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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커튼 콜

소극장으로 시작해 대극장으로 성장하다_뮤지컬 헤드윅

편집부

기사입력 2021-09-03 10:02     최종수정 2021-09-03 10:3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조승우 공연장면 <사진제공 : 쇼노트>

요즘 인기있는 뮤지컬 넘버를 알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공연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면 된다. 핸드폰 연결음으로 대부분 노래가 좋은 작품을 담아두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자주 공연 음악을 접해야 하는 일종의 직업병(?)탓이다. 한때 대부분 기자들에게서 ‘사랑의 기원’이 흘러나왔던 적이 있다. 뮤지컬 ‘헤드윅’이 초연됐던 2005년의 일이다. 신물 날만큼 자주 뮤지컬 공연장을 들락거렸을 텐데, 얼마나 좋으면 전화 응답도 이 노래일까 미소지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음악이 좋아 선율이 입가를 떠나지 않기로 유명한 이 작품의 매력이다.

원래 제목은 조금 더 길다. ‘헤드윅과 성난 1인치(Hedwig and the Angry Inch)’라는 다소 이색적인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헤드윅은 동독 태생이지만, 이데올로기 대립이 한창이던 시절 자유와 음악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을 동경해 별난 제안을 해온 미군 남성을 따라 이민을 결심하고 성전환 수술을 감행한 독특한 성정체성의 인물이다. 문제는 넉넉지 않은 경제적 사정 탓에 싸구려 시술을 받아야 했고, 잘못된 수술로 1인치의 살덩어리가 남아있는 존재가 됐다는 점이다. 결국 헤드윅은 온전한 남성도, 그렇다고 성전환 여성도 아닌 경계인의 삶을 살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미군 남성과 헤어진 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그녀처럼 혹은 그처럼 희생을 치르지 않고도 동서방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되는 역사속 변화에 홀로 버려지게 된다. 뮤지컬은 헤드윅의 자아와 사랑 찾기라는 여정을 함께하는 허름한 콘서트장의 풍경 속 이야기로 전개된다.

처음은 오프 브로드웨이의 작은 무대부터다. 존 카메론 미첼이 극본과 주연을 맡고, 스티븐 트라스크가 음악을 만든 소극장 뮤지컬로 1998년 2월 14일 첫 막을 올렸다. 공연장으로 쓰인 장소가 제인 스트리트 극장인데, 원래 타이타닉의 생존자들이 잠시 머물렀던 뉴욕 리버뷰 호텔의 볼룸을 개조해 만든 곳으로 유명하다. 뮤지컬에선 타이타닉 이야기나 생존자 사연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물론 초연이 됐던 소극장이 지닌 별난 배경을 극적으로 활용한 데서 기인한 탓이다. 

독특하고 신선하며 특히 음악이 좋았던 초연 무대는 오래지않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결국 2년여 동안 857회의 연속공연이라는 흥행을 이뤄냈다. 오프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규모로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물론 작은 규모에 이색적인 소재가 지닌 문화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이 유리하게 작용된 면도 있지만, 역시 언어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좋은 음악의 무대이기에 가능했던 성과라 보는 시각도 절대적이다. 무대의 인기는 스크린으로 번지기도 했다. 영화가 제작된 것은 2001년인데, 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존 카메론 미첼이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해 마치 진짜 사연을 넋두리처럼 늘어놓는 듯한 실감나는 연기로 각광을 받았다. 특히 영화 버전의 ‘헤드윅’은 그 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연출상을, 이어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 영화상을 거머쥐면서 일약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우리나라도 무대보다 영화를 먼저 접한 애호가 관객층이 적지 않다. 

다양한 언어와 세계 각지에서의 프로덕션, 그리고 스크린용 뮤지컬 영화의 제작 탓에 ‘헤드윅’을 만날 수 있는 음원은 그 종류만 수십가지에 이르는 재미를 담아내게 됐다. 가장 잘 알려진 음반은 역시 무대용 오리지널 캐스트 음원이다. 초연이 올려진 이듬해인 1999년 아틀랜틱 레코드에서 발매된 이 앨범에는 물론 오리지널 캐스트였던 존 카메론 키첼의 음성이 담겨 있다. 영화의 제작에 맞춰 등장한 앨범도 있다. 2001년 발매된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다. 무대에서의 초연 음반 재킷은 짧은 원피스를 입고 붉은 루즈를 바른 존 카메론 미첼의 전신사진이었던데 반해, 영화의 OST는 블론드 가발을 쓰고 눈을 감은 채 열창을 하고 있는 헤드윅의 얼굴이 강조된 이미지를 사용해 보다 대중적으로 친근해지는 변화를 가미했다. 

우리말 음원도 있다. 가장 먼저 제작된 것은 2005년으로 이지나 연출이 대학로의 SH 씨어터에서 막을 올렸던 버전이다. 오만석과 조승우, 송용진, 김다현 그리고 이츠학으로는 이영미와 백민정이 참여했던 버전의 뮤지컬 넘버들을 감상할 수 있다. 여러 배우들의 노래를 한 음반에 수록하다보니 특정 배우의 육성으로 전곡을 들을 수 없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멀티 캐스트가 일반적인 한국적 상황을 감안해보자면 그래도 나름 만족할만한 다양성을 반영됐다고도 보여진다. 2006년에 다시 제작된 또 다른 우리말 음원도 있다. 

뮤지컬 ‘헤드윅’의 감상 포인트는 노랫말의 배경이 된 신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오리진 오브 러브’가 대표적이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고대 희랍의 아리스토파네스가 설파했다는 자웅동체의 신화를 빌려와 인간이 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가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원래 인간은 두 사람이 한 몸이었으나 스스로의 교만과 신들의 질투로 찢겨졌고, 그로부터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그리워하게 된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설명이다. 뮤지컬에서는 여기에 이집트 나일강이나 인디언의 신들까지 더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주는 섬세한 디테일의 완성도는 명작이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2021년 서울에서 막을 올린 버전은 최근 브로드웨이 공연가에서 선보인 대극장 버전의 무대다. 1990년대 KBS의 인기외화 시리즈로 인기를 누렸던 ‘천재소년 두기’출신의 인기 뮤지컬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를 전면에 내세웠던 바로 그 무대다. 아무래도 소극장에서 대극장 버전으로 탈바꿈되며 무대 공간을 폐차장으로 바꾸고, 무대에 다양한 볼거리와 영상을 덧입히는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미국 무대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에서 기발한 재치와 무대 매너, 안정적인 진행를 선보이며 수상식이 가장 선호하는 호스트가 됐던 그이기에 세인들의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었던 데다, 그 스스로가 커밍 아웃을 했던 성소수자여서 ‘헤드윅’의 인기는 그야말로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대극장 버전의 업그레이드 우리말 무대에는 오만석, 조승우, 이규형, 고은성 그리고 뉴이스트의 렌이 가세하며 쉽게 표를 구하기 어려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고은성 공연장면 <사진제공 쇼노트>

‘헤드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헤드헤즈’라 부른다. 특히 우리나라 ‘헤드헤즈’들은 주로 여성이 절대다수다. 무대 위에서 꽃미남 배우들이 화장을 하고 고운(?) 모습으로 등장했던 배경 탓이다. 그러나 역시 이 작품의 본질은 캐릭터의 이면에 감춰져 있는 인간적인 매력을 찾아낼 때 오히려 극대화되어진다. ‘헤드윅’ 공연장에 더 다양한 배경과 연령, 다양한 성정체성의 ‘헤드헤드’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이유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진짜 감동을 그래야 비로소 완성되어진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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