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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베토벤은 빠르다!

편집부

기사입력 2020-05-06 11:43     최종수정 2020-05-06 12:1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는 2020년,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베토벤의 메트로놈 템포(Tempo). 그리스어 '템노'가 그 기원이고 시간을 나눠서 헤아린다는 의미에서  '자르다'라는 뜻을 지니며 영어로는 타임(Time)이다. 음악에서의 템포는 알다시피 '빠르기'를 의미한다.  템포가 '빠르다' 혹은 '느리다'가 음악에 있어 늘 중요한 화두 아닌가. 

최근 빅데이터 조사에서 클래식 역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베토벤.그가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았다. 1770년생으로 독일 본(Bonn)태생인 그는 혁신적인 음악적 진보를 가져왔고 오케스트라를 더 크게 확장시켜 나가며 시대를 앞서 낭만주의를 내다본 게임체인저다. 교향곡 9번처럼 교향곡에다가 '합창'을 집어넣는, 그 당시 전례없는 파격을 선보인 그다.

재미있는 사실은 완벽주의자 베토벤이 아직도 그가 표기한 '템포'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는 것. 그가 템포에 매우 집착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있다. 공연 불참 시 그날 연주된 템포는 그의 최대 관심사였다고 한다.
 
베를린 공연에 가볼 수 없었던 베토벤이 악보 출판사 쇼트(Schott)에 했던 말. "베를린에서 초연된 나의 9번 교향곡이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다는데 이는 메트로놈 표기 때문일 것이다".

베토벤이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메트로놈▲ 베토벤이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메트로놈
'메트로놈'이란 템포를 측정하여 숫자로 보여주는 기구다.  당시 템포지시는 안단테 (걷는 속도), 알레그로 (빠르고 유쾌하게)와 같이 모호한 표현을 써온 터라 베토벤 입장에서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1816년 멜첼이라는 사람이 메토로놈을 세상에 처음 내놓으며 얘기가 달라졌다. 베토벤이 최초로  작품에다가  메트로놈 빠르기를 표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실연 빠르기를 정확히 알아낼 방법이 없는데 베토벤이 숫자로 표기해 놓았으니 감사한 일 아닌가.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연주자들이 그가 표기한 템포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너무 빨라서!.

베토벤을 연구했던 음악학자 페터 슈타들렌은 "135개의 템포기호 중에 66개는 터무니없이 빠르기 때문에 아마도 오류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나조차 유럽에서 그 유명한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피아노 소나타를 수없이 들었지만 베토벤이 적어놓은 빠른 속도는 아직도 못 들어봤다.

베토벤의 템포에 관한 의견은 팽팽하게 대립한다. 표기된 템포에 연연할 필요 없다는 부류와 템포를 따라야한다는 부류. 베토벤의 템포를 개의치 않는 연주자들의 이유는 이렇다.  

베토벤이 표기한 템포는 그가 도달하고자 했던 음악적 이상을 담은 것이므로 초지일관 템포지시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전과 낭만사이의 과도기적 위치에 서있는 베토벤이라는 사실. 독일의 전설적인 지휘자 프루트벵글러는 베토벤 교향곡을 지휘할때  낭만적으로 몰아치는듯한 자의적 템포로 베토벤의 템포 표기를 등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장 뛰어난 베토벤 연주로 평가받는다.  템포에 관한 설왕설래는 베토벤의 메트로놈이 그 원인이라는 주장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음악학자 슈타들렌은 베토벤이 소유했던 메트로놈이 무게결함으로 인해 오작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물론 베토벤의 템포를 신뢰하는 부류는 이 주장을 일축한다.  EMI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전곡녹음했던 피아니스트 임현정은 그녀의 저서에서  "베토벤의 템포는 왜곡되어 연주되어 왔다"며 강조한다.베토벤은 메트로놈이 고장나면 새 것을 주문해서 작곡을 이어갔던 섬세한 작곡가였다는 것.

베토벤의 빠른 템포를 따르려면 두 가지를 고려해야한다.  속도감이 불러일으키는 낯선 뉘앙스 그리고 연주의 난이도. 예전에 베토벤 <영웅>교향곡 1악장을 오리지널 템포 60으로 빠르게 지휘했는데 거친 야성미는 좋았지만 급한 느낌과 더불어 디테일이 살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인해 연주자들도 힘겨워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의 의도를 살린다는 취지와 함께 그 템포를 잘 살려낼수만 있다면 참신하게 들리므로 매력적이다. 베토벤의 템포를 꽤 신뢰했던 지휘자 로저 노링턴은 1988년 EMI에서 당대 악기 연주기법과 더불어 빠른 템포의 날렵한 베토벤을 선보였고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해석이다.

모범답안은 없다. 지휘자 프루트뱅글러처럼 템포는 적당히 무시하고 오롯이 베토벤의 열정과 정신을 담아내던 아니면 철저히 베토벤의 템포지시를 신뢰하던. 사실 메트로놈 빠르기는 음악을 표현함에 있어 유용한 하나의 도구일 뿐 궁극적으로 중요한건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써내려갔던 베토벤의 위대한 음악 그 자체다.

베토벤 교향곡 8번을 추천한다. 자칫 근엄해보이는 베토벤에게서 밝은 면모와 유머스러운 반전 매력이 넘친다. 강력한 리듬감이 탑재된 7번 교향곡과 대작 9번 '합창'교향곡 사이에서 8번교향곡은 과거를 회상하듯 심플한 고전미를 뽐낸다. 

특히 2악장을 강추한다. 시작부분의 목관악기 반복리듬이 멜첼의 메트로놈 소리를 묘사했다는 설이 있는데 상상하고 들어보면 재미있다. 작심하고 놀래키듯 갑작스런 포르테(f)와 아기자기한 멜로디로 지루할 틈이없다.

필자프로필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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