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ger & Acquisition, 소위 M&A라고 하는 것이 드디어 한국의 제약업계에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선 제약업계의 발전을 위해 환영할 일이다.
M&A가 그저 기업과 기업간의 수평적 또는 수직적인 통합만이나 잘 나가는 어느 한 기업의 덩치를 불리는 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한국 제약기업이 현대화·세계화의 길로 나가는 시발이 되기를 바라는 맘이 간절하다.
그러나 한국의 M&A는 외국의 그것과는 달리 여러 가지 제도적 또는 관습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 제약업체의 M&A를 보면 우선은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이 되지만 그 속에는 무서운 기업 경영 합리화의 목표가 숨어 있다. 회사가 내놓은 제품들이 어떤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시되는 것은 그 회사의 pipeline에 무엇이 있는가 이다.
좋은 pipeline을 찾는 작업은 그래서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진행되고 있으며 비록 그것이 조그만 venture기업이라 할 지라도 엄청난 연구비를 도와주는 데 서슴치 않는다.
또한 거대 기업끼리의 통합에는 철저한 구조조정이 따른다. 중복되는 관리인력이나 시설은 물론이고 세일즈맨에 이르기까지 재배치나 position을 없애는 일도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꼭 이러한 일은 한 나라의 국경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국경을 넘어서도 행해지고 있으며 다국적기업의 증가도 가져오고 있다.
최근에 있은 Pfizer와 Warner Lambert의 통합, Norvatis나 Aventis, Pharmacia의 탄생에도 이런 일들은 예외 없이 진행되었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그러나 동양적인 정서에서는 이러한 서양적인 정서 다시 말해 어떻게 보면 비정(?)할만한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합리화는 꼭 기업주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 질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예가 그렇고 한국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더 많은 제약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 겪는 어려움은 오히려 서양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해못 할 일인지도 모른다.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회사가 다른 100억원의 매출이 있는 회사와 합하였다고 해서 꼭 두 배의 인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기업경영의 ABC에 속한 일이다.
한미약품의 경우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제품의 종류가 상호보완적이란 면에서 두 회사가 잘 맞아떨어지고 있고 한미약품의 기존제품에 동신제약의 혈액분획제제나 수액제제 또는 백신제제는 병원시장에서 더욱 큰 점유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잘 맞는다. 이러한 점에서 우선 이번 M&A를 주도한 분들의 현명한 판단을 볼 수 있다.
이는 또한 제약업계 M&A의 첫 작품이라는 데서 다른 제약회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한국의 제약회사들이 M&A를 통해서 덩치를 키워 세계시장에서 겨룰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제약업계의 구조조정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신선한 바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