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계와 약계가 의·약·정 합의 내용 중 대체조제와 임의조제라는 말에 대해 지나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의사나 약사들의 과민반응이 일면 이해되는 면도 없지 않으나 과연 이것이 의·약·정 합의를 깰 만큼 중요한 것인가는 잠시 생각해볼 일이다.
의·약·정 합의는 의사와 약사들의 대표들이 나와 오랫동안 논란을 거치면서 합의를 이룬 것이므로 일단 이들의 대표성을 인정해 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대체조제(代替調劑)와 임의조제(任意調劑)가 과연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의사들이 한사코 반대하는 임의조제를 생각해 보자. 임의조제라는 것은 의약분업의 실시로 이미 불법행위이다. 임의조제라는 것이 처방에 의한 조제가 아니라는 의미라면 임의조제는 이미 없어진 말이다. 왜 이 말에 대해 의사들이 이중삼중의 쐐기를 박으려는 것인 지 이해할 수 없다.
임의조제에 대해서라면 오히려 약사들이 할 말이 더 많을 것이다. 의사는 이제 처방전만 쓰게 됐는데 아직도 의사들이 임의조제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들이 뭐라고 대답할 것인지 궁금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약사쪽만 바라보며 약사가 환자에게 “어떻게 아프세요?”라는 말도 못하게 하는 등 제한을 가하려는 것은 한마디로 상식밖의 발상이다. 그러고도 그들은 약사는 `복약지도'만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사제를 조제받은 환자에게 약사가 “언제부터 설사를 하십니까?”라고 묻지 못하는 복약지도가 있을 수 있을까?
대체조제에 대한 약사들의 반응도 과민성이 짙다고 본다. 의사가 처방한 약을 그대로 써야만 할 때 `대체불가'로 표시하면 되는 것이다. 또 이 대체 문제는 원래 brand와 generic의 개념으로부터 출발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처럼 generic과 generic의 상호교환 또는 대체사용이 불가하다는 것은 `과학'이라기보다는 `고집'에 속한다.
만약에 그것이 `고집'이 아니고 정말로 `과학'이라면 정부가 구체적인 사례를 접수해 따져봐야 할 중대한 일이다. 대체조제 불가의 흔한 이유로 의사가 어느 특정한 회사의 제품을 고집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을 꼽는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특정 회사의 brand 제품도 아닌 generic의 대체불가를 고집함으로써 의사들은 오히려 환자가 여러 약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커다란 불편(disservice)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약국에 의사가 처방한 품목이 없고 환자는 기다릴 수 없다고 한다면, 약사는 다른 곳으로 가보라고 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이런 문제는 정부가 그 입장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해결될 문제다. 왜냐하면 대체조제 불가라는 의사들 논리는 정부의 권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보험을 통해서 의약품의 값을 지불하는 입장에 있으므로 동일한 generic에 대해서는 제조회사에 관계없이 같은 값을 지불하는 방법도 고려해봄 직하다. 하여튼 이제는 대체나 임의조제라는 말을 뒤로 하고 의약분업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의사와 약사가 다같이 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