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경 교수의 '야생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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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개망초(Erigeron annuus)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기사입력 2015-11-25 09:38     최종수정 2015-11-25 09:5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덕성여대 약대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덕성여대 약대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망초와 개망초는 여름철 길가나 공터 등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잘 알려진 식물이다. 땅에 떨어진 씨가 싹이 터서 잎을 가진 채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꽃을 피우고 말라 죽는 두해살이풀(월년초)이다.

망초와 개망초는 모두 국화과식물이며 0.5-1 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위로 자란다. 하지만 잎이나 줄기가 비슷하여 혼동하는 사람이 많지만 꽃 모양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개망초는 6-7월에 꽃의 직경이 2 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푸른빛을 띤 흰 꽃을 피운다.

수평으로 배열되어 있는 꽃잎은 혀꽃(설상화)이고 암꽃이며 중심에 둥근 노란색 부분은 가늘고 긴 관으로 구성 되어있는 대롱꽃(통상화, 筒狀花)이다. 대표적인 국화과 꽃 모양을 닮았다. 망초는 개망초 보다 한 달 정도 늦은 7-9월에 개화하는데 혀꽃이 활짝 피어도 조금만 벌어지므로 꽃이 피다만 것처럼 꽃송이가 적어 보여 개망초에 비해 볼품이 없어 보인다.

망초와 개망초는 원산지가 북미로서 귀화식물이고 과거 우리의 슬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식물이다. 저주의 대상이 되어 대접을 받지 못했다. 번식력이 너무나 왕성해서 어디든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밭작물에 골치 아픈 잡초로 분류되기도 한다.


한일합방이 진행되던 1900년 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던 해가 1905년이고 한일합방이 1910년에 체결되었다. 그 무렵 전에는 보지 못하던 흰색 꽃이 철도가 놓인 곳을 따라 급격히 번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농촌 사람들은 일본이 조선을 망하게 하려고 이 식물의 씨앗을 뿌려 퍼트리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 소문은 점점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라를 망하게 하는 풀이라는 뜻에서 망한다는 뜻풀이를 가진 잃을 ‘망(亡)’자를 써서 망국초(亡國草)라 불렀는데 이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망초(亡草)가 되었다.

그 얼마 후 또 다른 보지 못하던 새로운 꽃이 나타났는데 망초와 비슷하지만 모습이 더 예쁜 꽃이었다. 당시 식민지 백성으로 전락한 그 시대 사람들은 뒤틀린 마음에서 실은 더 예쁜 새로운 식물을 ‘망초’보다도 못한 ‘개망초’라고 불렀다. 접두사 ‘개’는 대개 무엇보다도 못한 이란 의미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일본인들이 씨앗을 퍼뜨렸다하여 ‘외풀’이라고 불렀고 꽃 모양이 계란플라이를 닮았다 하여 ‘계란풀’이라고도 했다.

그러면 어떻게 망초가 조선 땅에 전파된 것일까 ? 과연 당시 조선인의 생각처럼 일본인의 고의적인 소행일까 ? 일사보호조약을 체결한 일본은 항구에 도착한 화물을 내륙으로 운반해야 했고 다른 한편 조선의 농산물을 일본으로 실어 나루기 위해서 서울-부산 간 철도를 개설했다.

이때 철로 밑에 까는 침목을 북미에서 수입해서 사용했다고 하는데 망초 씨가 침목에 묻어서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도 철로를 따라 망초와 개망초가 많이 퍼져나갔다고 한다. 기찻길은 어디론가 떠남을 상징하는 낭만적인 단어인데 당시의 조선인들은 그런 낭만적인 기분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라 망한 것이 어찌 망초와 개망초 탓이었겠는가 ?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침략을 당한 우리 자신의 무능과 또한 침략을 자행한 일본의 책임을 예쁜 꽃에 전가한 것은 떳떳치 못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망초와 개망초는 씨앗에 깃털이 붙어 있어서 바람에 잘 날라 갈 수 있는 풍매화이다.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강한 망초는 빠른 속도로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연한 순은 데쳐서 우려낸 다음 나물로 무쳐먹거나 국거리로 삼는다. 한방에서는 전초 말린 것을 비봉(飛蓬)이라 하며 피를 맑게 하고 열을 내리고 가려움증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성분으로 리모넨(limonene)과 리나로올(linalool)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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