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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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자동선(紫洞仙) <제21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9-02-27 09:36     최종수정 2019-02-27 10:1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세상의 아름다움은 미녀로 귀결된다. 여인의 아름다움에서 세상은 시작되어 여인의 아름다움으로 끝이 난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아름다움을 표시(상징)하는 방식(디자인, 패션)이 다를 뿐 당시 시대가 요구하는 아름다움을 대중화한다.

지금 자동선의 의식주(衣食住)는 당시 조선사회가 최고로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가졌다. 그것은 신윤복(申潤福·1758~1813)의 《미인도》가 잘 나타내고 있다. ‘가슴에 그득 서린 일만 가지 봄 운을 담아 / 붓 끝으로 능히 인물의 참 모습을 나타내었다.’ 얼마나 감탄스런 표현인가? 봄기운이란 겨우내 동토(凍土)에서 웅크리고 있던 삼라만상들이 서로 다투어 세상으로 나옴을 뜻하는 것일 게다. 또한 붓끝으로 여인의 극치의 아름다움을 구현함을 말하였을 것이다.

지금 영천군 손을 잡고 있는 자동선이 신윤복의 《미인도》에 나오는 미인이 살아나온 주인공은 아닐까? 사가정과 제일청은 영천군과 자동선이 한시라도 빨리 화촉동방에서 만리장성을 쌓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을 것이 자명하다.

열쇠는 자동선이 가지고 있다. “영천군 나으리! 아직도 소첩이 명나라 사신 김식한테 갔다 너무 늦게 와서 화가 나셨는지요?” 영천군이 자동선의 활짝 핀 함박꽃 빛의 얼굴로 예쁜 짓을 해 보여도 어딘가 그늘이 있어 보여 속이 타는 목소리다. “아니다. 내 너를 보니 너무 기뻐 어떻게 기쁨을 표시할까 궁리중이란다. 잠시만 기다리려무나...” 영천군 특유의 여인 포로작전이다.

서둘러 오느라 자동선은 숨이 찬 목소리며 두 볼은 발그레하게 상기된 채다. “영천군 나으리, 사실은 소첩이 오지 못할 뻔 했었나이다. 그 영감택이 비취노리개를 가슴에 달아주며 수작을 걸어와서 위기를 겨우 넘겼어요. 마침 비취기생이 있어 비취주인은 따로 있다고 하여 그 기생에게 비취를 넘겨주고 어렵게 빠져나왔나이다.” 자동선은 위기일발로 중국사신의 품에서 힘겹게 빠져나와 준 것도 몰라준다는 섭섭함이 묻어있는 말투다.

바로 그때다. “자자.. 사랑하는 남녀사이엔 체면 같은 것은 없어야 진정한 사랑의 관계랍니다. 이제 영천군 나으리와 자동선 미인도 자존심 버리고 백년가약을 맺을 준비나 하소서!” 언제나 분위기는 사가정이 잡았다. ‘어젯밤 산매화가 한 송이 피어났건만 / 산속의 늙은 중은 꺾을 줄을 모르네 / 이제 나이도 젊고 다정한 그대가 / 덩굴 옆으로 달려와 사랑을 묻노라...’ 여기서 늙은 중은 명나라 사신 김식을 알레고리 했을 것이다.

사가정의 시는 계속 되었다. ‘한스럽다. 신선이 옥퉁소를 불어서 / 인간의 이별수를 깨뜨려 주지 못함이 / 산에 온지 사흘에 아직도 못 올랐으니 / 봄바람이 어찌 그다지도 무정하냐 / 어느 날 말을 타고 흥진 속에 파묻히면 / 발에 비쳐있던 그 달은 누가 알아주랴...’ 너무 비싸게 굴지 말고 어서 영천군을 모시라는 일침이다.

시낭송을 마친 사가정은 “자 이제 우리 소임은 끝이 났으니 자리를 뜹시다.”라고 제일청을 감싸 밖으로 나갔다. 단둘이 남자 영천군이 입을 열었다. “왜 대답이 없느냐?” 이젠 사내가 속이 타는 목소리다. 자동선은 묵묵부답이다. 대답이 없으면 묵시적 동의다.

침묵이 한동안 흐른 뒤 “미천한 소녀가 어찌 영천군 나으리의 말씀에 대꾸를 하겠나이까? 처분만을 기다릴 뿐이옵니다!”라고 영천군 무릎에 얼굴을 묻고 소리 내어 감격의 울음을 터뜨렸다. 지금 영천군은 채용신(蔡龍臣)의 《팔도미인》의 예쁜 부분만을 선택하여 탄생한 자동선을 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자동선은 채용신이 그린 《팔도미인》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4대 미인들의 장점만을 골라 삼신할머니가 점지 한 빼어난 재색(才色)이다. 그런데 지금 영천군은 인내와 끈기로 자동선을 품었다. 사가정의 충실한 월하빙인의 역할에 제일청의 수고로움이 만들어 낸 세기의 연리지 작전이었다.

자동선의 울음이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영천군은 두 어깨를 들썩이며 섧게 통곡하는 자동선의 상체를 어루만지고 있을 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다.

어떠한 분위기에서도 뛰어난 해학과 기지로 웃음과 부드러운 분위기로 바꾸어 놓는 사가정도 없어 펑펑 눈물을 쏟으며 울음을 끊이지 않는 자동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밤은 깊어만 갔다. 자정이 훌쩍 지났다. 이게 웬일일까? 자동선이 섧게 울다 그만 지쳐 영천군 품에 안겨 잠이 들어버렸다. 가늘게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졌다. 영천군은 오늘저녁이야 말로 오매불망 했던 자동선과 화촉동방을 치룰수 있을 것을 기대했으나 그 꿈이 문턱까지 갔다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노류장화라 해도 명나라 사신의 수청까지 거부하고 온 자동선을 잠들어 있는 것을 겁간(劫姦)을 할 처지는 아니다. 며칠 동안 사가정과 제일청의 월하빙인 한 것도 있으며 더욱이 두 폭의 그림까지 그려줘 환심을 얻어놨는데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겁간을 한다면 왕손으로 체면이 서지 않아서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일까? 어미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자듯 잠을 잔 자동선이 잠시 후 눈을 번쩍 뜨며 “영천군 나으리, 아직 가시지 않고 계셨나이까?”라고 방긋 웃음까지 웃으며 양 볼에 흘린 침을 손으로 쓰윽 닦으며 일어났다.

그 웃음이 영천군의 마음을 또 흔들어 놓았다. “너무 늦으셨어요. 내실로 들어가셔서 주무세요. 소첩은 동기(童妓) 자화(紫霞)와 자고 아침에 다시 오겠나이다.” 자동선은 영천군을 자신의 내실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아버렸다. 영천군의 코엔 자동선에게서 풍겼던 싫지 않은 야릇한 암내가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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