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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커튼 콜

끊임없이 진화하는 창작뮤지컬의 신화 '명성황후'

편집부

기사입력 2021-02-05 10:47     최종수정 2021-02-05 10:5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몀성황후 공연장면. 사진제공 에이콤▲ 몀성황후 공연장면. 사진제공 에이콤

3일간의 프리뷰 일정을 마치자마자 아쉬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른바 ‘퐁퐁당’이라 불리는 2자리 거리두기가 의무화된 공연장 환경 속에서 무대의 막을 계속 올릴 수 없어 2주간 공식 개막이 연기됐다는 것이다. 25주년을 맞은 뮤지컬 ‘명성황후’다. 구한말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한 많은 죽음으로 우리 민족을 눈물짓게 했던 국모의 사연은 2021년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녀의 삶이 어찌 이리 기구한지 한숨이 절로 새어나온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원작은 이문열의 소설 ‘여우사냥’이다. 소설의 제목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당시 궁에 난입한 일본 낭인들이 황후를 제거키 위해 붙인 작전명이다. 원작 소설은 제목에서부터 한국인이라면 무언가 울컥해지는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심지어 뮤지컬로 탈바꿈하며 붙여진 ‘명성황후’라는 타이틀은 활자보다 상당히 순화된 표현인 감마저 없지 않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에 불리는 노래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듣는 순간에는 소설이나 뮤지컬이 전달하고자 했던 민족주의적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느끼게 된다.

오랜 세월 여러 차례 반복해 공연되다 보니 작품을 거쳐간 배우들만 해도 상당하다. 김민수, 조승우, 홍경인, 조승룡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도 여전히 미우라로 등장하는 김도형 등 주요 캐릭터의 주연급 배우들은 오늘날 한국 뮤지컬계의 최고 스타들로 성장했다. 하물며 앙상블을 거쳐간 신인급 배우들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덕분에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 ‘명성황후’는 한때 뮤지컬 배우 사관학교라 불리기도 했다.

주인공인 명성황후를 맡았던 배우는 초연 무대를 장식했던 윤석화를 포함해 모두 6명에 달한다. 제각기 독특한 이미지와 성격을 창조해내 인기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가장 오랜 기간 명성을 누린 것은 아무래도 이태원이다. 탁월한 가창력과 카리스마로 인기를 누려온 국가대표급 명성황후다. 사실 무대에 합류할 당시 그녀는 런던 뮤지컬계에서 스타급 배우로 통했다. 90년대 말 무대에 올려졌던 웨스트엔드 뮤지컬 ‘왕과 나’에서 티앵 왕후로 등장해 99년 영국 공연가 최고의 영예인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최우수조연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이번에 올려지는 25주년 기념 무대에서는 요즘 안방극장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탁월한 가창력의 여배우 신영숙이 참여하고 있다. 한층 젊고 매력적인 여배우들의 무대가 작품의 오랜 세월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무대를 만나는 매력을 한 단계 격상시켜준다. 김소현의 실제 배우자인 고종 역의 손준호, 감수성 넘치는 연기로 늘 시선을 집중시키는 강필석, 홍계훈 장군 역으로 등장하는 한국의 초대 콰지모도 윤형렬이나 인기 아이돌그룹 비투비의 멤버인 이창섭의 등장은 올해 앙코르 공연 최고의 매력중 하나다. 

사실 ‘명성황후’의 인기는 비단 무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뮤지컬로 얻은 명성은 여타 문화산업 장르에서도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해왔다. TV 드라마로 꾸며져 한류 드라마로서의 대중적 인기몰이를 하는가 하면, 음반이나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문화산업 영역을 확장되기도 했다. 또 다른 캐릭터를 따로 발전시켜 또 다른 이야기를 꾸미는 스핀오프의 실험도 시도된 적이 있다. 뮤지컬 ‘영웅’의 설희다. 하나의 인기 콘텐츠가 등장하면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며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문화산업의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로의 접목인 셈이다. 흥미로운 도전과 실험들이다.

더이상 수정될 내용이 없다는 의미로 마스터 버전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적도 있지만, 이번 앙코르 버전에서도 시대에 맞는 변화와 실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노래로만 진행되던 형식을 탈피해 대사를 삽입해 극의 이해력과 전달력을 높이는 변화가 가미됐으며, LED 패널을 이용한 공간적 활용의 적극적인 실험도 더해졌다. 특히, 다양한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이 편곡에 참여해 보다 수려해진 선율의 향연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명성황후’는 창작 뮤지컬이 하루아침에 브랜드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25년이라는 결코 짧지않은 세월동안 외형은 물론 크고작은 작품의 요소와 형태들은 크고 작은 수정을 거치며 오늘날의 모습으로 진화해왔다. 좋은 작품을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는가를 생각해본다면, ‘영광 뒤의 숨겨진 상처’에 더 큰 응원을 보내게 되기도 한다. 

‘명성황후’가 주는 교훈이 있다. 요즘 우리 뮤지컬 시장이 이런 ‘명작’의 출현을 계속하거나 지속시키기에 너무 조급하다는 문제의식이다. 기본적인 시장 환경이나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배려가 너무도 제한적이고 열악하다. 당장 안정적인 공연기간을 통해 작품을 수정 보완할 수 있는 창작 뮤지컬만의 전문 공연장 시설도 없고, 작품을 단계별로 성장시킬 수 있는 투자환경도 미약하다. 결과란 과정의 산물인데 그 과정에 대한 투자나 시스템의 보완이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제2, 제3의 ‘명성황후’는 그저 ‘희망사항’으로 머무를 요원한 꿈으로 남을지 모른다. 이것이야말로 ‘명성황후’에게 보내는 박수만큼이나 이 작품이 우리 뮤지컬계에 남기는 의미 있는 화두다. 

커튼콜에서 다시 불리는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조선이 아닌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를 향해 목청 높여 일깨워주는 깨달음의 울림이어서 더욱 감동적이다. 일촉즉발의 형세로 전개되는 국제 정세나 아직도 망언이나 일삼는 일본의 우익 세력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명성황후’가 과거가 아닌 현재의 울분이어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준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일단은 프리뷰 공연만 진행된 채 잠정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거리두기 단계조정이나 공연장 환경에 따른 정책변화가 시행되면 조만간 다시 관객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제 3차유행까지 진행된 우리나라의 코로나 19 시국에서 공연장에서의 감염확산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으니, 앞으로도 방역지침을 잘 준수하고 감염병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비한다면 해외 유수의 언론들이 부러워했던 대한민국 뮤지컬 공연가의 우수한 K방역 신화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침 뮤지컬 협회에서도 동반자외 거리두기에 대한 필요성을 알리고 있으니, 다시 막이 오르면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았으면 좋겠다. 모쪼록 건강하고 행복한 무대를 완성해준 제작진에게 마음을 담아 응원을 보낸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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