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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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감기약 처방전의 독특한 점들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5-03-02 09:34     최종수정 2015-03-04 11:0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얼마전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서 기침으로 병원에 방문했다. 어머니는 연세가 70대 초반으로 무릎관절염외에는 특별한 지병이 없다. 증상은 병원방문 이틀전에 시작되었다. 열, 오한, 근육통은 없고 콧물이 약간 있으며 기침이 심했다. 의사가 특별히 병명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약국에서는 처방약으로 보아 기관지염인 것 같다고 했다. 의사는 다음과 같은 다섯개의 약들을 처방해 주면서 각각을 한 정씩 하루에 세번 이틀동안 먹어보고 다시 오라고 했단다.

-코데닝정 (주석산디히드로코데인 5 mg, 구아이페네신 50 mg, 염산메칠에페드린 17.5 mg, 말레인산클로르페니라민 1.5 mg)

-푸라콩정 (피프린히드리네이트 3 mg)

-슈다페드정 (염산슈도에페드린 60 mg)

-록솔정 (염산암브록솔 30 mg)

-움스코민시럽 (펠라고니움 시도이데스 11% 에탄올 엑스)


처방된 약들은 기침, 콧물, 가래 등의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의 병원 클리닉에서 환자를 직접 보는 약사로서, 또 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미국과 비교하여 어머니의 감기약 처방의 독특한 점들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첫째, 그동안 가족들이나 친지들을 통해 접해온 우리나라 처방들의 특징 중 하나는 중복처방이 많다는 것이다.  중복처방 (duplicate therapy)이란 비슷한 성분들의 약을 여러 개 처방하는 것을 말한다.

어머니의 처방에서 보면 두 개의 중복처방이 있다

1) 코데닝정의 염산메칠에페드린과 슈다페드정의 슈도에페드린.
2) 코데닝정의 말레인산클로르페니라민과 푸라콩정의 피프린히드리네이트.

1)은 알파1 수용체를 작용하여, 2)는 히스타민의 작용을 방해하여 콧물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알파1 수용체 작용제와 항히스타민제는 서로 작용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쓰일 수 있다.  하지만 두 개의 알파1 수용체 작용제를 쓰거나 두 개의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는 것은 치료학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 - 하나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둘을 써서 부작용의 가능성을 높이고 약값을 더 들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약이 아무리 좋아도 용량이 충분치 않으면 효과를 보기 힘들다.  그런데, 중복처방된 약들은 다른 필요한 약의 용량 조절을 방해할 수 있다.  어머니의 기침 완화에 가장 효과적인 성분은 코데닝정의 주석산디히드로코데인이다.  그런데, 이 성분은 다른 성분들과 같이 섞여 있는 복합제인 코데닝정에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중복처방된 슈도에페드린과 피프린히드리네이트가 하루에 쓰는 최고 용량에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코데닝정의 용량을 증가시키기가 힘들다.  즉, 주석산디히드로코데인의 용량을 20 mg에서 30 mg 등으로 올리려면 코데닝정을 4-6알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염산메칠에페드린과 말레인산클로르페니라민의 용량이 너무 커져 알파1 수용체 작용제와 항히스타민제들로부터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  따라서, 위의 처방으로는 어머니의 기침이 완화되기 힘들다.  예상대로 어머니는 약을 하루동안 복용했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두번째 독특한 점은 의사가 처방전의 각각의 약을 하루에 세번씩 2일동안 복용하라고  했다는 점이다.  감기약은 증상만을 완화시킬 뿐이기 때문에, 증상이 있을 때만 복용해도 되고 증상이 완화이 되면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즉, 정기적으로 시간 맞춰 복용해야 하는 약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as needed) 복용해도 되는 약이다. 

예를 들어, 하루 복용후에 콧물이 더 나오지 않으면 알파1 수용체 작용제와 항히스타미제는 사용을 중단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필요할 때만 약을 먹게 되면 약의 사용이 줄게 되고 그만큼 부작용에 노출될 시간도 준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감기약은 필요할 때마다 몇 시간의 간격으로 먹으라고 처방을 한다.

세째, 의사가 약을 이틀간 복용하고 다시 보자고 한 점도 독특하다.  감기나 기관지염의 위험성은 세균성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으로 발전할 수 있는 데에 있다.  따라서, 열이 나타난다든지 증상이 악화되거나 시간이 충분히 지났는 데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세균성 질환을 의심해야 하고 항생제를 쓰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성 감기나 기관지염은 1-2일 앓고 금방 낫는 병이 아니다.  따라서, 항생제를 쓸지 말지 등의 치료적 판단을 하기에는, 증상이 악화되지 않는 한, 1주일 정도라면 모를까, 2일 동안의 치료기간이 너무 짧다.

마지막으로 염산암브록솔과 펠라고니움 시도이데스는 미국에서 볼 수 없는 약들이라 감기나 기관지염의 증상 완화에 대한 임상시험이 있는지 찾아 보았다.  여러 논문들이 있지만 잘 디자인된 임상시험이 없어서 위약에 비해 좋다는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이런 약의 경우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1)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가? 2) 사용 했을 경우, 기대되는 효과가 잠재된 부작용보다 더 큰가?  뿐만 아니라, 약값은 어머니 개인의 돈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지불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도 나오는 돈이라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필자소개>

 
◆ 신재규교수 프로필
-서울대 약대 / 동 대학원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
-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 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 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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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추천 반대 신고

교수님이지만..
이래서 공부 해야 되네요..
약사님께서 이런 말도 안되는 글을 올리시다니..
(2019.06.19 10:45)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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