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궤양성대장염 치료 위해 프로그램까지 개발한 서울아산병원
황성욱 교수·권은자 전담 간호사,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란 '복약 순응도', 결국 높아졌죠"
입력 2023.05.30 06:00 수정 2023.05.3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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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당장 증상이 없다고 병이 완치된 것이 아니다. 약을 꾸준히 잘 복용하는 것이 치료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염증성장질환센터 권은자 전담 간호사(왼쪽)와  황성욱 교수가  궤양성대장염 치료를 위해 환자가 스스로 복약 순응도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약업신문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황성욱 교수와 권은자 전담 간호사는 최근 약업닷컴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궤양성대장염 치료에 있어 복약 순응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황 교수는 “복약 순응도가 낮으면 재발이 잦아지고, 외과적 수술이나 입원, 대장암의 위험도가 높아지게 된다”며 “실제로 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은 환자의 재발율은 꾸준히 복용한 환자보다 6배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궤양성대장염 치료에 있어 복약 순응도는 결코 높지 않다. 임상연구에서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는 80~90%로 높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실제 치료 현장에선 환자의 절반 정도만이 약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궤양성대장염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바로 환자 본인 스스로 복약 내용을 일기처럼 병원 ‘애플리케이션’을 작성하는 것. 언뜻 귀찮아 보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환자들의 반응도  좋다.

권은자 전담 간호사가 ‘복약 순응도 체크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도입 이후 달라진 복약 순응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약업신문

 

◇ 복약 순응도 '체크 프로그램’ 개발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염증성장질환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궤양성대장염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는 최근 20% 이상 개선효과를 보였다.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확인할 수 있는 ‘체크 프로그램’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권 전담 간호사로부터 시작됐다. 권 전담 간호사가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생각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 개발까지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여러 부서의 도움을 받아 이  프로그램은 아산병원 내 우수 제안제도로 채택돼 병원 전체 차원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다.

권 전담 간호사는 “짧은 진료 시간 내에 환자로부터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알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면서 “여러 문헌을 찾아보고 교수님들과 논의한 끝에 환자가 직접 복약 순응도를 체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환자가 진료 전 스스로 기입할 수 있는 ‘복약 순응도 체크 프로그램’. © 약업신문 

권 전담 간호사가 개발한 체크 프로그램은 서울아산병원의 ‘서울아산병원 앱’ 를 활용해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확인할 수 있게끔 했다.  서울아산병원 앱은 환자가 자가 스스로 증상을 입력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담당 진료의는 이 앱을 통해 진료에 앞서 해당 환자의 상태를 먼저 확인할 수 있다.

권 전담 간호사는 “기존 시스템보다 투약 영역이 좀 더 세밀하게 세팅 됐다고 보면 된다”며 “환자 개인이 약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보완된 프로그램으로, 10개의 스케일(0-복용 안함, 10-모두 복용함)로 나눠 환자 본인 스스로 상태를 체크할 수 있게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환자 스스로도 본인이 얼마나 약을 복용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환자의 복약 순응도도 올라갔다. 도입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6700명의 환자(내원 수 약 4만 번)를 대상으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복약 순응도가 60% 미만이었던 환자들이 해당 프로그램 사용 후 80% 정도로 개선 효과를 보였다.

황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의 복용 횟수나 종류를 조절해 처방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며 “더불어 환자 역시 약물 치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완치가 없는 ‘궤양성대장염’, 치료는 우선 약물 치료로
궤양성대장염은 염증성 장질환의 일종이다. 위장관에 비정상적인 만성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염증성 장질환에는 궤양성대장염을 비롯해 크론병이 이에 속한다. 입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발생하는 크론병과는 달리 궤양성대장염은 염증이 주로 대장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장의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한 복통, 설사, 발열 등이 있다. 또한 직장이 주된 염증 부위이다 보니 대변을 참기 어려워 묽은 변을 보며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고, 배변 시 끈적끈적한 점액이나 피가 묻어 나오기도 한다. 궤양성대장염은 환부가 직접 보이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돼 있는 경우가 많다.

황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은 왜 발병하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영향, 환경적인 영향 그리고 장내 세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대신 장의 염증을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약제들이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궤양성대장염은 기본적으로 약물 치료가 우선시되는 병이다. 궤양성대장염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제에는 아미노살리실산이라고 하는 ‘5-ASA(아미노살리실산)’와 면역억제제가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생물학적제제, 소분자제제를 처방하는 ‘스텝업’(Step-UP)’ 방식을 도입해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이후 약물요법에 반응이 없거나 협착, 천공 등 합병증이 발생하게 되면 외과적 수술까지 고려하게 된다. 

5-ASA는 보통의 약처럼 몸에 흡수되는 형태가 아닌, 장 쪽으로 약이 흘러 들어가 국소적으로 항염증 작용을 하는 약제다. 쉽게 설명하면, 유산균 광고에 나오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장까지 살아서 움직인다’는 문구처럼 5-ASA가 장에서 직접적으로 약제 효과를 발현시키는 것이다.

황성욱 교수가 궤양성대장염 치료에 있어 복약 순응도가 가지고 있는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약업신문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지만  ‘복약 순응도’ 낮아
궤양성대장염은 완치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매일 꾸준한 약 복용을 통해 질병을 조절해야 한다.  대표적인 약제인 5-ASA 제재는 비용도 저렴할 뿐 아니라 장기간 사용 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다.  임신과 수유 시에도 모두 복용이 가능할 정도다.  단 약을 잘 복용하지 않으면 다시 염증이 생기게 되면서 증상이 발현되고, 결국 불필요한 합병증까지 유발될 수 있다. 따라서 황 교수와 권 전문 간호사는 ‘약을 꾸준하게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약값이 비싼 것도 아니고 부작용이 있는 것도 아니며 치료효과도 있는데 환자들이 약을 꾸준히 제대로 먹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 교수와 권 전담 간호사는 ‘약의 개수’와 ‘사라진 증상’ 그리고 ‘바쁜 일상’을 꼽았다.

권 전담 간호사는 “약을 복용함으로써 일정 증상이 완화되는데, 증상이 괜찮아진다 싶으면 약을 줄이거나 끊는 환자들이 많다”며 “증상이 없어도 염증이 꽤 남아 있기 때문에 방심하지 말고 꾸준하게 약을 잘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궤양성대장염은 20대에서 40대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 한창 사회 활동이 많은 시기에 하루에 많게는 약을 12알까지  챙겨 먹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약 한 알의 용량을 높여 복용해야 하는 약을 줄이면 해결되는 것 아닐까? 

황 교수는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약의 용량은 400mg, 500mg부터 시작해 1.6g, 2g 등의 고용량까지 굉장히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며 “남성의 경우 큰 알약을 먹는데 큰 부담이 없기 때문에 잘 먹는데, 체구가 작은 여성의 경우 삼키기 어려워 오히려 저용량 제재나 과립형 제재가 더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진과 상의하면 환자에게 맞춰 약을 적절하게 변경할 수 있다”면서  “환자가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을 의료진에게 일려야 복약 순응도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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