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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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약업현장에서 고객경험의 혁신에 대한 단상

이종운

기사입력 2020-01-29 15:15     최종수정 2020-01-29 15:2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지난번 데이터 관련 기술에 대한 의견에 이어서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한 혁신을 고찰해보자. 필자는 담당하는 경영전문대학원 수업의 첫째 강의 때마다 꼭 질문하는 내용이 있다. “당신이 종사하는 직장이 추구하는 업(業)의 본질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당신은 그 본질을 추구하느라 어떤 것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이 두가지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하는 것이 디지털 혁신에 앞서 현행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정비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유명인사가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집단의 사장단 회의에서 호텔업의 본질이 뭐냐고 물은 뒤에 이는 ‘숙박’이 아닌, ‘엔터테인먼트’의 제공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근래 ‘호캉스(호텔+바캉스)’라는 신조어의 등장과, 라스베가스의 특급호텔들을 중심으로 성업중인 카지노 산업을 곱씹어 보면 그가 정말 혜안을 가진 경영자였음을 새삼 느낀다. 한편, 사진기와 필름 제조업체였던 코닥(Eastman Kodak Company)은 자기 업의 본질을 ‘추억을 제공하는 것’이라 하였다. 아주 정확한 자기 정체성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묻고 싶다. ‘약업(藥業)’의 종사자에게 과연 업(業)의 본질이 무엇인가? 

이 같은 업의 본질을 추구하는 수단과 과정이 ‘비즈니스 프로세스’이다. 이것을 실행할 때 전략도, 리더십도, 조직의 역량과 문화도 필요하다. 그리고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실행되는 과정을 고객이 감지할 때 고객경험으로 구체화된다. 

디지털 변혁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인 고객경험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CX)이란, 광고, 매장, 온라인 사이트, 고객지원 등 비즈니스와 고객이 만나는 모든 접점(touch point)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관리체계를 총칭한다(그림 1). 기술의 발전 덕분에 고객을 만나는 방법이 증가하는데, 오프라인, 전화, 메일로 만나던 고객이 TV, 모바일, SNS 등의 채널로 확장되었다. 고객여정(Customer Journey)과 관련된 업무의 담당자들이 마케팅, 오퍼레이션, 제품디자인 등 다양한 관점에서 CX를 이해하고 활용 중인데 이런 모호하고 확장된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첫째, 전사적 CX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고객접점이 많아지니 브랜딩 차원에서 모든 경험을 관리할 필요성도 커졌다. 그래서 CX 품질을 일정수준으로 유지시키려는 전사적 노력행위를 표현하려고 이러한 포괄적 개념의 용어를 사용한다. 

둘째, 이전보다 확대된 관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최근 광고상품 중에 CX 관리도구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확대된 고객여정을 정의하고, 특히 디지털 마케팅을 중심으로 고객의 유지(customer retention)을 유도할 수 있는 광고상품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셋째, 고객중심적인 조직문화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고객의 고충처리만을 전담하던 부서가 고객과의 원활한 소통이 매출을 증대시키거나 브랜딩을 위한 좋은 수단임을 깨닫게되어 이를 자기업무의 정체성으로 채택하려고 CX를 이용하고 목표수준까지 상향시킨 것이다.
                                     그림 1. CX cycle (출처: zumaetagroup.com)

누구나 고객경험을 개선할 수 있고, 해야하는 시대

시대와 기술이 변하더라도 비즈니스의 시작과 끝은 결국 ‘고객’이다. 고객과 친밀해질 방법을 고심하는 여정은 필수가 되었고, 고객이 나를 다시 찾게 하려면 함께 했던 기억이 아름다워야 한다. 그래서 CX개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또한 해야한다. 오늘 하루, 나의 브랜드를 고객이 선호하여 다시 찾도록 뭔가 소소한 행위라도 했다면 나의 CX는 더 개선된 것이다. 이를 고객경험관리(CX management, CXM)라고 부른다.

필자가 기업에 근무할 때 담당한 프로젝트에서 CX 개선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던 기억이 있다. 제약기업에게 처방권자인 의사와 실사용자인 환자 모두가 고객이므로, 자사제품을 처방/사용하기까지 모든 단계를 수개월간 관찰, 분석(customer chain analysis, CCA)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인시아드 경영전문대학원의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가 창안한 ‘블루오션전략’을 활용해 ‘전략캔버스’를 그린 뒤, 각 단계와 요소별로 CX가 개선되도록 ERRC (Eliminate 제거, Raise 증가, Reduce 감소, Create 창조)를 실행하였다. 그러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 성공경험을 계기로 필자의 뇌리에 깊게 각인된 것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가격과 제품보다 더 우선하는 것이 CX의 개선이란 사실이었다.

이에,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약업현장에도 적용 가능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방법을 소개하고 싶다. 2020년 새해에는 나의 약업현장을 찾은 고객의 행동을 면밀히 분석하고 정형화(CCA, 전략캔버스 작성)하여, 단계별로 개선방안(ERRC)을 실천해보자. 삶터인 약업현장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먼저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한 후에야 디지털 변환을 가시화할 기술적 수단들을 접목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더불어 이번 기회에 ‘블루오션전략 방법론’을 깊게 공부하는 부수적 효과도 얻으면 좋겠다.

디지털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 원리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성공담이나 풍문을 바탕으로 디지털 변혁의 허상을 따라가다가 나를 변화시킬 디지털 비즈니스의 근본적 원리를 놓치기 쉽다. 여기에 글로벌 IT서비스기업의 수석관리자인 발 루이스가 제시한 5가지 성공원리를 소개한다.

1. 인지 
성공적인 디지털화를 기대한다면, 먼저 ‘인지적 기업(cognitive enterprise)’이 되어야 한다. 스캇 리가 The Cognitive Enterprise란 저서에서 잘 설명했듯이, 이것은 생태계가 아닌 하나의 유기체처럼 행동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런 기업은 의도와 목적에 따라 행동하고, 집단이 아닌 개별적 자연인처럼 결정하는 속성을 지닌다. 태생적인 디지털 기업(digitally native company, digital native enterprise, digital native business, DNB)은 한결같이 인지적이다. 그래서 신속히 결정하고, 대부분의 역량을 ‘실행’에 집중하도록 훈련하고 이끌어야 한다. 

2. 가격 및 편익
Airbnb는 사람들이 꼭 호텔이 아니라도 머물고 싶은 좋은 장소를 아주 쉽게 빌리기 원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Uber와 KaKao Taxi는 택시를 찻길에서 손짓하여 부르거나 정류장을 찾아 헤매는 것, 혼잡시간대에 많은 인파와 경쟁적으로 택시 잡는 것이 매우 짜증스럽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허겁지겁 결제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고객의 경험을 정확히 인지했다. 그래서 Uber, KaKao Taxi, 타다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훨씬 더 편리하고 값도 싸게 구성했다. 온라인 영화제공업체 Netflix와 Spotify도 이 원리를 따랐으며, Amazon의 성공도 우연이 아니다. 성공한 DNB 기업들은 가격 및 편익 원리에 충실했다.

3. 부담 전가
택시회사는 차량의 소유, 유지에 엄청난 비용을 지출한다. 렌터카회사도 차량은 물론, 대여센터까지 소유, 유지하고 있다. Uber와 타다는 어떠한가? 자기 차량을 소유한 운전자, 또는 랜터카 차량과 대리운전자들을 접목하여 활용한다. Turo는 소유, 유지할 렌터카나 대여센터조차 없다. 차량은 빌려주려는 개인이 소유하고 관리하며, 렌터카센터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차량 키를 전달하기로 약속한 장소일 뿐이다. Airbnb가 객실에 대해 그러했던 것처럼, Turo는 렌터카 사업에 드는 경제적 부담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전가시켰다. 미래에도 이런 ‘공유경제’, ‘구독경제’ 모델은 지속될 것이다.

4. 본질에 집중
일부 상장사는 주주가치 극대화에 집착하여 손익계산서(경영성과)를 미화시키려고 수익성 높은 지출을 다음 회계연도까지 연장하거나, 단기적 주가부양을 위해 차입금을 써서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하는데, 결국 성장이나 경쟁력 강화에는 투자가 줄어 주주가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DNB 기업의 리더는 이 같은 부도덕한 활동에 힘을 낭비하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 혁신과 운영에 몰두한다.

5. 뜻밖의 경쟁
Amazon은 온라인 도서판매가 본업이었다. Borders와 Barnes & Noble은 도서판매시장에서 선두주자였고 경쟁하느라 후발주자 Amazon을 무시했다. 하지만 Amazon은 온/오프라인 시장을 평정한 뒤, Kindle을 통해 오프라인 출판시장에 진출해서 정상을 차지했다. 다음에는 Circuit City와 선두자리를 다투던 온라인 판매업체 Best Buy를 노렸다. 결국 둘 다 Amazon을 위한 상품전시공간으로 전락하였다. 이윽고 Amazon은 모든 역량을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여 지금은 세계적인 데이터 기업조차 Amazon의 가상화된 셀프서비스 모델을 경계, 모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Netflix는 방송 및 케이블 채널사업체의 거대한 경쟁자가 되기 전까지 가정용 비디오테이프 대여업체 ‘블록버스터’와 경쟁하는 것처럼 보였다. Airbnb는 1개의 호텔도 없이 전세계 호텔사업을 순식간에 석권하였다. Google Maps는 미국의 상징인 Yellow Book을 만들던 전화번호부 출판사들을 파산시켰다. 이들은 모두 의외의 장소에서 부상한 디지털 경쟁자의 성공한 표본이다.

디지털 변혁 시도가 실패하는 이유

디지털 혁신기업의 괄목할 만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카우치베이스란 회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연간 평균 60억원대를 투자하는 디지털 변혁 프로젝트 10개 가운데 9개는 실패한다고 알려졌다. 응답자의 90%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지금은 디지털 기술로 혼란을 겪는다고 한다.
 
하지만 워싱턴대학교 John M. Olin School of Business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Fortune이 선정한 500대 상위기업 중 40%가 10년 후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 바, 디지털 변혁의 당위성과 성공의 어려움을 동시에 접하는 기업들은 곧 도래할 생존경쟁의 폭풍전야를 지나고 있다. 고객경험의 인지, 가격편익, 부담전가 등의 원리는 누구에게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진짜 성공의 비밀은 이것이다. 소수의 기업만이 기존 제품과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진정한 혁신을 달성하여 거듭났다. 그러나 다수의 기업들은 고전적 경영방식으로 디지털 변혁 패러다임을 잘못 이해하고 접근하는 우를 여전히 범하고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리더의 몫이다. 즉, 디지털 변혁이 경영자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약업에서도 이 원리와 선택은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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