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주의'가 부족한 방역당국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주의'를 국민 안전만큼 최우선시하는 방역 목표가 없다는 지적

기사입력 2021-05-03 06:56     최종수정 2021-05-03 07:0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질병관리청의 4월 7일자 보도자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의 특수교육·보육, 보건교사 및 어린이집 간호인력 등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60세 미만 접종을 전격적으로 잠정 중단하면서 그 배경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드물지만 심각한 희귀 혈전 발생 간 연관성 여부를 언급했다.  이 보도자료에서 정은경 추진단장은 "안전성 최우선"과 "선제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국내 방역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중심의 코로나19 방역 추진에서 국민 안전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도 여성을 포함하는 60세 미만 성인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되려 강행하고 있다.  접종 이득이 부작용 위험을 상회할 뿐만 아니라 국민 안전 최우선도 상회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방역당국이 정의하는 접종 이득에는 11월 집단면역 달성이라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받은 50대 여경이 접종 후 두통을 호소하다가 뇌출혈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50대 여성 경찰관은 지난달 29일 오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고 사흘 만인 지난 2일 새벽 심한 두통 및 손과 안면 마비 증상과 함께 의식을 잃어 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곧바로 뇌출혈 수술을 받은 50대 여경은 현재 중환자실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국내와 해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사례에서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 희귀 혈전 부작용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또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여성이 더 위험하다는, 또는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언급도 없을뿐더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여성'과의 동일선상 언급을 철저히 배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희귀 혈전으로 의심되는 부작용 발생에 대해 "인과관계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면서 "안전 최우선"을 수시로 언급하는 일관성 결여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방역당국 행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주의(abundance of caution)'를 국민 안전만큼 최우선시하는 방역 목표가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백신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는 미국 최고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이러한 표현을 수시로 언급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이 바이러스 전달체(벡터) 백신과 희귀 혈전 간 연관성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주의를 얼마만큼 기울여야 과다하다 싶다고 여겨질까.  예로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는 '바이오코리아' 연례 행사를 개최하면서 중남미 의료 및 제약바이오 전문가들을 연사로 초청했다.  에콰도르 Monte Sinai 병원 소속 전문의 Maria Kourilovitch 박사가 '에콰도르에서 바이오시밀러 임상연구가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라틴아메리카 시장 특성을 고려한 바이오시밀러 현지화 전략에 대해서 발표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 인플릭시맙)'처럼 타 지역에서 개발, 승인 받은 바이오시밀러 도입에 대해 Kourilovitch 박사는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다르다.  다를 수 밖에 없다.  유럽에서 그런 절차가 통용될지는 몰라도 라틴아메리카는 그렇지 않다.  바이오시밀러의 점진적 처방 확대와 관련해 보험자(payer) 압력이 크더라도 우리는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6년 상반기 당시 셀트리온 램시마는 에콰도르의 경우 국공립 병원에서만 제한적으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를 답답하게 여긴 셀트리온 관계자는 Kourilovitch 박사에게 "(램시마가) 유럽에서 5만개가 넘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라틴아메리카)에서 전문의 처방이 미비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족스러운 입장을 표출했다.  이에 Kourilovitch 박사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바이오시밀러 신뢰 구축에 필요한 절차가 있다"며 "지역 특화된 임상연구, 약물감시 등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현지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난 2019년 1월 셀트리온은 보도자료를 통해 라틴아메리카에서 열린 공공 의약품 입찰에서 자사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이 수주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에콰도르에서는 '트룩시마(성분: 리툭시맙)', 페루에서는 램시마 입찰에서 각각 경쟁사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중남미 국가들은 국민 안전 최우선이라는 비전의 실천으로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주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예로 브라질은 자국의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긴급승인을 두 차례 거부했다.  브라질 보건당국이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된 스푸트니크V 백신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고 이에 러시아 측은 허위정보 유포와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불만족스러운 입장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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