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차 FIP 총회 참관기

기사입력 2003-09-29 17:27     최종수정 2006-10-16 15:3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Have you enjoyed the FIP"

제 63차 세계약학연맹(FIP) 대회가 끝날 무렵 대회기간 동안 낯익은 한 외국약사가 이렇게 말을 걸며 내게로 다가왔다.

FIP는 확실히 약사와 약학자에게는 세계적인 축제다.

그러니 잘 즐겼느냐는 말로 인사를 할 수 밖에…학술을 테마로 한 축제…

"그래, 그런 매력이 있으니 비싼 등록비(사실 FIP 등록비는 500달러, 한화로 환산하자면 60만원이니 웬만해서는 암두가 안나는 금액이다)를 내면서 이렇게 수년 혹은 십수년 심지어는 수십년 동안 다니는 약사님들이 계시지"라는 혼잣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이번 대회는 호주 시드니에서 지난 9월 5일부터 9일까지 열렸다.

시드니로 말하자면 오대양 육대주에서는 손꼽히는 미항이 아닌가.

상아빛 오페라하우스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듯한 정경이 관광가이드 북에 실린 모습은 너무나 유명하다.

이중에서도 대회 개최지인 다링하버의 컨벤션센터는 그림 그 자체였다.

일렁이는 짙푸른 물결, 코와 입 그리고 가슴으로 받아들여지는 상쾌한 공기, 온몸을 황홀경으로 감싸는 듯한 따사로운 햇빛 등등은 하루 5시간을 넘기는 세미나를 듣느라 피곤해진 심신을 말끔히 씻어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하지만 9.11 테러이후 지구촌에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로 매년 3,000~5,000명씩 참석하던 이 대회는 올해의 경우 이처럼 좋은 장소에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1,700명이 참석함으로써 그 어느때보다 썰렁한 대회장에 되어 버렸다.

그래도 오프인 행사와 환영만찬이 시작되자 이러한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참석한 약사들의 얼굴에는 금새 화기애애한 표정이였다.

그저 이 행사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즐거운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로는 남수자 대한약사회 국제위원장을 비롯, 홍명자·최병철·유봉규·이재명 약사님과 권경희·민일기 교수님 등 모두 20여명 가령 참석했다.

FIP 대회는 병원약사와 제약 생약 등 여러 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진행되지만 올해는 '소비자와의 관계개선을 통해 약국 안으로 소비자의 발걸음을 늘리자'라는 슬로건처럼 개국약사를 중심으로 이루는 학술모임이다.

필자는 각 나라의 약사정책 변화와 이로 인한 약국경영에의 영향을 다룬 강의, 각국 연자들의 발표(포스터)에 초점을 맞추려 애썼다.

그 결과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문화와 관습을 다를지언정 약사 고유영역과 직능발전에 대한 염원은 한결같다는 사실을 거듭 깨달을 수 있었다.

약사복약지도로 환자자가치료 확대 세계적 추세
호주·캐나다·스웨덴 등 약사직능 강화 토대 마련
가정약사제도 등 부러워···우리도 도입 필요


그러나 노력하는 과정을 우리와 약간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국민에게 끊임없이 약사의 주장과 약사의 역할기능에 관한 중요성을 전파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는 모습은 달랐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약사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그런 연후 정부와 의회를 압박해 들어가는 것이 유럽식 약사정책활동의 진면목이었던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부활된 '약의 날'은 그야말로 우리 약사와 약사회가 선진약학-약사제도의 궤도에 진입하는 대국민 홍보 무대로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FIP대회 현지에서 갑작스레 들었다.

그래야만 이 대회주제와 우리 약국도 소비자의 자연스러운 발길을 유도하지 않겠는가….

개최국 호주의 예를 보아도 약사와의 상담을 바탕으로 일단 한번 발행된 처방전을 여러번 재투약할 수 있는 권한이 약사에게 주어졌고(최근 이러한 권리를 획득했다) 심장질환과 당뇨 알러지 등의 만성질환은 약사와 환자의 1:1 상당기회가 주어졌다.
특히 당뇨 환자에게는 환자 자신이 혈당을 측정하고 식습관의 개선 등을 담은 일기를 기록하게 하여 환자 스스로 자가치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하고 약사가 특별한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기억에 남았다.

또 캐나다에서도 호주처럼 가정약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가정간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남다른 부러움을 안겨 주었다.

스웨덴도 호주처럼 약사가 환자의 자가치료를 돕고 있었는데 특기할 사항은 위장질환의 경우 의사와의 협력아래 가벼운 증상일 때 약사의 복약지도를 통해 일반약 치료를 받을 수 있게끔 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동행한 홍명자 최병철 약사님은 이러한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피력했다.

9월 8일에는 사실상의 Fare well파티와 같은 '점심과 함께하는 여약사모임(Women fot Pharmacy Lunch)을 가졌다.

홍명자 약사님이 이끄신 임상약학회팀은 이재명 약사님의 지휘로 합창을 불렀으며 각국의 모든 여약사들을 흥에 겹도록 '하나된 약사 약사된 하나로'가 되어 서로의 우의를 돈독히 다졌다.

우리 합창단은 하얀 불라우스에 시드니의 바다색을 상징하듯 청색스카프를 메고 나와 인기를 끌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강연(Lecture) 초청 대상이 없었다. 그러나 민일기 교수님과 최병철 약사님의 포스터 발표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FIP 대회 참석 때마다 느끼는 바가 있다. 이런 대회를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유치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침 남수자 대약 국제위원장께서 동행하셨기에 함께 느끼셨으리라 여긴다.

귀국길은 이제 한국의 최대명절이 한가위가 기다리고 있다.

빨리 걸음을 서둘러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리 뒤를 바짝 쫓아오는 태풍 매미의 엄청난 위협일랑 전혀 모른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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