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건강한 노인들도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할까?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9-03-04 11:4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건강한 노인들도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할까?

약사님, 저희 어머니는 75세이고 고혈압외에는 다른 만성질환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다아스피린 (aspirin)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순환기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또 대장암도 예방하는 것 같은데 어머니께 아스피린을 복용하시라고 해야 할까요?”

19세기 후반부터 임상에 사용하기 시작한 아스피린은 가장 오래된 약 중 하나로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여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심순환기 질환은 동맥에 혈전이 생겨서 발생하기 때문에 아스피린은 혈전의 생성을 줄여 이런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뿐만 아니라, 아스피린이 대장암의 발생 가능성을 줄여 준다는 보고도 있다그런데, 혈전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아스피린의 효과는 출혈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위장관 출혈과 뇌출혈 등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다시 말하면, 아스피린은 혈전 방지의 이득과 함께 출혈의 위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여러 임상 연구에 의하면, 심순환기 질환을 앓았던 사람들에게는 아스피린의 이득이 위험을 능가하기 때문에 아스피린을 사용해야 한다 (2차예방:secondary prevension).  그러면, 심순환기 질환을 앓은 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아스피린을 써야 할까?  9, 의학잡지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9천 여명을 대상으로 한, ASPREE라는 임상연구 결과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에서 수행된 ASPREE시험은 거주하는 나라에 따라 참여 기준 (eligibility criteria)이 조금 다르다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하는 경우, 70세이상의, 심순환기 질환을 앓지 않았던 노인들이 참여한 반면, 미국에 거주하는 경우, 65세이상의 심순환기 질환 병력이 없는 흑인 또는 히스패닉의 노인들이 참여하였다.  이렇게 거주 국가에 따라 참여 기준이 다른 이유는 인종간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좀 다르기 때문이다오스트레일리아에서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인데 백인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사람들에 비해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래서, 흑인이나 히스패닉은 좀 더 일찍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수 있어 백인보다 더 적은 나이 (65)를 참여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한 가지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것은 여기서 말하는 심순환기 질환은 고혈압, 고지혈증이 아닌, 더욱 심각한 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의미한다 (이 컬럼에서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따로 만성질환이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한국인 등 동양인은 심순환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백인보다도 더 낮은 반면 출혈의 위험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ASPREE 결과를 해석하는 데에 이런 참여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

ASPREE 시험은 참여자들을 두 개의 군으로 나누어 비교하였다한 군은 아스피린 100 mg을 하루에 한 번 복용하였고, 다른 군은 위약을 하루에 한 번 복용하였다아스피린 100 mg은 심순환기 질환 예방을 위해 가장 흔하게 쓰는 용량이기 때문에 시험결과를 임상에 적용할 수 있다.

ASPREE 시험은 아스피린군과 위약군 사이에 장애가 없는 생존률 (disability-free survival)을 비교하였다장애가 없는 생존률이라는 말은 좀 복잡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개념은 간단하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순환기 질환 또는 암이 발생하거나 위장관 출혈, 뇌출혈 등이 일어나면 그 후유증으로 일상적으로 쉽게 하던 일, 예를 들어, 목욕을 한다든지, 옷을 입는다든지, 산책을 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이를 ASPREE 시험에서는 장애 (disability)로 보고 이런 장애가 나타난 참여자들의 비율을 비교한 것이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장애가 없는 생존률은 아스피린의 이득과 위험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아스피린이 심순환기 질환의 발생률을 낮추면 장애가 나타나는 참여자들의 수가 줄겠지만, 아스피린이 출혈의 위험을 높이게 되면 장애가 생기는 참여자들의 수가 늘기 때문이다.

, 이제 결과를 살펴보자전체 만9천여명의 참여자들 중 91%는 백인이었고 86%는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었다.  심순환기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높여주는 만성질환을 가진 참여자들을 살펴보면, 전체 참여자의74%가 고혈압을, 65%는 고지혈증을 가지고 있었다.  , 전체 참여자의 34%가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었다이런 만성질환을 가진 참여자들의 비율과 고지혈증 치료제 사용자들의 비율을 보면 동네에서 흔히 보는 건강한 노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무작위로 군을 배정했기 떄문에 이 비율은 아스피린군과 위약군 간에 다르지 않았다따라서, 두 군간의 장애가 없는 생존률을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다.

시험 참여자들을 약 5년간의 추적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아스피린군

(n = 9525)

위약군

(n=9589)

위험비율

(95% 신뢰구간)

연간 1000 명당 발생률

연간 1000 명당 발생률

장애가 없는 생존률

21.5

21.2

1.01 (0.92-1.11)

심각한 출혈발생률

8.6

6.2

1.38 (1.18-1.62)

사망률

12.7

11.1

1.14 (1.01-1.29)

위 결과에서 보듯이 아스피린군과 위약군 간의 장애가 없는 생존율은 거의 비슷하였다아스피린군에서는 연간 1000명당 21.5명이, 위약군에서는 21.2명이 장애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그런데, 위장관 출혈, 뇌출혈 등 심각한 출혈률을 비교했을 경우, 예상대로 아스피린군이 위약군에 비해 38% 더 높았다뿐만 아니라, 아스피린군은 사망률도 위약군에 비해 14%나 더 높았다건강한 노인들이 아스피린을 복용한다면 이는 장애를 줄이고 오래 살기 위함일 것이다그런데, ASPREE 시험 결과는 아스피린을 복용해도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심각한 출혈이 일어날 확률이 증가하며 사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ASPREE 시험은 아스피린군에서 왜 사망률이 증가했는지도 살펴보았다분석결과, 심순환기 질환이나 심각한 출혈에 의한 사망률은 두 군간에 서로 다르지 않았지만, 암에 의한 사망률은 아스피린군이 위약군에 비해 31%나 더 높았다특히, 아스피린군은 위약군에 비해 대장암과 직장암의 위험이 77%나 더 높았다이는 그간의 연구 결과와는 배치되는 것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좀 더 살펴보아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인 등 동양인은 백인에 비해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은 낮은 반면 출혈의 위험은 더 높다백인 노인들을 위주로 한 ASPREE 시험에서 아스피린이 심순환기 질환, , 출혈에 의한 장애의 발생률을 낮추지 못했다면 비슷한 연배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을 가능성은 더 낮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아스피린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출혈의 위험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따라서, 심순환기 질환을 앓은 적이 없는 건강한 노인들은 아스피린을 복용하기 보다는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의 조절과 함께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 등을 통해 심순환기 질환을 예방하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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