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0년 12월22일
▼장소 : 대한약사회 회장실
▼대담 : 강희종 편집국장
▼정리 : 김용주 기자
▼사진 : 김송일 기자
의약정 협의에 의해 마련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대한약사회 김희중 회장은 본지와의 신년 특별 대담을 통해 “의약분업은 약사들의 희생과 고통을 담보로 시작된 제도이니 만큼 올바르게 매듭을 짓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약사법 개정안에 포함된 의약분업 불법행위 시민포상제 등의 독소조항을 철회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약사회의 분업 관련 정책을 진두지휘하신 분으로서 남다른 감회가 있으실 줄로 압니다.
- 그동안 표현은 못했지만 우리 약사회는 창립이래 가장 큰 고난을 겪었습니다.
의료계의 조직적인 투쟁, 자금력에 밀려 이렇다할 대응도 못한 채 의약분업이 왜곡될 지경에 처했었고 자칫하면 의료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일본의 임의분업처럼 변질될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다행히도 여러 약사회원들이 약사회를 믿고 따라주어 큰 위기는 넘긴 상태입니다.
그러나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끝이 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의약분업 제도는 약사들의 희생과 고통을 담보로 해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저는 약사회의 의약분업 정책을 이끌어 온 사람이니 만큼 의약분업이 앞으로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의약분업 제도가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니 약사회원들도 약사회를 믿고 따라와 주십시오.
의약정 협의에 기초한 약사법 개정안 마련으로 의약대립에서 의약협업의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의약 협업시대의 바람직한 의사와 약사의 관계를 설명해 주십시오.
- 의약협업의 전제 조건은 상호간의 직능 존중에 있습니다.
의사가 약사를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인정하지 않고 종속개념으로 인식할 경우 의약협업은 영원히 있을 수 없습니다.
또 약사가 의사를 배타적이고 경쟁관계로 인식할 경우에도 의약협업의 정착은 요원한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와 약사가 서로를 존중해 환자치료를 위해 상호 협력하는 동반자적 관계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의료계와 약사회 내부의 자정 운동을 펴 약사는 임의조제 근절을, 의사는 원내조제를 지양하는 마음가짐도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이 상호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의약협업의 시대는 비로소 개막될 것입니다.
개국가 일각에서는 약사법 개정안에 일부 독소조항이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독소조항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 약사 회원들 중 일부는 대체조제 금지와 관련해 상당한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약사회의 분업 정책은 명분보다 실리였습니다. 지금은 법제화가 진행중인 과정이라 회원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대체조제와 관련해 약사회는 잃은 것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지난 8월 약사법 개정 당시보다도 훨씬 약사회에 유리하도록 마련됐습니다. 법이 통과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확정·고시되면 회원들에게 그동안 공개하지 못한 사실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약사법 개정안에서 독소조항을 지적하라고 하면 분업 불법행위에 대한 시민포상제를 들겠습니다.
소비자인 국민들이 전문가인 의사와 약사의 영역을 감시한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특히 시민포상제와 관련해서는 의료계에서도 불만이 많은 만큼 이 문제를 의사회와 공동으로 국회 및 복지부와의 협의를 거쳐 삭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이번 약사법 개정안에는 약사의 복약지도라는 규정이 명문화됐습니다. 이 규정 마련으로 인해 향후 약사직능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 앞서 말했듯이 약사회의 분업 관련 정책은 명분보다는 실리였습니다.
이번 약사법 개정안에 약사의 복약지도를 명문화한 것이 실리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약사직능이 말로만 있어 왔지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근거가 없었습니다. 이번 약사법 개정안에 약사의 복약지도를 명문화한 것은 약사직능 향상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의사가 진료권을 인정받는 것처럼 약사가 복약지도권을 인정받아 명실상부한 분업의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게 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복약지도의 명문화로 인해 약국의 조제수가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도 중요한 성과로 여겨집니다.
약사법 개정안이 확정단계에 있지만 앞으로 이를 뒷받침할 시행령·시행규칙이 어떤 방향으로 마련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시행령과 시규에 약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약사회는 시행령·시행규칙에 무엇보다도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처방 담합에 대한 세부사항을 규정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정부의 준비부족으로 강행된 의약분업은 우리 약사들에게 큰 아픔과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담합문제를 방치할 경우의약분업은 영원히 뿌리내릴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약사회는 현재 운영중인 분업감시단에서 적발한 처방담합 사례를 시행령 및 시규에 반영함은 물론 강력한 처벌조항을 마련해 이를 근절하도록 할 것입니다.
또 내부적으로 자정 운동을 전개하는 등 처방담합 근절을 위해 약사회의 역량을 총력 경주할 방침입니다.
최근 복지부가 복합건물내 2·3층에 위치한 약국들을 처방담합 의혹이 높다는 점을 들어 폐쇄한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해당약국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 2·3층에 약국을 개설한 약사들도 모두 대한약사회 회원입니다. 그런 만큼 이들의 행동도 존중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나 분업정신을 살리기 위해 단호히 대처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나를 버리고 우리 모두를 위한다는 마음가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입니다.
담합의혹을 받는 약국들이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만 자중해 법정으로 비화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시기입니다. 내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협화음으로 인해 분업의 틀을 깰 수는 없습니다.
분업 시행과정 중 약사회를 불신하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회원단합을 위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실 계획입니까?
- 분업 시행과정 중 회원과 집행부간의 정보교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 이로 인해 반발의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분업이 본궤도에 오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그동안 회원들에게 알리지 못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려 회원들과 집행부간의 거리를 좁히도록 하겠습니다.
약사회의 가용가능한 정보수단을 적극 활용한다면 회원들의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구축한 대한약사회 포털사이트를 적극 활용해 정보와 교육의 장으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앞으로 대한약사회는 직능단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정책단체로서의 입지를 갖추는 등 약사회가 회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갖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분업 시행후 동네약국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동네약국을 육성하기 위해 대한약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 동네약국이 몰락하고 있는 것은 약사회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대단한 손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동네약국이 없어짐으로 해서 국민들의 보건의료기관 이용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약사회는 정부에 분업이 약국의 기능을 말살하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동네약국을 살리기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복지부가 발표한 담합 금지 방안과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유형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약사회는 이와는 별도로 동네약국이 생존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기 위해 선진국의 모범사례를 연구해 우리 실정에 맞게 접목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 지역 특성에 맞는 약국경영 모델을 제시해 동네약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동네약국들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마련에 스스로 나서야 합니다.
약국의 주 업무가 조제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약사의 직역확대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의약분업 시행으로 의료기관과 약국의 이중방문이라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들이 예방의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점을 십분 활용해 건강보조식품 취급 등의 방안을 통해 약국의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각급 약사회가 총회 시즌을 맞고 있습니다. 앞으로 임원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지난 30년보다 앞으로의 3년이 약사회의 미래와 약사직능을 좌우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회장으로 출마했다는 것은 회에 전념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니 만큼 회를 위해 그리고 회원들을 위해 희생할 마음가짐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또 임원이 갖춰야 할 덕목은 도덕성입니다.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은 임원의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회원들도 따라 오지 않습니다.
회원들이 회를 믿고 따라오게 하기 위해서는 회무와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이 공개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임원이 갖추어야할 최상의 덕목은 비전 제시입니다.
이 말은 즉 철학과 역사인식이 겸비되어야 한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철학과 역사인식이 없이는 회를 이끌어 나갈 수 없으며 회원들의 단합된 힘을 모을 수 없습니다. 새해에는 약사회에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파업투쟁을 전개하던 의료계 분업에 동참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언제 또다시 의료계가 각 직역간의 내부갈등으로 인해 강경 투쟁을 전개할 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또 내부적으로 회원들의 결속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인 만큼 이번에 실시되는 선거에서 선출되는 임원들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나를 버리고 회를 위한다는 마음을 갖고 약사회를 중심으로 회원들이 결속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 나가야 합니다.
이와 함께 회원들은 새로 선출되는 임원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약사직능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 의약분업은 선택이 아니라 개혁에 따른 필수 사항입니다.
의약분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약사 회원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것에 대해서는 죄송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런 만큼 의약분업은 반드시 제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정신 및 구조적인 개혁이 선행되지 않고는 분업 시대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과거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탈피하고 새 제도에 적응하려는 각고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지금 개국가에는 금지돼 있는 임의조제를 한다든지 병·의원과 유착을 하고 있는 일부 약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부적절한 행위는 결국 약사 전체를 욕되게 하는 행위임은 물론 제도 정착 자체를 저해하는 것입니다.
부디 일선 약사들이 의약분업 제도 정착의 첨병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실행에 옮긴다면 분업은 조만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으며, 약사직능이 바로 설 수 있는 날이 다가올 것입니다.
약사 회원 여러분들의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약사회는 조제수가 현실화 등 개국약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개발과 대통령 직속의 약사발전제도위원회 등을 통한 중장기적 정착과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약사회 없이는 약사직능의 발전이 없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약사회를 중심으로 일치 단결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