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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자동사, 타동사, 수동태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9-03-13 09:38     최종수정 2019-03-13 09:4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1. 요즘 매스컴을 보면 타동사를 자동사로 잘못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1) 개봉(開封): ‘극장에서 OOO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다’ 라는 표현은 ‘영화가 개봉되었다’가 맞을 것이다. ‘개봉’이란 ‘봉투를 연다’는 의미의 타동사이기 때문이다.

2) 상연(上演): ‘OOO라는 영화가 상연한다’라고 하던데, 이는 ‘영화가 상연된다’로 고쳐 써야 한다. ’상연’이란 ‘공연에 올린다’는 의미인데 영화가 자기를 상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 둔화(鈍化): ‘최근 경제 성장률이 둔화했다’라고 하던데 ‘둔화되었다’가 맞을 것이다.

4) 종료(終了): ‘이달 말에 계약이 종료한다’는 ‘계약이 종료된다’가 맞을 것이다.

5) 분단(分斷): ‘일본 때문에 한반도가 분단했다’는 ‘한반도가 분단되었다’로 고쳐 써야 한다. ‘분단’은 잘라 나누었다는 뜻인데 사람이 아닌 ‘한반도’가 분단의 주체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6) 엄수(嚴守): ‘어제 추모제가 엄수하였다’는 ‘추모제가 엄수되었다’, 또는 ‘추모제를 엄수하였다’가 맞겠다.

7) 시작: ‘기념식은 애국가 봉창으로 시작하였다’는 ‘애국가 봉창으로 시작되었다’가 자연스러워 보인다.

8) 확산(擴散): ‘불신감이 확산하고 있다’는 ‘확산되고 있다’로 써야 한다.

9) 대여(貸與): ‘한진 그룹은 약사면허를 대여하여 약국을 열었다’는 ‘약사면허를 대여받아 약국을 열었다’ 가 옳을 것이다. ‘대여’란 ‘빌려준다’는 의미이지 빌려 받는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대여하여’를 ‘빌려서’로 바꿔 쓰는 것이 좋아 보인다.

10) 본격화(本格化): ‘갈등은 본격화 할 전망이다’는 ‘갈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가 나아 보인다.

11) 이어가다: ‘흥행이 쭉 이어가길 바란다’는 ‘쭉 이어지길 바란다’가 나아 보인다.

12) 지속(持續): ‘평화는 군이 강할 때 지속한다’는 표현은 ‘군이 강할 때 지속된다’가 맞을 것이다.

13) 전하다: ‘OO총서는 총 16책이지만 그 중 1책이 전하지 않는다’에서 ‘전해지지 않는다’로 해야 한다.

14) 부상(負傷)하다: ‘난폭하게 질주하는 차량에 세명의 행인이 부상하였다’는 ‘부상을 입었다’ 또는 ‘부상을 당했다’가 맞지 않을까?

15) 발생(發生): ‘발생’의 경우는 좀 헷갈린다. 사전을 보니 ‘화재가 발생하였다’와 ‘화재가 발생되었다’ 두 가지 표현이 다 맞는 것 같다. 아마 ‘발생’은 타동사 겸 자동사인 모양이다.

2. 수동태의 남용도 눈에 띈다.

1) ‘생각된다’와 ‘생각되어진다’:  나는 되도록 ‘생각한다’로 쓰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생각된다’가 이미 너무 보편화 되어서, 이제 와서 ‘생각한다’로 쓰는 것이 오히려 어색해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생각되어진다’만은 용서할 수 없다. 불필요한 이중(二重) 수동이므로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생각된다’로 충분하다.

2) ‘보인다’와 ‘보여진다’: ‘보여진다’도 이중(二重) 수동태이므로 ‘보인다’로 충분하다.

3) ‘전망된다’와 전망되어진다’: ‘전망된다’로 충분하다.

내가 ‘생각된다’, ‘보인다’, ‘전망된다’와 같은 수동태(受動態)의 사용을 자제하자고 하는 것은, 수동태는 나의 의지나 주관에 상관없이 ‘그렇게 생각되고, 보이고, 전망된다’며 주체(주체)를 숨기고 있기 때문에, 주장에 자신감이 없어 보일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수동태 뒤에 숨는 비겁함이 엿 보이기 때문이다.

수동태의 남용은 일본어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일본 사람들은 오모이마쓰 (생각합니다) 보다 오모와레마쓰 (생각됩니다)를 많이 사용한다. ‘사람을 두려워하는 일본인’은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 는 표현보다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된다’고 하는 돌려 표현하는 것이 상대방을 덜 자극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어나 우리말에도 “Be seated”와 “한번 뵙겠습니다”처럼 공손하게 말하고자 할 때 수동태를 사용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일본어만큼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요즘 내가 너무 한가하거나 까칠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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