의 과정에서 치료성과를 높이고, 건강증진을 위한 각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역량을 갖춘 약사를 말한다”며 “급변하는 사회 에 맞춰 빠르게 달라지는 보건의료체계를 위해 애쓴 약사직능 역할을 오로지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약사로 한정지은 정부 조치는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한약사회는 “‘약료’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특정단체의 삭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삭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최근까지 견지해 왔으나, 이조차 입법예고에선 온데간데 사라졌다”고 따졌다.  
 
서울시약사회 역시 같은 날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전문약사 입법예고를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서울시약사회는 “복지부의 입법예고안은 전문약사 수련 교육기관을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하고 있어, 사실상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약사가 아니면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한 것”이라며 “전체 약사에 대한 응시기회를 박탈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시약사회는 “미국의 전문약사는 4년제 약대 졸업자의 경우 응시하고자 하는 분야에 5년 이상의 경력, 6년제 약대 졸업자는 3년 이상 해당 분야 경력이 있으면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해당 분야 경력에는 병원과 약국을 구분하지 않는다”며 “이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지 않는 개국약사, 약국근무약사, 중소병의원 근무약사, 산업약사들은 미국 등 해외에서 전문약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경기도약사회는 복지부를 향해 “반쪽짜리 전문약사 입법예고를 즉각 철회하고 형평에 맞게 시정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도약사회는 “이번 입법예고는 항간에 떠돌던 복지부의 무소신, 무원칙의 극치를 보여준 것으로 약사직능 발전과 사회 기여에도 아랑곳없이 의사 단체 훼방에 굴복한 무능한 복지부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반지성적 복지부의 전문약사 입법예고는 참으로 유감”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복지부는 이를 인지하고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약사사회는 해당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제출 기간인 오는 3월 2일까지 정부를 향해 반감을 감추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전문약사제도는 오는 4월 8일 시행 예정으로, 복지부 약무정책과는 입법예고 열흘 전이던 지난 11일 전문기자협의회 브리핑에서 “전문약사법은 취지 자체가 병원약사에 대한 제도화 필요성에 있었지만,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약사 대부분을 아우를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약료’ 용어에 대해서는 “약계에서, 민간에서 많이 사용해 온 용어로, 직역간 침범이 없어야 하는 점은 당연한 만큼 약사의 직무범위 내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1
  • ㅇㅇ 2023.01.25 19:29 신고하기

    막말로 동네 약국 약사 직능이 전문적? 이 명제 자체가 설득력이 없음. 약사의 존재가치 자체가 의문시되는 게 현실인데 뭔 전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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