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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00세 시대의 고찰: 노인을 위한 기술

편집부

기사입력 2021-06-02 19:43     최종수정 2021-06-03 08:5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고령화 사회가 은퇴를 미룬 노년 세대 때문에 청년의 일자리가 줄고, 부양부담까지 가중시켜 세대갈등을 촉발시킬까 우려된다. 하지만 고령화로 사회의 구조가 변화되면서 새로운 투자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란 긍정적 견해도 있다.

고령화 시대의 시니어는, 무시할 수 없는 사회구성원이자 신시장의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과거의 시니어 대비 소비성향도 매우 다르다. 외식, 엔터테인먼트, 문화의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성향이 뚜렷하며, 자기계발과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여유로운 경제력과 건강을 바탕으로 소비와 여가를 즐기며 새로운 주체로 떠오르는 시니어 세대, 인구고령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선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시니어 시프트

근래 ‘노인’ 대신 서구식 표현인 ‘시니어’를 선호한다. 2011년 국회는 ‘노인’이란 용어를 ‘시니어’로 정비하려는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는데 법률이나 학술적으로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분류하나 산업적으로는 50~64세를 ‘New Senior’나 ‘Active Senior’로, 65세를 ‘Old Senior’나 ‘Silver’로 구분하는 추세이다. 기업이 주목하는 부류는 경제적 여유를 가진 ‘뉴 시니어’들이다. 우리나라의 고령친화시장 규모는 2016년 27조원에서 2020년 78조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는데, 특히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기술이 고령친화산업과 융합되는 양상이다.

일본은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은퇴를 시작한 2007년이 소비 트렌드의 변곡점이었다. 일본 유통기업 AEON사는 2011년 전략보고서에 ‘Senior Shift’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2013년에는 도쿄의 카사이점을 리뉴얼해 ‘그랜드 제너레이션’ 몰로 바꾸었다. 10~20대를 타깃으로 삼았던 일본의 편의점도 고령 소비자에 집중했는데 세븐일레븐의 고객은 1989년 29세 이하 고객이 63%이었으나 2013년에는 29%로 줄어들었고 동기간 50세 이상 고객은 9%에서 30%로 증가했다.

시니어의 지적욕구를 충족시키는 미국의 서비스도 괄목할 만 하다. 1975년에 설립된 ‘로드 스칼러’사는 5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교육과 여행을 접목시킨 상품을 제공했는데,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관람하며 큐레이터의 강의를 듣는 ‘Art Lovers’ 및 역사유적지를 열차로 방문하는 ‘Train Journeys’, 그리고 시골마을을 방문해 숨겨진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My Hometown’ 등 매년 4,600번의 프로그램에 10만명이 참여했는데 대부분은 대졸이상 학력에 평균연령 72세 노인이었다.

미국의 Lively 노인케어서비스는 냉장고, 출입문, 의약품상자에 센서를 장착해 동작을 감지하여 데이터를 수집한 뒤 건강을 관리해준다. 미국의 24eight사는 압력센서를 부착한 스마트 슬리퍼를 개발했는데, 노인의 압력과 보폭을 측정해 평소 때와 다른 변화가 감지되면 가족과 주치의에게 알려 사고를 예방한다. 자율주행자동차나 로봇 역시 반응능력이나 근력 등이 떨어질 수 있는 고령층에 적합한 기술의 예이다.

노인을 위한 기술, Aging Tech

로봇,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활동성을 증가시키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했는데, 노약자가 착용하면 시속 12㎞까지 움직이도록 다리 힘을 강화시켜주는 로봇인 ‘휴마’를 비롯해 의료로봇 ‘H-MEX’, 보행보조로봇 ‘H-LEX’는 현재 의료기기 허가용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노인 재활훈련을 돕는 로봇도 있다. AI와 사물인터넷을 활용하여 뇌졸중·치매 재활기기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센서가 장착된 스마트 장갑을 통해 병원이 아닌 집에서 재활훈련을 하도록 도와주는데, 글러브에 장착된 센서와 AI가 환자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재활훈련 난이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그림1).

한 챗봇은 AI 기술로 진료기록은 물론, 환자-의사 간 대화를 분석하여 고혈압, 당뇨 환자에게 식단과 건강관리법을 조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매예방 앱, 스마트폰 화면 글자를 크게 확대하거나 음성으로 변환시켜 읽어주는 앱도 있다.

          그림1. 치매·뇌졸중 재활솔루션을 제공하는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출처: 네오펙트)

사고예방 기술

고독한 노인은 치매나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갑작스런 사고에 대처하기도 어렵다. L사의 ‘부모안심 IoT 패키지’는 자녀가 노부모의 외출·귀가 여부를 확인하고 가스밸브나 전열기구를 원격으로 통제하며 홈CCTV를 통해 부모님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안심 LED솔루션’은 LED 전등에 실시간 동작감지센서와 텍스트-음성 변환기능을 내장하여 독거 치매노인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일정시간 이상 움직임이 없으면 생활관리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인데, ‘IoT기반 위치추적기’는 집밖에서 길을 잃은 치매노인의 위치를 알려준다.

노인전용 스마트폰은 통화 시 의도하지 않은 터치를 예방하는 ‘똑똑한 터치잠금’과 별도 버튼으로 데이터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켜는 ‘데이터 잠금’ 기능도 있다. 라디오 안테나를 내장하여 데이터를 사용없이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똑똑한 FM라디오’ 기능도 있다. 또한, 노인용 IoT 스피커 ‘소통박스’는 휴대폰 사용에 미숙한 고령자가 음성만으로 지인과 서로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실버 러시

식품업계는 노쇠한 노인의 특징인 근감소증 개선방안을 찾는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혈류를 개선해주는 오메가-3와 항산화제 베타카로틴이 함유된 치즈 등 시니어 푸드도 개발하였다. 시니어 전문식자재 기업은 국공립시설, 요양원 등 고객맞춤형 상품을 선보였다. 음식을 삼키는 것이 어려운 노인이나 환자를 위해 식재료를 갈거나 다져 만든 ‘연화식’도 제공한다.

유통업계는 간병 및 보조용품, 병원 및 의료용품을 판매하는 시니어 전용관 ‘실버스토어’를 운영하며 노인의 편의를 위해 인터넷 대신 전화로 주문하는 ‘텔레마트’도 선보였다. 오프라인 편의점 업계는 성인용 기저귀 등 노인전용브랜드를 개발했다.

금융업계도 노인의 관심사인 건강과 여행을 연계한 통장을 선보였다. 이는 환갑, 칠순 등 기념일이나 자녀결혼, 여행, 공적연금수령 등 이벤트를 맞이할 때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또한, 은퇴설계 등 맞춤형 금융서비스와 여행·쇼핑·건강 등 비금융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정보격차 문제

극장이나 철도, 공항에서 표를 사거나 음식을 주문할 때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일이 흔해졌다. 그러나 기계주문기와 마주하는 노인의 형편은 참담하다. 글씨 크기도 작고, 높이도 안 맞는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줄이고 대기 줄을 서지 않아 편리하다지만 노인은 키오스크와, 모바일로 이뤄지는 구매방식 때문에 명절 때 대중교통 예매에 곤란을 겪는다. 정보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디지털 신기술에 접근할 능력의 보유여부가 경제·사회·문화적 격차로 확산돼 불평등을 야기한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8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55세 이상자의 종합적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의 63.1%에 불과했다. 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장노년층 등 4대 정보취약계층 중에서 가장 낮다. 스마트폰이나 PC의 보유여부와 인터넷 접속가능 여부를 측정하는 '디지털정보화 접근수준'은 일반국민 대비 90.1%다.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이용능력을 측정한 '디지털정보화 역량'은 50%, 인터넷 서비스를 다양하고 깊게 활용하는지 측정하는 '디지털정보화 활용수준'은 62.8%에 불과했다(그림2).


       그림2. 2018년 우리나라 연령별 디지털 정보화 수준(출처: 한국정보화진흥원, 단위: %)

장노년층에 적합한 교육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정부는 정보격차 문제와 관련하여 정보화 교육을 여러 기관에서 전국 단위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화 교육 예산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관련 예산 감소는 "변화된 정보격차 및 정보소외 양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새로운 정보취약층의 등장과 정보격차 현상에 대응하는 양질의 정보화교육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정보화교육이 PC기반으로 진행되어 막상 노인들에게 필요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예매나 Kiosk사용법 등 실질적인 교육은 부족하다고 지적된다. 더불어 키오스크 자체의 고객 친화성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왜냐하면 현재 대부분의 상점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몸이 불편하지 않은 정상인을 기준으로 제작되어 노인이나 장애인이 사용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사용하기 쉽다는 것의 새로운 정의

노인 스스로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 활용방법을 익히게 하려면, 각종 디바이스의 사용법은 매우 쉬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만약 자체적으로 기능하거나 헬스케어 전문가나 간병인, 기타 서비스 업체가 자신의 영역을 범위를 넓히는 데만 신기술을 사용한다면, 진정한 가치를 구현할 수 없다. 

솔루션 업체가 아무리 ‘우리 제품과 서비스는 다르고’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간단하다’고 주장해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이고, 노인을 위한 기술이 오히려 더 많은 실망감과 소외감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노인 케어는 사용자가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을 전제하면 안되고 사용자 기반을 간과하면 실패한다.

고객 친화적으로 혁신

이와 같은 문제점 중 어느 것도 노인의 잘못이 아니다. 상당한 수준의 맥락적 지식을 전제하지 않고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작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증명해줄 뿐이다. 
해법이 있다면, 실제 세계(real world)의 친숙한 객체를 흉내 내는, 이른바 ‘스큐오모픽(Skeuomophic)’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업체가 지능형 의약품 보관함을 만든다면, 노인이 일상에서 자신의 처방약을 정리하는 데 사용하는 약상자처럼 보여야 하는 것이다. 미래형 디자인은 밀레니엄세대의 디자이너 스스로 감탄할지 모르나 실제 사용자인 노인은 오늘 여기에 보관하던 당뇨병치료제를 먹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근본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제품과 서비스 개발자는 실제 노인들이 새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체험하고 테스트하도록 해야한다. 실제 이용자가 새 기술을 한 달 이상 사용해보고, 초기 기대감이 반감된 후에도 실제 계속 이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사용하지 않는다면, 가치가 낮기도 하지만 노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동작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혁신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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