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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Lay Language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사입력 2016-02-24 09:40     최종수정 2016-03-21 14:3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미스 허버트가 Estrace vaginal cream의 처방전을 가져왔다. Estrace크림은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이 부족한 환자들에게 여성호르몬 estrogen을 보충하기 위한 약이다. 처방전을 보니 apply 1 gram vaginally 2 times a week, then topically to vulva every other day라고 씌어 있었다. 우리말로 풀면 '질을 통해 이 약 1그램을 1주에 2번 주입하고 외음부에 격일로 바르시오' 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Vulva는 외음부라는 점잖은 표현 보다는 'ㅂㅈ'의 한글 표현에 더욱 가깝다. 그래서 조금은 민망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왜 한글 표현은 저속하고 한자표현은 점잖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경우에는 민망한 부위이니 조금은 돌려 말하는 게 낫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생활에서 많은 부분이 한자나 영어는 고상한 표현이고 순수 우리말은 조금 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한글재단에 의하면 그 많은 한자표현들이 정작 중국에서 온 것도 아니고 일본식 한자표기가 대다수라고 한다.

고수부지, 공업단지, 지하철, 연봉, 승강장 등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들도 다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고 초중고 교과서에서 쓰던 우리말들도 어느덧 다 일본식 한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피는 혈액으로, 귀청을 고막으로, 가로막을 횡경막으로, 기름기는 지방으로, 쇠붙이는 금속으로, 원둘레는 원주로, 속셈은 암산으로 바뀌었는데 모두 다 일본식 한자말이라 한다.

반면에 병원에선 영어가 판을 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의사로 등장하는 정우가 야구선수 칠봉이의 MRI영상을 진단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정우는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룸바 스파인 엠알아이 검사상 엘포-파이브 에스원 사이 디스크 에이치엔피 소견입니다. 우선 피티나 컨저버티브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거의 외계어 수준인데 번역하면(?) “허리뼈 MRI상 4, 5번 허리뼈와 1번 엉덩이 뼈 부분에 디스크 증세가 있습니다. 우선 물리치료 등으로 천천히 치료를 하면서…” 정도가 되겠다.

미국도 병원에선 정우와 비슷한 용어를 쓴다. 물론 여기 의사들은 자기나라 말을 쓰는 거고 우리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나라 말을 하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런 전문 용어를 쓰는 것은 우선 의대에서 이렇게 외국어로 배웠기 때문에 자연스러울 수도 있고, 한편으론 의사로서 환자에 대한 권위도 세우면서, 또 어떤 경우엔 환자가 불필요하게 처치상황 등을 알 필요 없게 하기 위해 쓰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의학용어도 오리진이 그리스나 라틴어에서부터 유래했으므로 우리들 한자용어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일반인을 위한 Lay Language로 된 의학용어 사전과 약전 등이 따로 있다. Lay Language란 Terminology that an average non-professional can understand로 아주 쉬운 표현들이라 할 수 있다. 약국에서도 의사가 비록 처방전에 apply 2 drops in ophthalmic route bid라고 썼어도 환자에게 주는 약 포장에는 put 2 drops in eyes twice a day와 같이 Lay Language로 표기해서 준다.

몸풀기(출산), 애기집(자궁), 달못찬아이(미숙아), 물들체(염색체), 콩팥나눠심기(신장이식), 살버섯 (폴립), 가렴돋이(소양성 발진) 등 북한은 한자어로 된 의학용어나 외래어를 풀어 ‘다듬은 용어’로 쓰고 있다고 한다. 지식인층이 쓰는 말을 노동자층도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라고.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하여' 세종대왕께서 우리 한글을 창제하셨으니 어느 분야던 되도록이면 외래어나 외국어를 쓰지 않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사람들에게는 Lay Language가 있듯이 우리에겐 읽고 쓰기 쉬운 한글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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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님 안녕하세요
약사님의 기사들 보면서 많이 배워요~
제가 미국에서의 약무와 보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여쭤보고 싶은데
메일을 부탁드립니다 ^^
selgee13@naver.com 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2016.02.25 17:55)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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