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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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자동선(紫洞仙) <제11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12-19 09:36     최종수정 2018-12-19 09:4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오늘따라 달이 휘영청 밝다. 숲속의 오두막집의 달밤은 마치 선계(仙界)같다. 목단춘은 잠이 안와 다시 부엌으로 나가 술상을 차려 들어왔다. 사가정은 이미 깊은 잠에 빠졌다. “사람도... 내 비록 철지난 꽃이지만 여자 방까지 들어와서 잠에 빠지다니...”목단춘은 자신을 석녀(石女)취급하는 사가정이 몹시 못마땅한 표정이다.

목단춘은 감정이 몹시 상한 듯 술상을 팽개치듯 사가정 머리맡에 놓고 “그냥 주무실 거예요?” 건넛방에 듣지는 못하지만 노모가 있어 소곤대듯 말했으나 울림이 있고 항의조 목소리다. 사가정은 거짓잠이다. 한양에서 오느라 피곤한데다 술까지 마셔 녹초가 된 채 잠든 척 하고 있다.

정말로 방사하고 싶은 것이다. 목단춘이 옆에 오면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듯 날름 끌어당겨 단숨에 거사를 치르려 한다. 하지만 목단춘이 누구인가! 그런 사가정의 속내를 꿰뚫고 있다. “나으리, 술 한잔 더 하셔야지요? 이 좋은 밤에 잠만 주무시면 어떻게 하온지요?” 목단춘은 사가정이 스스로 일어나 술상 앞에 앉으리란 확신을 갖고 있다. “한양선비님 한잔 더 하시고 달구경을 하고도 그것(방사)은 넉넉하오니 어서 일어나시어요....” 목단춘이 술 주전자에 술잔에 술을 쪼르륵 하고 옥구슬 구르는 소리를 내며 따른다.

아니다 다를까 목단춘의 예상은 정확하였다. 술 따르는 소리에 사가정은 놀란 토끼 모양 발딱 일어났다. “목이 타시죠? 한양선비님! 우선 한잔 드시죠?” 목단춘은 술잔을 사가정에게 건넸다. 그런데 그녀의 손이 청교월에서와 다르게 파르르 떨렸다.

색정(色情)이 발동하기 시작했다는 징표다. 여자의 본능이다. 여자는 마음에 드는 사내가 나타나면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말을 한다. 지금 목단춘이 사가정을 보고 첫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청교월에서는 퇴기로서의 처신이었고 자신의 내실에선 여자로서 사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가슴도 뛰고 꽁꽁 닫혔던 음문에도 어느새 애액이 촉촉이 흐르기 시작했다. 두 유방도 탱탱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전에 없었던 몸의 변화다. 고목이 새봄을 맞아 꽃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형국이다. 얼굴도 화덕을 안은 듯 확확 달아오른다. 사내를 당장 끌어안아 욕정을 채우고 싶다. 그러나 10여년을 참고 지켰던 정절(貞節)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몸은 점점 더 사내 곁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사가정은 의외로 차분하고 사내구실 할 의사가 없어 보여 다행이다. 바로 그 순간이다. 사가정이 술 한잔을 단숨에 들이키고 목단춘의 손을 덥썩 잡으며 ‘고운 여인의 발을 걷어 올리고 / 조용히 앉아 눈썹을 찌푸리네 / 예쁜 뺨이 눈물로 젖어 있음은 / 누구를 원망하기 때문인고...’ 이태백의 《원정》(怨情)이다.

목단춘이 질 리 없다. ‘길가에 휘늘어진 버들가지 / 봄바람에 불려 나부끼네 / 내 마음은 애가 끊겨도 / 그대 심정 어찌 알 수 있으랴...’ 사가정은 다시 한 번 탄복하였다. 그러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서로 모닥불 같은 정염을 숨기고 있다. 체면이다.

하지만 용솟음치는 시흥(詩興)은 숨길 수가 없다. ‘장안의 봄은 저물어 가는데 ’ 수레들이 시끄럽게 지나가네 / 모두들 모란이 피는 때라 말하며 / 저마다 꽃을 사들고 가네...‘백곽천의 《매화》(買花)다. 노골적 잠자리 요구다.

사내들은 충동적인 동시에 즉흥적이다. 지금 사가정이 그 상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노모 박씨가 자정 즈음에 거르지 않고 뒷간에 가는 버릇이다. 노모는 뒷간에 가는 길에 딸의 방문을 예외 없이 열어보고 간다.

지금이 딱 그 시간대다. 목단춘은 기생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독서와 시작(詩作)에 열중이다. 그녀도 가난한 향반(鄕班)집 무남독녀로 태어났으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열다섯에 생계형 기녀가 되었다.

신동소리를 들으며 아버지 무릎위에서 사서삼경과 삼국지·서유기·금병매 등 중국의 기서 등을 읽어 풍부한 교양을 갖춰 젊었을 땐 빼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이곳저곳 높고 귀한 연회석에 하루가 멀다 하고 불려 다녔다.

품위 있는 높은 교양으로 한양의 사대부들과도 교분이 두텁고 넓다. 지금 사가정과 수창도 오랜 지기지우(知己之友)모양 거침이 없다. “이제 술 한 잔을 더 하시니 시흥이 용솟음치실 것이옵니다. 휘영청 달 밝은 밤에 방에서 무엇을 하시겠어요? 달구경을 하고 들어와도 사랑은 넉넉하옵니다.” 목단춘이 사가정의 팔을 잡아끌어 밖으로 나왔다.

집 주위엔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집 뒤엔 실개천이 있는데 며칠 전에 온 비로 옥수 같은 물이 넘쳐흐른다. 옥수 같은 물 위로 낙화한 복사꽃이 두둥실 어디론가 흘러간다. 사가정은 문득 도연명(陶淵明:365~427)을 떠올렸다. ‘세월이 사람을 내던지고 가버리니 / 뜻을 품고서도 펼칠 수가 없다 / 이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처량해져 / 날이 밝도록 진정되지 않는다.’ 그의 《잡시》다.

지금 목단춘이 꼭 도연명의 심정일 게다. 사가정은 말없이 앞장서는 목단춘을 따라 걸으며 상념에 빠져든다. 한참 걸어 오르자 넓은 절터가 나타났다. 드문드문 서 있는 탑 위로 달빛이 교교히 드리워 신기하면서도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무성하게 우거진 소나무 그늘에 넓은 절터는 좁아져 보였다. “한양 선비님! 이 절은 고려 말까진 수백 명에 가까운 스님들이 밤낮으로 독경을 했었다는데 이젠 폐허가 됐사옵니다. 소첩은 잠이 안 오는 밤이면 이곳을 찾곤 하나이다.” “혼자 오느냐?” “예 선비님, 이 늙은 노기는 호랑이도 물어가지 않습니다...” “에끼 이 사람아! 그 무슨 섭섭한 말을 하느냐? 내 눈에 지금 자네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는구나!” 사가정의 뜨거운 손이 목단춘의 허리를 휘어 감는다. “어느새 밤이 깊었네요! 내려가셔서 잠시 눈을 붙이셔야 또 떠나시지요...” 그들은 손에 손 잡고 총총히 집으로 내려 왔다.

어느새 멀지 않은 산사에서 새벽종이 울려온다. “선비님, 벌써 날이 밝아오네요. 그것은 다음에 오시면 그것부터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목단춘은 사가정의 손을 잡아 자신의 치마 속에 비밀스럽게 있는 음문에 갖다 댄다. 거웃에 가려져 있는 음문엔 애액이 손에 감촉 되었다. 손으로만 느끼고 떠나가라는 신호다. ‘가소서 가소서 평안히 가소서 / 잊으리 잊으리 영원히 잊으리’ 란 알쏭달쏭한 시 한 절을 남기고 목단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립문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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