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실패 두려워말고 리스크 가치 평가 새롭게 해야”
김용태 멥스젠 대표, ‘서울 바이오이코노미 포럼’서 신약개발 성공 위한 실패 담론 전해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플러스 아이콘
입력 2021.11.12 06:00 수정 2021.11.12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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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려면 빨리 하라. 일찍 실패할수록 다른 신약개발에 투자할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백, 수천 번의 실패를 거듭해야 하는 신약개발 분야에서 실패를 바라보는 너그러운 시선과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인간 장기 모델 칩 개발 기업 멥스젠의 대표이자 조지아대 공학대학 교수인 김용태 대표는 연구 개발 실패가 일상인 신약개발 시장에서 스타트업의 애로사항과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언급하며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올해로 4번째를 맞이한 ‘2021 서울 바이오이코노미 포럼’을 개최하고, ‘스타트업을 위한 바이오 혁신 생태계 구축과 산‧학 협력’을 주제로 진행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지역 단위에서 병원 중심의 산‧학 협력을 통해 바이오헬스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업 창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그 중 김용태 멥스젠 대표(조지아 공대 교수)는 스타트업의 기술상용화 과정과 첨단대체 시험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 멥스젠 창립 과정에서의 고민과 의견을 중심으로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 

그는 “신약개발은 하나의 성공을 이루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해야 하는 분야이며 실제 통계를 봐도 엄청난 투자금과 연구개발비가 투입된다”며 “그에 비해 일년 안에 새로운 약물이 나오는 비율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가 당연하고 빈번한 신약개발 시장에서 실패하려면 빨리 해야 한다. 왜 실패부터 생각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성공보다 확률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며 “일찍 실패하는 걸 알아낼수록 투자금을 조금이라도 성공할 수 있는 신약에 쓸 수 있다. 이를 최대한 빠르게 예측해서 실패할 약물이 임상시험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신약개발의 게임체인저”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약개발은 운이 좋아 모든 단계에서 성공해도 평균 15년이 걸린다”며 “연구원들은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실패가 더 당연하고 성공에 박수쳐주는 문화가 조성돼야 하는데, 문제는 개발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위기 순간이 빈번하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실험을 예로 들며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는 실험용 쥐나 설치류로 실험을 하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동물로 최소한의 약물 실험을 할 수 있느냐가 연구개발에 있어 크게 작용한다”며 “또한 신약개발은 동물 치료가 아닌 인간 치료가 목적이라는 점이 또 다른 한계인 만큼 기술이 개발되면 될수록 인간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점도 해결과제”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진 기술로 약물개발 전 과정을 좀 더 효율적이고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는지, 여기서 미세유체 시스템(microfluidics)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2년 전 설립한 멥스젠은 동물실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주요 장기 조직의 핵심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인간 장기 모델 칩(Human Organ Model Chip)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인간 장기의 특성을 모방한 생체모방 마이크로시스템(Organs-on-chip)은 신약후보 물질이 심각한 부작용 없이 임상 연구에서 얼마나 효과적인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현재는 임상시험을 위한 대량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칩을 활용해 자체 신약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마이크로시스템은 학계에 나온지 10년이 좀 넘었지만, 이 기술로 박사논문을 쓰면 다양한 학교에 교수로 채용될 수 있을 정도로 연구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업화로 이끌기엔 아직 이르고, 개발 기업 자체가 매우 드물다. 기술이 있다해도 대량생산을 실현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멥스젠은 장기칩으로 신약개발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마이크로시스템 개발 기업이 대학에서 탄생한 스타트업과 CRO, 제약회사와 어떤 유대관계를 사업을 이끌고 갈 것인지가 중요한 만큼, 멥스젠도 이들과의 협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미국에서 수학하던 시절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수상한 일화를 언급하면서 “미국은 한 번 연구가 진행되면 어떤 분야이든 어떤 식의 결과가 도출되든, 심지어 연구원이 연구개발 주제를 바꿔나가도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한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며 “스타트업 회사가 어떻게 학교와 회사,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컬래버레이션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볼 수 있는 사례”라고 전했다. 이어 “SBIR(중소기업 기술혁신 프로그램)‧STTR(중소기업기술이전 프로그램)처럼 상업화시키고 싶은 연구 주제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고, 기술이나 경영‧임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원과 스타트업은 실패를 가장 두려워하지만, 결국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실패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혁신 기술을 계속 지원할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리스크 가치 평가도 다시 해야 한다. 그런 기반을 갖춰야 스타트업도 외면받아온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 정부 역시 보다 혁신적인 기술에 지원하려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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