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클럽하우스와 약 이야기
편집부

실제 사용해보니 클럽하우스가 약을 소재로 한 대화에 딱 맞는 매체라는 느낌이 들었다. 방송에서 약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사회자 또는 청취자의 질문을 듣고 답하게 되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시간적 제한이 크고 그러다 보니 질문을 다 받기 어렵다. 클럽하우스로 30분 동안 약에 대한 질문을 받아보기로 했다. 클럽하우스라는 열린 공간에서 사람들이 약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가장 궁금한 내용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참여자 수가 많진 않았지만 질문은 공통적이었다. 어떻게 약을 끊느냐 하는 것이었다. 약 복용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제일 궁금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내가 이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가이고 또 하나는 이 약을 먹는 동안 나에게 어떤 부작용이 생길 것인가이다. 약 복용의 이유가 고혈압 때문이든 고지혈증 때문이든 마찬가지다. 약 복용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끊을 궁리를 하는 게 사람이다. 약사는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환자와 공감하며 도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환자가 아닌 약사의 입장에서 생각하다보면 그런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곤 한다.
나 역시 그렇다. 2019년 8월 21일자 칼럼에서 고혈압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어떻게 하면 이 약을 끊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써놓고도 막상 클럽하우스에서 그런 질문을 받고 나니 놀라웠다. 약국에서는 의외로 그런 질문이나 상담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약을 타가면서 그 약을 끊을 수 있는지 물어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주 오래 전에 캐나다에서 약사로 근무할 때 혈압약(항고혈압약)을 하루 건너 하루 복용하는 방식으로 끊을 수 있는지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걸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건 약국에서 그런 질문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답은 ‘그럴 수 없다’이다. 하루 건너 하루로는 약의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다. 하루에 반 알을 복용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고 의사, 약사와 상담 하에 시도해야 할 일이다. 이런 식의 감량은 본인의 의지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 연령, 혈압의 조절 정도, 생활 습관의 조정 여부 등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아직 클럽하우스는 생소한 SNS이고 국내 이용자 수도 많지 않은 듯하다. 아이폰에서만 가능하고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아직 제공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볍고 손쉽게 대화와 토론할 수 있는 이런 매체가 늘어날수록 약에 대한 대화 역시 늘어날 듯하다. 궁금한 점에 대한 질문과 동시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도 많아질 것이다.
약국은 아직도 정체된 모습이다. 약 포장의 사용 설명은 언제 봐도 어렵고 깨알 글씨는 커질 기미가 안 보인다. 약과 건강기능식품의 과대포장도 여전하다. 수시로 포장을 바꾸는 제약회사의 관행도 여전하다. 약 포장이 바뀔 때마다 이게 같은 약인지 다른 약인지 헷갈려 하는 소비자의 목소리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어떻게 하면 약 사용을 줄일 수 있는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약을 복용한다는 게 가능한지 약의 실제 소비자와 약사가 반복해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를 용해야 한다. 클럽하우스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 약사, 약국, 제약회사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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