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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다른 세계에서 음악을 향해 걸어 들어온 사람들 - 오케스트라 대표들을 인터뷰하며’

편집부

기사입력 2021-01-15 12:50     최종수정 2021-02-03 13:4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작년 한 해 동안은 문화 잡지인 ‘객석’에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 대표들을 인터뷰 기사를 썼다. 그 동안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미국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영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총8개의 내로라하는 오케스트라들의 대표들을 온라인으로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눌 감사한 기회가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리더’ 하면 지휘자만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오케스트라의 리더는 둘이다. 하나는 카라얀, 번스타인, 정명훈과 같은 지휘자인 음악감독과 다른 하나는 오케스트라 살림을 꾸리는 대표이다. 
 
   <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

음악감독은 오케스트라가 음악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단원들을 연습시키며 정기 및 교육 공연 프로그램, 협연자 등을 결정하고 오케스트라의 고유한 음색을 만든다. 숨겨진 리더이자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살림을 꾸리는 대표는 사무국(경영팀, 기획팀, 홍보팀 등)을 경영하며 오케스트라와 음악감독이 연주를 편안히 할 수 있도록 환경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중 내가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은 오케스트라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대표들로 사전 조사 과정에서 그들의 약력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3명의 대표는 놀랍게도 음악 관련 전공자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핀란드 방송교항악단 대표는 경제학을,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대표는 정치학을 그리고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는 공학을 전공하였다. 모두 음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전공 출신의 오케스트라 대표라니. 늘 음악가 출신의 대표만 보다보니 그게 으레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하고 있던 전공자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랄까. 왜 이들은 오케스트라에서 일을 하게 되었을까.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에서 살던 이들을 오케스트라, 그리고 ‘대표’라는 무거운 왕관을 기꺼이 쓰게 만들었을까. 인터뷰를 통해 느껴진 그들의 오케스트라를 향한 열정은 깊고도 단단했다.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사람은 현재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를 이끄는 학팽 창이다. 그는 세계적인 명문인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에서 공학을, 그리고 프랑스의 인시아드에서 경영을 전공 해 음악과는 상관이 없는 삶을 긴 시간 살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은 무엇이 공학을 전공한 사람을 오케스트라로 이끌었을까였는데 인터뷰 내내 그가 반복한 문장이 바로 ‘spread love of music'였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단단히 자라 뿌리내린 음악에 대한 사랑이 그가 속해 있던 세계를 벗어나 결국 클래식의 중심인 오케스트라로 이끈 게 아닐까. 
 
그를 보며 새삼 깨달은 것은 결국 사람은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즐겁게 자기의 고유한 색을 드러낼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그 분야에서 대체불가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표들은 음악이 아닌 다른 전공을 했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음악에 열정을 바침으로써 그들의 전공과 시너지를 발휘해 더 큰 리더로 성장하고 역량을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었다.  
  
세 아이의 엄마로 아이들을 보며 늘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도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자라는 동안 꼭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꾸준히 즐겁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기꺼이 던질 일을 찾아 평생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대학을 가기 위해 어린 나이임에도 매일 학원에, 숙제에 밤낮으로 공부에 치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과연 아이들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싶다. 아니, 그런 고민을 제대로 숙고하는 방법을 배울 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영어와 수학을 중시하는 사회. 영어와 수학 공부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가는 건강한 수단이 되어야 할 텐데 그저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목표로 변질되지는 않을지 늘 두렵다. 그리고 영어, 수학 위주로 공부해야만 하는 지금 교육의 현실이 야속하기도 하다. 
 
2020년은 코로나로 많은 학원들이 휴식에 들어가며 아이들이 지루하지만 적어도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학교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생겨났다는 점에서는 감사한 면도 있다. 이번을 계기로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는 아이들이 ‘진짜 공부’를 할 기회가 늘어나 진심을 다해 좋아하는 것을 찾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교육으로 전체 흐름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음껏 생각하며 다양하고 자유로운 경험을 하면 좋겠다. 곧 초등 고학년으로 진입하게 될 첫째를 볼 때마다 지금처럼 읽고 싶은 만큼 책을 읽고 상상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지고 입시를 향한 공부를 시작하게 될 것 같아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그 생활에 지쳐버리지는 않을까 두려워지기도 한다. 실제로 입시 점수에 맞추어 대학 전공을 선택하고, 대학 합격 후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 나아가는 것이 좋을지 몰라 목적 없는 방황을 시작하는 어린 성인들이 지금도 많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다짐한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대표들처럼 혹시나 좋아하는 음악이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하게 되더라도 언제든 다시 좋아하는 분야로 기꺼이 발을 내딛어 전공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창의적이고 폭넓게 생각하는 리더로 성장하도록 도와주고 싶다. 인생의 걸음을 먼저 뗀 선배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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