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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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홍랑(洪娘) <제8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9-05-22 09:36     최종수정 2019-05-22 10:1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오매불망 고죽이 있는 경성에 홍랑이 닿았다. 20여일 만이다. 그러나 홍랑은 멀쩡한 모습이 아니다. 행색이 영락없는 거지꼴이다. 객관 앞에 쓰러진 채다. 밤새 달려와 기진맥진 객관 앞에서 기절했던 것이다. 이것을 병졸들이 발견하여 고죽에게 알렸다.

만약 고죽에게 알리지 않고 처치했다면 자칫 그들의 해후는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오랑캐들이 적정(敵情)을 살피려고 세작(細作·간첩)을 보낼 수도 있어 장검으로 난도질하여 땅에 묻어 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이 그들을 도왔다. “이제 정신이 드느냐? 어쩌자고 험하고 위험한 곳을 혈혈단신으로 왔느냐?” 고죽이 병영을 순찰하는 도중에 남장여인을 발견했다는 급보를 듣고 달려왔다.

어젯밤 꿈이 이상하여 행여 홍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홍랑이 현몽(現夢)했던 것이다. 현몽은 적중하였다. “고죽 나으리!” 홍랑이 혼절에서 깨어났다. 고죽을 보자 다시 감격에 젖어 혼절하였다. 고죽은 따뜻한 물수건으로 홍랑의 얼굴을 닦아주며 안타까워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홍랑아! 이젠 괜찮다. 마음 놓고 어서 정신차려라...” 그랬다. 고죽은 남장여인이 되어 홍랑이 자신을 보러 산 넘고 재 넘어 험하기 이를 데 없는 경성에까지 오는데 얼마나 위험한 고비를 넘겼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저미고 먹먹해 왔다.

사실 홍랑은 지금 거짓 혼절을 하였다. 객관 앞에서 첫 번째 혼절은 사실이고 이번 혼절은 거짓이다. 고죽의 행동이 어떻게 나오나 시험을 해보자는 여자의 깜찍한 속내다. 그런데 홍랑이 생각했었던 것보다 더 극진히 자신을 돌봐 줘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지금 홍랑은 실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고죽의 행동을 살피고 있다. 홍랑이 혼절한 상태에서 움직임이 보일 듯 말 듯한 행동으로 고죽의 사타구니로 향하였다. 고죽의 체취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느끼고 싶은 것이다. ‘버들가지를 꺾어서 / 천리 머나먼 님에게 부치오니 / 뜰앞에 다 심어 두고서 / 날인가 여기소서 / 하룻밤 지나면 / 새잎 모름지기 돋아나리니 / 초췌한 얼굴 시름 쌓인 눈썹은 / 이내 몸인가 알아주소서...’ 고죽의 《버들가지를 꺾어서》다.

그랬다. 홍랑이 그러했으리라... 이 시를 가슴속으로 낭송하며 보일락 말락 한 행동으로 고죽에게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때다. 홍랑은 고죽의 바지 속에서 물건이 슬며시 움직이고 있는 것을 실눈으로 확인하였다. 눈도 없는 물건이 여자를 먼저 알아보고 있는 것이다.

마음보다 몸뚱이가 먼저 주인을 알고 꿈틀대었다. 고죽의 물건뿐이 아니다. 홍랑의 요(凹)도 꿈틀대는 철(凸)을 보고는 화답을 하듯 문을 조금씩 열고 꿀도 나오기 시작하였다. 홍랑이 고민에 빠졌다. 거짓 혼절상태에서 발딱 일어나고 싶으나 고죽의 사타구니에서 솔솔 풍겨 나오는 시크무레한 냄새가 야릇하게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빨래를 제때하지 않아 땀과 사내 특유의 체취가 왠지 싫지 않아서다. 첩첩산중을 넘고 넘어 불원천리 찾아온 홍랑은 사내 냄새에 취해  눈을 뜨지 않는다. 눈을 뜨면 거짓 혼절이 탄로 날까 겁이 나기도 하지만 고죽의 사타구니에서 아침안개가 피어나듯 풍겨 나오는 체취가 점점 더 마음속을 파고들어서다.

반년 가까운 독수공방에 종지부를 찍고 싶은 것이다. 기생생활 때 사내들은 마지못해 살을 섞어 흘려보냈으나 고죽에겐 몸과 마음을 몽땅 받쳐 한 남자의 여자가 된 후 독수공방은 죽음보다 싫었다. 지금 이대로 성심성의껏 한 사내의 보살핌을 영원히 받고 싶은 것이다.

고죽은 경성이 오랑캐들로부터 침공을 받을 것이란 위기의 순간을 지금 잠시 잊고 홍랑 보살핌에 정신이 없다. ‘달빛 아래 오동잎은 다 떨어지고 / 서리 속에 들국화는 시들었네 / 다락은 높아 하늘에 솟았는데 / 사람은 석잔 술에 그만 취했구나 / 흐르는 물은 가야금 소리에 어울려 차갑고 / 매화는 피리소리에 스며들어 향기로워라 / 날이 밝으면 서로 헤어져 길 떠날 테지만 / 그리운 정은 푸른 물결처럼 끝이 없겠지...’ 황진이의 《소세양 蘇世讓 판서와 헤어지며》다. (시옮김 허경진)

황진이가 소세양 판서와 헤어질 때 지은 시다. 소세양은 철두철미 남성 우월 사회의 사대부다. 여색에 빠지는 것을 우습게 생각하여 황진이와 30일간 사랑을 하고 단 하루라도 더 있으면 사내가 아니라고 호언장담 하였다. 그러나 소세양은 30일이 자나도 황진이 집을 떠나지 못했다. 아니 떠날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일 게다.

하지만 지금 홍랑의 상황은 다르다. 헤어져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시시각각으로 조여 들어오는 오랑캐들로 살얼음판 같은 경성에 여자로 인해 촌각이라도 정신을 흩트려서는 안 되는 분위기다. 고죽이 수건을 빨러 나간 사이에 홍랑이 발딱 일어났다. 침으로 부스스한 두 눈을 닦고 언제 혼절을 했느냔 표정의 홍랑이 되었다. “왜 일어나느냐? 더 누워 있어라. 싸움은 내가 없어도 잘들 하느니라...” 고죽은 홍랑이 이곳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에 쫓기듯 일어났음을 알아차렸다.

홍랑은 말 대신 고죽의 품으로 젖먹이가 어미 품을 찾듯 파고들었다. 그들은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밤은 깊어 어느새 산사(山寺)의 종소리가 동창이 밝아오는 것을 알렸다. 밤새 그들은 제2의 화촉동방을 즐겼다.

고죽은 고죽대로 반년 가까이 참았던 정염을 남김없이 쏟았고 홍랑도 신앙 같은 사내 품에서 여자역할을 후회 없이 해냈다. 그들은 홍원에서 첫 밤 보다 더 뜨겁고 더 황홀하게 밤을 샜다. 뜨거운 두 몸이 엉켜 동시에 깜빡 잠이 든 사이에 밤은 새벽이 되었던 것이다. 산사의 새벽 종소리에 고죽은 놀란 사슴모양 발딱 일어나 “내 다녀오리다!”란 말 한마디 남기고 바람처럼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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