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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나는 무식한 약사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사입력 2011-02-16 09:4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상담 창구에 한 흑인 아가씨가 서서 날 기다리고 있다. May I help you? 하니 Ring worm 에 듣는 약이 있냐고 묻는다. Ring worm 이라? Ring이면 원 또는 환이고 worm 이면 벌레, 그럼 환충? 그렇다면 기생충약인가? 지난 번에 Pin worm (요충) 에 듣는 약을 15번 아일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근처 가서 한 번 찾아 보라고 하곤 다시 업무로 복귀 했다. 아, 하나 알았네, Ring worm 은 기생충...근데 이거 맞나???

며칠 후 다른 환자가 Athlete’s Foot (무좀-여기선 운동선수들이 무좀에 잘 걸리니까 무좀을 ‘운동선수의 발’ Athlete’s Foot 이라고 한다, 한국에선 군인들이 잘걸리니 군인의 발 Soldier’s foot 이라하면 되겠다.) 에 잘 듣는 약을 문의해서 찾아 주다가 무좀약들이 Ring worm에 효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Ring worm은 기생충이 아니라 곰팡이, 정말 낯이 뜨거워진 순간이다. 이런 무식한 약사 같으니.나중에 알아보니 감염 부위가 동그랗게 원을 그리면서 생긴다고 해서 그 곰팡이 이름이 Ring worm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자라지 않고 교육을 받지 않은 난 정말 미국에서 약사하기엔 상식 쪽에 많이 부족하다. 미국 초등학교 애들 책을 보면 어려운 단어들이 꽤 있는데 꽃이름이나 벌레 이름등이 그것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한국의 초등학교 교과서 등에 나오는 엉겅퀴라든지 장구 벌레, 소금쟁이, 뭐 이런 단어가 외국인에게는 얼마나 어렵겠나? 한국인에게는 그게 상식에 속하는 거지만.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나같은 외국인은 비록 고학력이라도 상식쪽에서 모르는게 너무 많아 가끔 위의 Ring worm 의 예처럼 곤경에 처할 때가 있다. 뭐 이런식으로 하나하나 알아가는 거겠지만서도.

한국에서처럼 미국사람들은 철따라 기생충약을 먹는것 같진 않다. 비처방약 OTC로는 Pin worm 에 듣는 약만 팔고 버막스 (Vermox: 성분명 Mebendazole) 같은 한국에서 가을철이면 꼭 사 먹던 기생충약은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처방약이다. 그러니 이 곳에선 한국처럼 기생충이 발견되기 전에 미리 먹고 하는 일은 없는 듯하다.  

나중에 무식이 폭로 나면 정말 낯이 뜨거울 때가 많은데 또 다른 경우가 있었다. 중년의 여인이 상담 창구에서 요로 감염증의 통증에 듣는 오렌지색 약이 어디 있냐고 물어왔다. 내가 요로 감염증에 듣는 약은 모두 처방약이라 의사의 처방약이 필요하다하니 자기가 그 전에 OTC로 사먹었단다. 이미 의사가 샘플로 줘서 (미국엔 의사가 처방약을 샘플로 많이 갖고 있다. 제약회사에서 공급함) 퀴놀론 항생제인 시프로(Ciprofloxacin) 을 먹고 있는데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니 의사가 비처방약인 오렌지색약을 사먹으라 했단다. 

그게 뭐지?, Tylenol, Advil? 하니 고개를 젓고 팜피린, 미드린 하니 그건 월경통에 쓰는 거란다. 그럼, 뭐야? 시프로와 같이 요로 감염증의 통증에 쓰는 건 Pyridium 인데, 그런데 그건 처방약 인데. 그리고 오렌지색도 아니고 초콜릿색인데… 에이 우기자. 그런약 없다고 하니 약간 신경질 내면서 그냥 갔다. 몸이 아파 죽겠는데 약사가 해결해 주지 못하니 신경질 낼만도 한데 어쨋든 그런 약은 본적이 없으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지 않는가?

그러나 결국 며칠 후 그약을 일반약 선반에서 찿았다. 처방약으로 쓰이는 Pyridium 은 100 mg,
200 mg 인데 비처방약은  AZO 라는 이름으로 95 mg이 들어 있었다. 95 mg, 장난하나?  100 mg 이상은 처방이 필요하니 5 mg 살짝 낮춰 95 mg 으로 비처방약을 만들어 허가를 받은 것이다. 

AZO 라는 상품은 당뇨나 케톤뇨등 뇨검사에 관련된 상표인데 언제 이런게 나왔어? 하면서도 그 중년의 여인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정말 무식한 약사, 난 정말 무식한 약사다. 정 모르면 아일에 나가 한 번 찾아 볼 것이지, 그땐 왜 안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 여인이 다시 와서 당장이라도 이놈아 이젠 알았냐고 할듯하다. 무식한 약사 면하려면 끊임 없이 머리로, 발로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 원래 약사는 공부의 덫에 걸린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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