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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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송덕봉(宋德峰) <제9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09-05 09:36     최종수정 2018-09-05 10:4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길지 않은 서울생활을 덕봉은 지난봄에 접었다. 정들자 이별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예(技藝)를 동네(北村) 정인들에게 마음껏 베풀고 떠나 마음이 후련하다. 미암이 고향으로 내려가자 했을 때 부랴부랴 낙향했으면 아쉬운 마음이 컸을 터인데 겨울 한철을 더 지내고 떠나 섭섭한 마음을 덜게 되었다.

덕봉은 노후를 철저히 준비하였다. 생활비를 쪼개고 또 쪼개어 모았던 돈으로 논과 밭을 사들였다. 담양으로 낙향한 덕봉 부부는 장소만 바뀌었을 뿐 생활은 별반 달라진게 없다. 덕봉의 치밀한 노후계획의 소산이다.

그들 부부는 나이 들어 고향에 내려와 밤마다 젊었을 때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밤이 짧다. “세월이 흘러도 당신 키는 크지 않네요?” 덕봉이 정원에 활짝 핀 목련과 영산홍에서 시선을 떼어 미암에게로 옮기며 한 짓궂은 말이다. 미암에게 키 이야기처럼 싫은 것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미암의 키 얘기를 불쑥 꺼낸 이유가 궁금하다.

이제 시골에 내려왔으니 화려했었던 한양생활은 잊고 결혼 초로 돌아가 검소하지만 알찬 여생을 보내자는 귀띔이다. 미암은 귀양살이에서도 여자를 곁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함경도 종성의 20여년 귀양살이에서도 방굿덕이 곁에 있었으며 전라감사 때엔 옥경아를 가까이 하였다.

고향에 내려와서는 조강지처 덕봉이 있다. 밤마다 뜨거운 살을 섞을 수도 있는 여자도 밤이 아닌 벌건 대낮에도 마음이 맞닿으면 격렬한 숨결을 교환이 가능한 남자와 여자다.

기녀 출신인 옥경아는 노래까지 조예가 제법이다. ‘머리를 고쳐 끼워 옥비녀를 갈아 꽂으오리다. / 다른 이가 지나가되 임이 혼자 일컬으시니 / 그에 더 한 일이 있으리까...’ 미암이 임금의 은혜에 대한 시(詩)인데 소실 옥경아가 불렀다. 미암이 옥경아에게 지어준 시는 이렇다. ’옥의 경이여 온화하면서도 쟁그랑 소리가 난다. / 마음으로 사랑하노니 / 어느 날인들 잊으리오...‘ 참으로 대단한 열정이고 지고한 사랑이다.

사대부가 부른 순애보 같은 사랑이었을 터다. 남자에게 여자란 무엇일까?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투기(妬忌)는 칠거지악(七去之惡)에 속하여 내쫓기는 신세다. 호방한 덕봉에게 질투란 어떤 것일까?

미암이 벼슬길과 귀양살이 때는 소위 질투란 것을 숨기고 없는 척 했었다. 다만 없는 냥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의 본색이 어디로 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늘그막에 고향에 내려와 밤낮 한울타리에 있으니 문득문득 흘러간 20여년의 보이지 않던 세월에 대해 궁금증이 폭발하였다.

특히 잠자리를 요구해 올 때 더욱 그러하다. “당신 나이가 들어도 여색을 밝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네요! 오늘은 피곤하니 참으세요...” 덕봉이 미암의 손을 찰거머리를 떼어 내 버리듯이 뿌리쳤다. 하지만 미암이 순순히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허엄! 소리 없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덕봉의 속곳을 한 번에 무릎 밑까지 내리고 행동부터 서두른다. 입에선 술 향이 아침 안개처럼 퍼져 덕봉의 코에까지 풍겼다. “오늘 또 술을 자셨어요? 그놈에 술은 하루도 거르지 않네요! 그 주막에 황진이 같은 계집이라도 있어요? 육조 출근 하듯 하시게요...” 어디 두고 보자는 경고성 음성이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등을 보이다 돌아누우며 몸을 열었다. 칠거지악에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덕봉은 부부관계를 합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것도 현모양처로 해서는 안 되는 처사로 생각하고 있다.

미암의 20여년의 귀양살이는 덕봉에게 많은 것을 변화하게 만들었다. 첫째 사내를 멀리 할 수 있는 석녀(石女) 수준의 냉혹한 자기절제가 가능해 졌으며 둘째론 머슴이 필요 없을 정도의 논과 밭의 일을 주도하는 경작이 몸에 뱄으며 셋째로는 주경야독의 철저한 여장부의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미암은 30여년의 지난 오늘날에도 화촉동방을 치른 나긋나긋한 소녀 적 덕봉으로 보고 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천지가 넓다고 말들 하지만 / 그윽한 규방에서 참뜻을 몰랐네. / 오늘 아침 얼큰히 술 취하고 보니 / 사해가 끝없이 넓은 것 알았네...’ 덕봉의 《취한 기분으로 부르다》다.

여자가 남자로 변할 수는 없다. 남자인 냥 언행을 할 수는 있어도 여자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바뀔 수는 없다. 덕봉이 딱 그러하다. 이제 미암이 벼슬길에서 시골로 내려와 한 이불속에서 매일 밤 뒹굴다 보니 사내의 예상치 못했던 행동들이 소실들과의 생활이 상상으로 되살아났다.

특히 부부관계가 그러하다. 은근히 이상한 체위를 요구하기도 하고 밤과 낮을 가리지 않는 방사에 요조숙녀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행동이다. 오늘도 그러한 행동을 해와 처음엔 등을 보이다 마지못해 돌아누워 응해주고 있다. 몸에 밴 듯한 미암의 행동에 갑자기 저항을 하면 자존심을 상해할까 걱정에서다. 자존심이 강한 남편의 체면에 손상을 주고 싶지 않은 아내의 깊은 속내다.

변형 체위다. “당신 방굿덕과 옥경아에게선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지만 여긴 그런 곳이 아니에요. 당신 주위에서 방굿덕과 옥경아 말고도 응로화, 숙지, 막개, 자문선 등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은 무슨 이유지요? 늘그막에 몸조심 하세요... 이제 겨우 사대부 체면이 갖추어 졌는데 체신 떨어뜨리지 마세요!” 그러나 미암은 욕정을 다 채우고 내려왔다.

술기운이 온 몸에 번지면 그는 원초적 사내로 돌아가는 것을 안 덕봉은 말없이 몸을 열어주고 잠재우는 것이 낙향하고부터 상책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열여섯 여자와 스물네살 사내가 만나 한 몸이 되었으나 그들은 늘 그리워 하였다. 입신양명이 두 사람의 꿈이었으니 뜨거운 욕망은 잠재우고 알뜰한 미래에 모든 것을 걸었다.

길지 않은 한양생활에서 그들은 또 동경의 세상이 생겼다. 꿈 많던 화촉동방 같은 뜨거운 부부생활이다. 지금 그들은 평생 꿈꿔왔었던 아름다운 부부생활을 촌음을 아껴가며 하루하루를 여삼추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하루하루는 자고나면 새로운 세상처럼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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