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문전약국들의 등장으로 제약사의 직거래 확대와 일부 도매상의 제살깎기 경쟁 등이 그것이다.
제약사의 직거래는 국내 의약품 유통의 전근대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제약과 도매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직거래가 느는 것은 전문약 마진구조의 이중성, 제약사의 영업 관행과 몸집 불리기, 그리고 낙후된 유통구조가 빚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도매상의 저가 공세는 위축된 매출을 확대하려는 몸부림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매업계는 회의만 열었다 하면 “제약사를 손봐야 한다”고 말한다.
제약업계는 적당히 도매업계의 비위를 맞추면서 실속은 다 차리는 게 현실이다.
의약분업 이후에는 제약사의 이같은 양상이 조금 달라져 제법 뻣뻣하게 나온다고 도매업계는 불만이 한창이다.
과거 담보 없이도 알뜰하게 마진을 챙겨주던 제약사가 어느새 고개를 곧추 세우고 담보 없이는 약을 줄 수 없다고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진도 전과 같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약과 도매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가고 급기야 도매쪽에서 몇몇 제약사를 타깃으로 삼자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다 다국적 기업들이 영업과 물류·수금 등 일부 영업부문을 쥴릭으로 아웃소싱하고 있고 올해 몇 개 회사가 더 참여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양측의 관계가 점점 소원해지고 있다.
이는 제약과 도매의 갈등을 넘어서 같은 업종 내부의 반목현상까지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는 이러한 문제들이 의약분업과 맞물리면서 업계를 큰 혼란 속으로 몰고 간 한해였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최근 우리는 동종 업계를 넘어 이종 업계간의 전략적 제휴 사례를 수없이 보고 있다.
조금이라도 상호간의 이익이 있다면 지나치단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고 쉽게 손을 잡고 있다.
그들의 계산은 단순하다. 손해볼 게 없다면 일단 손부터 잡고 보자는 생각이다.
그러다가 어떤 사업부분에서 이해관계가 맞으면 서로의 역량을 발휘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 이익을 내면 성공이라는 계산이다.
이들은 상대를 폄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상대를 대단한 존재로 생각하면서 떠받들지도 않는다.
단지 이 시대를 살면서 공존종영의 길이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뿐이다.
하물며 이종 업계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비일비재한 데 국내 약업계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전략적 제휴에는 몰관심하다.
아직도 서로를 견제의 대상, 시장에서 적대적인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과 도매의 경우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눈을 씻고 찾을 수 없다.
오직 나만 배부르면 됐지 남이야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보수성과 오랜 관행 때문에 약업계의 발전 속도가 다른 업종에 비해 늦는 것일지도 모른다.
제약과 도매의 협력 관계 도모는 지극히 단순하다. 어쩌면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내켜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우선 양측 모두 업체를 경량화 시켜야 한다. 규모에 맞지 않는 차입금을 줄여나가고 조직을 전문화시켜 몸집을 가볍게 해나가야 한다.
제약사는 먼저 연구와 생산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다시 말해 제약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산업의 실정을 돌아보자. 신약 1호를 내놓고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던 딜레마에 휩싸였던 것이 현실이다.
올해 2, 3호의 신약들이 발매될 예정이지만 제약 100년사에 비하면 너무 빈약했던 것이 국내 의약품 연구개발의 현실이다.
제약사는 그동안 너무 연구개발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조직을 경량화시키고 그 잉여자금을 연구개발에 쏟아야 한다.
제약사의 이런 변화에 대해 도매는 그 심중을 헤아리고 유통의 주인으로서 제약사의 제품을 시장 최고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이야말로 전근대적 유통의 답습이라는 오명을 벗는 첩경인 것이다.
쥴릭이 지난 4월 국내에 상륙했을 때 국내 유통업계는 바짝 긴장했었다.
영업방식이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 판이하게 틀렸기 때문이다.
쥴릭의 영업방식이 좋다고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같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제약은 제약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고 도매는 `굴뚝산업'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견실을 바탕으로 한 대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격 경쟁이 심한 것은 그만큼 너무 많은 업체가 시장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협력의 바탕은 이같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의 기존 현실을 과감히 깨고 나서는 데 있다.
깊이 있는 연구개발로 탄생한 제품을 생산자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끔 만들어내 도매로 넘기면 도매는 제약사의 디테일에 힘입어 요구되는 최종 소비처까지 제품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운반하는 한편 제약사의 신뢰도를 함께 높여주는 서비스를 개발,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이상적인 모델이다.
도매는 어느 제약사의 제품이 어느 곳에서 얼마나 팔렸는지, 또 어떤 것들이 시장에서 요구되는 지를 파악해 제약사에 제공하고 제약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응용해 나간다면 우리 제약산업의 장래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제약사는 도매업체의 소요 경비를 적절히 파악해 시장 상황에 맞는 마진을 충분히 제공한다면 지금 같은 문제점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제약은 제약대로 영업 조직을 움직여 한정된 시장을 도매업체와 나누고 있는 현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제약산업을 퇴보시키는 것임을 자각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제약과 도매의 협력 없이는 의약분업이 연착륙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한 원로 도매상 대표의 말대로라면 이제는 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진정 이 나라 제약·유통산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