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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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송덕봉(宋德峰) <제3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07-18 09:36     최종수정 2018-07-18 09:4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1569년 8월 8일 청명한 여름 오후다. 임금(宣祖:재위 1567~1608)이 덕봉 집으로 찾아왔다. 덕봉의 문재(文才)가 장안에 파다하게 퍼져 궁궐까지 소문이 들어가 임금이 직접 보고 싶다고 찾아온 것이다. 미복(微服:신분이 높은 사람이 신분을 숨김)차림으로 불쑥 찾아 와 덕봉의 시(詩)를 보자는 행차다.

덕봉의 꿈이다. 덕봉은 임금의 꿈을 이번 처음 꾼 것이 아니다. 사모한 애인을 만나듯 꿈에서 임금을 수시로 자주 만난다.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씩 칠월칠석의 만남이 아니다. 그녀는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비몽사몽에서 일금을 만났다.

사회 활동의 간절한 표출이다. 임금은 공적 활동의 최고 핵심적 인물이여서다. 그를 만나면 세상만사가 풀릴 것 같아 꿈에서 나와 만나 여자들의 족쇄 같은 사회적 제약들을 풀어 보려는 간절한 욕구다.

궁궐에선 만조백관을 거느리고 임금이 세상사를 다스리는 공간이 아닌가! 덕봉은 꿈에서라도 조선팔도 세상사를 쥐락펴락 하는 임금을 만나 자신의 포부를 펴려는 활화산 같은 열정적 몸부림이다.

오늘 또 덕봉은 임금을 만났다. 남편도 없는 은밀한 내실에서다. “네가 시문(詩文)에 뛰어나다하여 내 직접 보러 왔느니라. 네가 덕봉이 맞느냐?” “예 전하. 소인은 미암 유희춘의 아내이며 연산군대에 대사간·우승지·전라감사·예조판서 등을 역임하였던 이인형의 딸 함안이씨가 제 어머니입니다...” 조선팔도를 만조백관을 거느리고 호령하는 임금 앞이지만 당차고 어느 사대부 보다 늠름한 태도다.

임금은 오길 잘 했구나 하는 표정이다. “그러하였구나! 네가 사대부로 태어났으면 나라에 큰일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구나... 아참 내년에 3년에 한 번씩 치르는 식년시(式年試)가 있느니라. 네가 남장을 하고 응시하거라! 내 미리 너에게 시험 주제를 얘기하여 주련다. 미리 공부를 하여 장원급제 하거라. 내 너를 크게 쓸 것이니라.” “전하 황공하기 그지없사옵니다.!” “그래 네 꿈이 그러하건데 하늘도 무심하지 않아 내 친히 왔느니라... 옥황상제께서 친히 선녀(仙女)를 보내 너에게 꼭 한번 가보란 부탁이 있어 왔느니라... 오늘은 내 바쁜 정무가 있어 이만 가고 며칠 후 또 올 것이다! 그때는 맛이 좋은 술도 준비하고 죽매에겐 노래를 부르게 하고 옥매한테는 춤을 추게 하며 너와 나는 수창을 하여 과인에게 즐거움을 주면 좋겠느니라...” 한여름의 남가지몽(南柯之夢)이다.

덕봉은 점심을 먹고 잠시 오수(午睡)를 즐기는 버릇이 있다. 오늘도 누룽지를 끓여 한술 뜨고 툇마루 기둥에 기대어 흐드러지게 핀 정원의 꽃들을 감상하다 깜빡 잠이 들었다. 임금을 만난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생생하여 정원의 꽃들을 시야에서 지워버리고 미복으로 갈아입은 헌헌장부 임금만이 눈앞에 또렷이 남았다. 꿈이라기엔 너무나 또렷하고 생생하다. “내 며칠 내로 시험 주제를 가지고 다시 오련다.”는 말이 생생하게 귀에 쟁쟁한 것이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생면부지의 임금이 보통의 사대부 차림으로 덕봉 앞에 나타나 옥황상제의 부탁이라며 과거에 대해 말했던 장면이 그녀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꿈속에서지만 맛있는 술과 죽매와 옥매에게는 노래와 춤을 평소와 달리 연마하여 두라고 당부까지 해 놨다.

술도 진달래·철죽·죽순 등을 따 맛있게 담았다. 꿈속에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윗사람의 부탁을 받고 준비를 하듯 알뜰한 정성으로 서둘러 준비를 하였다. 언제 불쑥 꿈에 나타나 부탁한 것 내어 놓으라고 하면 선뜻 내어놓고 죽매에겐 노래를 부르고 옥매한테는 춤을 추게 하여 임금의 흥을 마음껏 돋워 드리려는 속내다.

그렇다. 덕봉은 그렇게 공적 공간(사회)에서 꿈과 야망을 펼쳐 보고 싶은 포부다. ‘한 쌍의 선학 맑은 하늘에서 우니 / 달 속의 항아가 옥퉁소를 부는 듯 / 만리의 뜬구름 돌아간 곳 / 뜨락 가득한 달빛은 하얀 털로 쓸어 놓은 듯...’ 《우연히 읊다》 이 시는 미암이 무장 현감으로 있을 때 관아에서 지었다는 시(詩)다.

그랬을 것이다. 덕봉은 겉모습만 여자이지 속내는 사내대장부의 웅지(雄志)를 품고 있는 열혈남아(熱血男兒)다. 그런데 꿈에서지만 조선 팔도를 호령하는 임금을 만나 포부를 들켰다.

그때 임금에게 자신의 포부를 미쳐 다 얘기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됐었으나 덕봉으로서는 꿈에서 찰나적이나 울분과 현실에 대한 불만을 다소나마 카타르시스 시킬 수 있는 탈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덕봉에겐 남녀칠세부동석의 사회에서 현모양처로 열녀문이나 정려문도 의미가 남다르지만 사대부답게 공적 사회에 나가 사통팔달된 경복궁 앞 육조거리를 휘젓고 다니고 싶은 여장부였을 터다.

하지만 당시 사회에선 불가능했었던 포부다. 더욱이 여자론 꿈에서나 얘기할 수 있었던 야망이었다. 야망과 현실의 간극은 넓다. 사람마다 위치에 따라 다르겠으나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여자의 야망은 야망일 뿐이다.

여인의 한(恨)은 오뉴월에도 서리가 된다하지 않았던가! 그 한이 문학이란 예술로 승화되었다. 덕봉의 아름다운 시문들도 그중의 하나다. 만약 미암이 성공적 사대부로 사회생활을 했다면 덕봉이 공적생활을 그토록 선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꿈에서 임금이 말한 것처럼 남장을 하고 과거에 응시하여 당당히 장원급제로 육조거리를 휘젓는 꿈을 꾸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같은 남편 미암은 덕봉의 꿈처럼 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덕봉의 숨겨진 야망은 꿈에서나마 꿈틀댔던 것을 임금이 눈치 채고 나타났던 것이다. 오매불망하면 비몽사몽에서 현실처럼 나타나듯 덕봉의 야망이 꿈에서 임금을 통해 투영됐을 게다. 아름다운 여인의 포부다. 그토록 덕봉의 불꽃같은 야망은 주옥같은 시를 통해 표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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