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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구충제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사입력 2017-12-20 09:40     최종수정 2017-12-20 10:4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한국에 있을 땐 가을이면 구충제를 한 알씩 먹곤 했다. 그 때만 해도 한국의 위생상태가 좋아 구충제를 안 먹어도 됐으련만 TV에서 나오는 광고에 현혹되기도 해서 습관적으로 온 가족이 구충제를 복용했다.

미국에 와서도 한 동안은 한국에서 공수해서 약을 복용하곤 했다. 그러다 한 10 여년 정도 까먹고 복용을 안 했는데 지금까지 별탈은 없는 걸로 보아 큰 문제는 없는듯하다.

한국도 이제는 위생문제가 거의 없으므로 구충제를 매 번 복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광고의 효과도 있고 약이 일반약으로 구입이 용이하므로 구충제를 드시는 사람들이 아직도 꽤 있는듯하다. 더구나 중국산 김치 등에서 기생충알 등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아직은 복용필요성이 남아 있다고도 본다.

미국에서 구충제는 요충약만 빼고는 처방약이다. 그러므로 한국처럼 예방차원으로 복용하는게 아니라 확실히 감염된 후 복용한다. 미국에서 통용되는 구충제로는 Albendazole, Mebendazole, Ivermectin, 그리고 요충치료제 Pyrantel이 있다. 이러한 처방전이 가끔 나오는데 위생상태가 아주 좋은 미국에서 왜 이러한 약 처방전이 나올까?

우선은 외국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감염된 경우이다. 캠핑을 다녀온 사람들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또 감염된 애완동물로부터 감염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위생상태가 현저히 나빠 기생충에 감염된 경우가 아직도 미국에 상당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십이지장충 감염자는 무려 7억 명에 달한다. 대부분 남아메리카, 남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이다. 미국에서도 남부 지역에 이들 환자들이 많다. 그 중에 한 곳이 알라바마주의 Lowndes County 같은 곳이다. 이 곳은 미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의 하나이다.

이 지역의 집들은 하수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화장실의 처리물이 PVC관을 통해 도랑으로 흘러간다. 평상시에는 그럭저럭 괜찮으나 비가 많이 올 경우 하수물이 역류하여 집안으로 더러운 오수가 들어 오기도 한다. 검사 결과 이 지역 주민들의 변에서 십이지장충의 알이 다수 발견되었다.

치료는 쉽다. Albendazole 200mg, 2알이면 깨끗이 십이지장충들을 박멸할 수 있다. 문제는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주민들은 재감염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하수시설을 수리해야 하는 데 그 비용이 가구당 15,000달러이나 된다 하니 가구당 연평균 수입은 18,000달러에 불과한 이들로선 꿈도 못 꿀 일이다.

또 다른 문제는 약 값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Albendazole 두 알의 약 값은 400달러에 이른다. 물론 물가 차이는 있겠지만 이 약이 탄자니아에서는 4센트이다. 자본에 대한 통제가 없는 자본주의 만능에 따른 폐해이다. 부자나라 미국에서 가난하게 사는 사람은 가난한 나라에 사는 보통사람들보다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아주 가난한 사람은 메디케이드에 의해 약 값이 커버되겠지만 차상위자의 경우 비싼 약값을 그대로 지불해야 된다. 차상위자들의 경우 대부분 보험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 예산이 비싼 약 값을 커버하느라고 메디케이드 쪽으로 소비되게 되면 주 정부는 푸드 스탬프 등 다른 복지 예산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세계 1위 빈부격차국의 적나라한 실상이다. 세계 2위 빈부 격차국인 한국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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