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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짧은 음악

편집부

기사입력 2021-01-28 15:30     최종수정 2021-02-05 11:0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작곡가 안톤 베베른의 음악에 대하여

[클래시그널] 3~4분정도 걸리는 대중가요와 비교해 클래식 음악은 너무 길다? 작곡가 안톤 베베른 (Anton Webern 1883~1945)이 들으면 섭섭해할 소리. 베베른의 음악은 매우 짧다. 대게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듣고 곡이 막 시작하는가하면 어느새 끝난다고 말한다. 어쩌면 대중의 입장에서 어려울 수 있는 베베른의 무조음악이 짧다는건 다행인지도 모른다.
어떤 악장은 기껏해야 30초도 안되고 야심차게 작곡한 교향곡 전곡이 10분 안팎이다. 언감생심 난해한 현대음악의 시발점에 위치한 베베른의 음악을 소개한다는건 무모한 시도일까. 

우선 그의 음악적 배경을 간단히 짚어보자. 1883년 빈 출생으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베베른에게 첨으로 음악을 소개한건 어머니였다. 음악애호가였던 어머니 덕분에 다섯살에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자연스럽게 음악의 길로 들어선 케이스로 첼로, 음악이론을 공부했으며 빈 대학에서 음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사사했던 귀도 아들러 교수는 음악을 '음들에의해  통합된 유기체'로 보았으며 베베른 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음악적 노선은 무조음악의 창시자 쇤베르크와의 만남을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 . 무조음악이란 조성을 부정하고 음들에 동등한 자격을 부여하여 논리적으로 짜맞춘 음악이다. 결과적으로  베베른은 20세기초 쇤베르크가 정립한 12음 기법의 무조음악을 충실히 답습함으로써 제 2 빈 악파의 중심인물로 꼽히며 현대음악의 전위적인 변곡점을 일궈내었다.

하지만 알려져있다시피 무조음악은 대중성이 결여되어있다. 익숙한 조성감을 해체하고 논리적으로 음을 나열하다보니 듣고나면 선율 하나 기억에 안남는 무조음악이 어려운건 당연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베른의 무조음악이 매력적인 이유는 곡이 짤막하다는 이유를 제하고라도 그 음악이지닌 '응축미' 때문일 것이다.

베베른의 음악은 시와 닮았다.  단어 하나 허투루 낭비할 수 없는 시처럼  베베른 음악속의 까다롭게 엄선된 음들은 응축된 가치를 담아낸다. <아홉개 악기를 위한 협주곡 Op.24>는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곡이 6분내외로 역시 짤막한 곡이다. 1악장의 세 음으로 이루어진 짧은 모티브가 다양한 악기를 통해 운율을 자아낸다. 또한 구조적으로 제시부 25마디, 재현부 25마디로 구성된 대칭적 구조로 시의 '연'을 연상시킨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교향곡 Op.21>을 소개하며 " 구조적 관점에서 시의 모습을 담고있다"고 했다.

또한 베베른의 음악적 본질을 언급하며 "베베른은 모티브와 멜로디 음색 그리고 작품의 형태같은 요소들이 공생관계로 연결되어있다"고 덧붙였다. 자연을 음악의 원천으로 삼았던 베베른은 모든 음악적 구성요소들이 모여 '하나'를 지향하는 통일성을 강조했는데 괴테의 원형식물(Urpflanze)을 모티브 삼았다. 즉, 결국 한몸이지만 뿌리, 줄기, 잎,꽃이라는 다른 형태로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는 스승이었던 아들러의 이론과도 궤를 함께한다.) 음 하나가 주제로 간주될만큼 음의 높은 밀도와 곡의 짧은 길이는 통일성에 일조한다.
            <현악 4중주를 위한 다섯개의 악장>中 4악장은 총13마디의 길이를 갖고 있다.

점묘주의를 연상케하는 흩어진 음들 사이의 '공백' 또한 베베른의 큰 매력이다. 그의 작품에서 철저히 선별된 음들 사이의 공백은 넓다 .< 관현악을 위한 5개의 소품>의 4악장은 고작 6마디로 가장 짧은 악장이다. 6마디 속의 넉넉한 쉼표들은 몇 안되는 음들을 더욱 돋보이게끔한다. 현대음악의 거장 피에르 불레즈는 " 베베른에게 있어서 음악은 소리와 침묵의 대위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덧붙여 음고의 변화 뿐만아니라 음색의 변화가 선율을 이룰 수 있다고 본 쇤베르크의 참신한 개념, 음색선율(Klangfarbenmelodie)은 베베른의 단골 소재다. 

쉽게 말해서 선율을 다양한 악기에 분산시키는 작곡기법이다. 가지각색 악기들이 모여 한 멜로디를 서로 나눠 연주하는 음악이 상상되는가. 베베른이 편곡한 바흐의 <6성 리체르카레>가 대표적인 예이다. 트롬본으로 시작하여 호른, 트럼펫, 하프등 차례로 등장한 악기들이 한 성부를 몇음씩 나눠서 연주하는데 익숙해져버린 바흐 음악에 현대적인 색채를 더한다.
이처럼 내제된 음의 높은 밀도와 더불어 디테일이 살아있으니  짧고 간결한 구조가 용이하며 몇 안되는 음들 하나하나가 응축된 형태로 의미심장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바쁜 현대인에게 무조음악 감상은 예상컨데 쉽지 않을 터. 하지만 참신한 접근법으로 베베른의 음악에 다가간다면 색다른 미적 쾌감을 준다. 게다가 무척이나 짧다, 할렐루야.

스시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긴 오마카세가 우리로 하여금 맛에 온 감각을 집중시키듯 베베른 음악의 디테일한 응축미는 음의 본질에 집중시킨다. 베베른의 <관현악을 위한 5개의 소품>은 비평가들로부터 '진정한 음악적 시'라고 찬사받은 작품이다. 짧은 음악적 셀(cell)을 변주하여 만들어낸 이 곡은 전 악장이 5분이 채 안된다. 50초만 투자하면 1악장을 감상할 수 있다. 고요한 적막을 뚫고 나온 각각의 독립된 음들이 마치 시어를 읆조리는 듯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reqqQ-kBJQ0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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