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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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자동선(紫洞仙) <제10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12-12 09:36     최종수정 2018-12-12 11:1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두 사내 마음은 따로따로 가 있다. 사가정은 주선(酒仙)인 이태백(李太白:701~762)을 떠올렸을 것이며 영천군은 시와 노래, 그리고 춤까지 능했던 중국의 설도(薛濤:768~832) 같은 여인을 상상했을 것이다. 중국의 풍류를 즐기는 사내들이 자동선을 한나라 무제(武帝)의 악사 이언년의 누이동생 이부인(李夫人)을 능가했다고 토로하였다.

이 부인은 한무제의 세 번째 부인이다. ‘북쪽에 아름다운 미인이 있어 / 세상에서 다시 없이 홀로 섰다네 / 눈길 한 번에 성이 기울고 / 눈길 두 번이면 나라가 기운다네 / 성이 기울고 나라가 기움을 어찌 모르리오 / 아름다운 미인을 다시 얻기 힘드네...’ 이처럼 경국지색 미인보다 중국의 풍류객들은 자동선을 더 높이 평가했다.

영천군은 그 미인 자동선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은데 사가정은 자신의 뜨거운 마음을 몰라주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사가정은 천수원까지 와서 청교방 거리를 맨송맨송한 정신으로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사가정은 한걸음에 청교월(靑郊月)에 들이닥쳤다.

영천군은 중국4대 미인인 양귀비·서시·초선·왕소군을 뺨친다는 자동선이 눈앞에 어른거릴 뿐 딴 것은 거들떠보기도 싫다. 하지만 사가정은 달랐다. 자나 깨나 술이 눈앞에 어른거릴 뿐이다. “여기가 청교월이냐? 그리고 네가 청교월이드냐?” “네 소녀가 청교월이옵니다.” “네 이름 한번 멋지구나! 거두절미 하고 술을 한 잔 하려는데 가능하겠느냐?” “술이야 청루에 없겠습니까? 다만 안주가 떨어져 없는데 어찌 하오리까?” “안주야 네 예쁜 얼굴이면 산해진미보다 훌륭하느니라! 그러나 저러나 영천군 나리가 계시니 너와 같이 예쁜 아이가 더 있어야겠구나?” 영천군은 술도 좋지만 청순하고 예쁘기까지 한 청교월을 보자 나귀를 타고 먼 길을 오느라 피곤한 몸인데도 사타구니에서 물건이 꿈틀댔다.

청교월이 반쯤 열린 문을 두어 번 두드리자 득달같이 목단춘(牧丹春)이 들어왔다. 청교월은 영천군을 상대로, 목단춘은 천하의 풍류객 사가정을 상대로 밤이 깊도록 술잔이 오갔다.

사가정은 술로 만족하고 있으나 영천군은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그에겐 술보다는 여자가 더 필요한 상태다. 밤은 깊어가고 술 주전자가 수없이 들어왔으나 사가정은 풍류객답게 시흥(詩興)이 점점 더 고조되어 갔다.

하지만 영천군은 한시라도 빨리 술판을 끝내고 계집을 끼고 쌓였던 객고를 풀 생각만 간절한데 술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친구인 사가정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조선팔도에서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영천군은 믿고 있었는데 지금 사가정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딴전을 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체면에 먼저 가 자겠다고 말할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청교월에게 약속을 받아내지 못해 선 듯 행동도 못하고 가슴만 마른장작 타듯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어느새 여명을 알리는 ‘꼬끼오’ 장 닭의 새벽 울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잠잘 시간이 이제 별로 없다. 하지만 사가정은 끝없이 술잔이 입으로 갔다. 취할수록 그의 시흥은 더 아름답게 고조되었다. 지금은 대취한 상태다. “봄이 오면 꽃은 가는 곳 마다 있느니라...”라고 사가정이 당시(唐詩) 한 구절을 읊자 목단춘도 지체 없이 수창(酬唱:시를 주고받음)하였다. “봄바람에 버들가지 나부끼네”라고 대꾸해 주었다.

사가정은 처음엔 얼굴이 그리 못생기지는 않았으나 이 외진 청교월에 설마하고 폄훼했었는데 마음을 다시 먹었다. 그리고 그는 목단춘의 손을 덥석 잡으며 감탄은 토로하였다. “이 외진 곳에서 너 같은 재원을 만나다니 기쁨이로다!” “소첩도 이런 곳에서 나리 같은 풍류객을 뵐 줄이야 꿈에도 생각을 못했나이다.” 둘은 수창이 맷돌 모양 척척 맞았다.

사가정은 목단춘과 다정하게 수창을 하는 사이에 영천군과 청교월 역시 뜨거운 대화가 오갔다. 사가정은 적당한 틈을 봐 자리를 피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백락천(白樂天:772~846·본명 居易거이)의 시 한수를 읊었다. ‘아름다움에 취해 돌아갈 줄을 모르니 / 술통 옆에서 술을 권함은 사랑인가’ 라고 사가정의 시에 목단춘도 지지 않았다. ‘오늘의 만남은 슬프고도 기쁨이라 / 넷이 헤어져 두 사람씩 같이 가요’ 사가정은 숨이 막혔다. 우습게 봤다가 큰코다치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영천군은 청교월과 사가정은 목단춘과 짝이 되었다. 사가정은 목단춘의 등을 어루만지면 자리 뜰 것을 신호하였다. 목단춘이 비록 철지난 꽃이 되었으나 시재(詩材)나 노래·춤 등은 절정에 있다. 사가정과는 맞춤처럼 척척 들어맞는 맷돌 같은 짝이다.

목단춘은 주저 없이 자기 집으로 사가정을 인도하였다. 청교월에서 다시 꼬불꼬불 산속으로 들어갔다. 창문 밖으로 불빛이 새어나왔다. “집에 누가 있느냐?” “예 선비님, 노모가 있사옵니다. 그러나 노모가 있다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노모는 보기만 하시고 듣지는 못하십니다.” 그들은 연리지(連理枝)부부 같이 집안으로 들어갔다.

작아보였던 집은 안으로 들어가니 의외로 넓고 알뜰하고 규모 있게 정돈 되었다. 네댓 칸의 거실 양문으로 방이 있으며 맞은편에 주방이 있다. 쓸모 있는 규모다. 목단춘은 사가정을 내실로 안내하였다. 비단금침이 준비된 내실이다. 사가정은 가슴이 설랬다. 철지난 꽃이라지만 이 외진 곳에 이처럼 알뜰한 여인의 집이 있으리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었다.

게다가 객고를 마음껏 풀 수도 있는 혼자 있는 여인의 내실로 여인 스스로 끌고 들어 왔으니 오늘은 행운이 덩굴 채 굴러 들어온 것이다. 술까지 적당히 취했으니 방사하기에 딱 맞는 분위기다. 그런데 사가정은 제집처럼 비단금침에 벌러덩 자빠지자마자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기 시작하였다.

너무 피곤했던 것이다. 목단춘이 잠시 부엌으로 가 뒷물을 하고 들어왔다. 사가정이 달려들면 못이기는 척 오랜만에 사내 맛을 보려는 속내다. 그러나 그 꿈은 허사였다. 사내는 제 집인 냥 불룩 나온 배까지 드러낸 채 골아 떨어졌다. “사내 복 없는 년은 할 수 없지!”라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사가정 옆에서 잠을 청하였다. 그런데 그의 손은 어느새 사내 사타구니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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