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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Prologue!

궁중 춤 처용무 vs 서사 무가 바리데기

편집부

기사입력 2020-09-04 11:56     최종수정 2020-09-23 12:4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궁중 춤 처용무 vs 서사 무가 바리데기

오래도록 살아남는 노래와 춤은 보편타당한 가치를 담은 이야기 하나쯤 품기 마련이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노래와 춤에는 한탄하거나 원망하기보다 순응하고 감내하며 살아낼 방도를 찾아 극복하고야 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용서와 화해, 치유와 회복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일상이 조금 더 환해질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다.

역신을 물리치는 춤

그는 동해 용왕의 일곱째 아들이다. 용왕은 아들을 신라로 보내며 헌강왕의 정치를 도우라 명한다. 헌강왕은 그의 마음을 붙잡아 두기 위해 벼슬도 주고 아름다운 아내와 결혼도 하게 한다. 그런데 아내의 아름다움은 화근이 된다. 역신마저 한눈에 반하게 만들고 만 궁극의 미모. 역신은 그가 출타한 틈을 타 그의 아내와 동침한다. 때마침 돌아온 남편. 여기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그에게 감정이입 하며 잔뜩 별렀던 마음이 허망해진다. 그가 조용히 물러나 덩실덩실 춤까지 추며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오.’ 하고 노래하는 바람에. 이 대인배의 면모에 역신이 이번에는 그에게 반한다. 무릎까지 꿇고 고백하길 “당신이 있는 곳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노라.” 용서로 역신을 물리친 자, 그의 이름은 처용이다.

처용무 <사진출처 : 국립국악원 아카이브 누리잡><span class=▲ 처용무 <사진출처 : 국립국악원 아카이브 누리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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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의 이야기는 일연의 삼국유사 ‘처용랑 망해사’ 편에 실려 전한다. 고려사에는 처용희(處容戱)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고 조선 시대 악학궤범에는 오방처용무가 등장한다. 다섯 명의 처용이 각각 동(청) 서(백) 남(홍) 북(흑) 중앙(황)을 상징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추는 춤을 오방처용무라 한다. 궁중이나 민간에서 잡귀를 쫓기 위해 행해지던 ‘나례 의식’에서 추었고 조선 후기에는 궁중 잔치에서도 연행되었다. 궁중 춤에서는 보기 드문 가면무이기도 하다. 처용 탈은 낯빛이 어둡고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해 웃는 상이면서도 근엄해 보인다. 머리에 쓴 모자는 삿된 것을 물리치는 복숭아와 경사스러움을 부르는 모란꽃으로 장식해 용서로 벽사를 이룬 신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궁중 춤답게 춤사위에서 절제와 균형의 미를 발견할 수 있다. 아름다운 궁중 음악 수제천에 맞추어 느리지만 간결한 동작을 반복하며 춘다. 난해한 데가 없고 여느 궁중 춤에 비해 힘차고 호방하며 흥겨운 느낌을 준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로 지정되었으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다.

처용 설화는 알아도 처용이 덩실덩실 추는 춤은 본 사람이 많지 않다. 매년 처용무보존회에서 정기 공연으로 공개 행사를 진행하고 다양한 기획 공연도 연다. 올해는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는 일이 쉽지 않으니 현장감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유튜브를 통해 감상해볼 것을 권한다. 국립국악원 유튜브 채널에서는 처용무 360도 VR영상, 학무와 연화무를 이어서 추는 학연화대처용무합설 등도 감상할 수 있다.

넋을 위로하는 노래

한편 그녀 역시 불라국 오구대왕의 일곱째 딸로 태어났다. 딸만 여섯을 내리 낳은 아비는 또 딸이 태어나자 내다 버리라 명한다. 버려진 공주는 다행히 선한 이들의 손에 거두어 길러진다. 세월이 흐르고 오구대왕은 그만 죽을병에 걸리고 만다. 병든 그에게 내려진 신탁은 얄궂게도 버림받은 자식을 구원자로 지목한다. ‘버려진 아이만이 대왕 살릴 약수를 구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찾아 데려온 딸은 아비를 위해 기꺼이 길을 나선다. 천신만고 끝에 저승 너머에 있다는 불사약을 구해온다. 그 정성에 하늘이 감복했던지 그 사이 이미 죽었던 아비가 되살아난다. 딸 덕에 목숨 건진 오구대왕이 소원을 묻자 저승 땅 밟아본 그녀는 ‘죽은 이들의 길잡이’가 되겠다 한다. 만신들의 왕이자 죽음을 관장하는 자, 그녀는 바리공주 혹은 바리데기라 불린다. 

처용 설화가 일찍부터 문헌에 기록된 것과 달리 바리데기 이야기는 서사 무가 즉 무당이 부르는 이야기 노래로 전해졌다. 이름과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죽은 이를 위로하고 무탈한 저승길을 축원하는 굿으로 함경도 지방의 망묵굿․황해도와 서울 경기 지역의 지노귀굿․강원도와 경상도의 동해안에서 행해지는 오구굿․남도의 씻김굿 등이 널리 퍼져있다. 그리고 이들 굿의 제의를 받는 주신(主神)은 모두 바리데기다. 신의 일대기를 풀어내고 신 내리기를 비는 노래를 ‘본풀이’라 하는데, 바리데기가 등장하는 본풀이만 전국 곳곳에 90편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굿판을 구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되었지만 바리데기의 이야기는 신화나 소설, 동화로 각색되고 공연 예술이나 영상 콘텐츠로 확장되며 우리 곁에 남아있다. 

바리데기가 등장하는 서울새남굿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04호로 지정되어 보존회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개최한다. 동해안별신굿 보유자였던 김석출이 구연한 동해안본 바리데기와 1960년대 문순덕이 구연한 서울본이 지난해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한때 없애야 할 미신으로 치부되었으나 우리 문화는 음악과 춤, 설화에 이르기까지 굿에 빚을 지고 있는 부분이 많다. 다큐멘터리 영화 ‘영매’, ‘허창열씨 오구굿’, ‘만신’ 등은 편견 없이 굿을 이해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바리 abandoned」는 작곡가이자 피아노 연주자인 정재일과 소리꾼 한승석이 함께 2014년 발매한 음반이다. 무가라기보다 판소리에 가깝고 노랫말은 극작가 배삼식이 새로 썼다. 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재창작된 바리데기의 노래 역시 제 몫의 짐을 지고 묵묵히 오늘을 살아내는 이들과 안타깝게 스러져간 이들의 해원을 위한 위무의 노래로 남을 모양이다.

정재일․한승석 공연 영상 https://music.naver.com/onStage/onStageReview.nhn?articleId=4914

필자 소개_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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