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약업닷컴 홈 > 팜플러스 > 문화

<97> 김부용(金芙蓉) <제10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04-11 09:36     최종수정 2018-04-11 10:2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세월은 덧없이 흘렀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했듯이 연천의 평양감사 생활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훌쩍 2년이 지났다. 초여름 어느 날이다. 일상화 된 부용과 연천의 수창(酬唱:시를 주고받음)을 즐기고 있을 때다. 한양에서 영전 소식이 날아들었다.

호조판서(戶曹判書)다. 평양감사 임기가 꿈길 같이 지나갔다. 부용의 풋풋한 사랑에 한 달이 하루 같이, 일 년이 한 달처럼 훌쩍 흘러갔다. 영전 해 가는 연천은 가슴이 부풀었으나 부용은 걱정이 태산이다. 연천 역시 영전의 기쁨이 없지 않으나 마음에 썩 드는 것은 아니다. 부용을 떼어놓고 가야 할 형편이여서다. 당장 데리고 가고 싶으나 거처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평양감사 동헌에 딸린 감사의 거처는 위세에 비해 간소하다. 보통 사대부 집 규모다. 유독 꽃을 좋아하는 부용이 들어온 이후 화단엔 철따라 꽃들이 만발하였다. 올 여름엔 더욱 꽃들이 화려하게 피었다. 부용이 풀 뽑아 주고 물까지 손수 주어 주인처럼 곱고 화려하게 만발하였다.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을 감상하고 있는 부용을 등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연천이 발자국 소리를 죽여 가며 다가갔다. “어느 꽃이 우리 부용이 마음을 사로잡았느냐?” 연천이 등 뒤에서 부용을 덥석 안았다. “어머! 기침이나 하시고 오시지! 애 떨어질 뻔 했잖아요?” “애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왜 겁나세요? 나으리... 천첩이 아이를 낳으면 골칫거리가 생길까 걱정 되세요? 한번 해본 소리예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부용이 연천의 품에서 빠져 나오며 방긋 웃음까지 보였다. “아니다. 내 자식을 낳을 나이가 지나지 않았느냐! 내 그럴 나이에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사실 나는 요즘 내 나이가 20년 쯤 아니 10년 정도 젊었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란다... 만약 그렇다면 너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지 않겠느냐!” 연천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먹구름이 지나갔다.

부용이 겁이 덜컥 났다. “오래 서 있었더니 다리가 아픕니다. 안으로 들어가세요... ” 부용이 떠밀다시피 해 연천을 내실로 몰고 갔다. 사내들은 여자 냄새에 약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부용이다. 연천은 특히 부용의 체취에 사족을 못 쓴다. 할아버지와 손녀 같은 원앙 한 쌍이다.

초여름이지만 해가 떨어지자 평양의 바람은 제법 서늘하다. “대감 나으리 따끈하게 약주 한 잔 하시죠?” 부용이 준비되었던 완월주(玩月酒)를 꺼내 놓는다. “그거 좋구나. 그렇지 않아도 목이 컬컬한 참이었는데 잘 됐구나! 역시 내 생리를 네가 손금 보듯 알고 있구나?” 연천은 새삼스럽게 부용의 세심한 보살핌에 감탄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차디찬 물에 담가두었던 완월주다. 연천은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천천히 드세요.” 부용이 술잔을 뺏으려 할 때는 술이 없는 빈 잔이다. “내 너에게 할 얘기가 있구나. 어제 한양에서 온 서찰(敎旨)은 내게 벼슬을 내린 교지니라... 호조판서인데 모레 한양으로 떠나야겠구나...”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연천은 목이 멘 목소리다. “대감 나으리, 천첩 걱정은 마시고 이곳 정무나 잘 정리하시고 서둘러 올라가세요...” 부용은 너무 갑작스런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을 보였다.

부용은 언제 어디서 어떠한 환경에서도 연천을 비둘기 둥지에서 뻐꾸기를 내어 보내듯 하려는 마음을 스스로 맹세하고 있다. 지금도 그러한 마음 상태다. ‘봄바람 부는 역로에 실처럼 비가 내리는데 / 날 저문 서루에서 《죽지사》를 부르네. / 그대 가면서 맑은 대동강 위를 보소 / 정전(井田)을 갈던 그 시대와 옷차림이 비슷하다오.’ 《임을 보내며》다.

부용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통곡하고 있다.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엉엉 울고 있다. “내가 올라가서 네가 거처할 곳을 하루빨리 마련하고 너를 데리러 올 것이다. 몇 달만 기다리면 될 것이다...” 하지만 부용은 연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먹을거리로 취급하고 욕정을 마음껏 채우고 떠난 세 사또도 비슷한 말을 하고 떠난 뒤론 서찰 한번 없는 노류장화(路柳墻花)로 보는 사내들의 심리를 알고 있어서다.

부용은 완월주에 얼큰히 취해가는 연천을 위해 거문고를 키며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마친 부용은 황학무와 금사무를 연이어 춘다. 취기에 흥이 돋워진 연천은 거문고를 손수 켜 부용의 춤에 맞추었다. 밤은 덧없이 깊어갔다. “부용아! 이제 그만 자자꾸나. 오늘따라 몹시 피곤하구나...” 금사무가 중간쯤 추어져 갈 때다. 부용은 연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춤을 멈추고 연천의 품에 안겼다.

땀으로 범벅이 된 부용의 옷은 연천의 손이 닿자 스르르 벗겨졌다. 참으로 예쁜 몸매다. 춤으로 단련 된 몸매에 사내들의 손길에 긴장되었던 알뜰한 피부다. 얼음모양 투명하며 백설처럼 흰 피부에 욕정을 안 느낄 사내는 없다. 램프 불에 드러난 부용의 알몸이다.

어젯밤에 봤던 몸매가 아닌 듯 보였다. 삼단 같은 머리, 억센 사내들의 손에 시달린 앙증맞게 붙어있는 한 쌍의 유방, 물 흐르듯 안정된 배 밑에 봉긋이 솟아있는 불두덩 밑에 빗으로 빗어 내린 듯 한 거웃이 음모를 호위하듯 송긋송긋 솟아 있다. 상계(上界)에서 방금 내려와 목욕을 마친 선녀같다.

연천은 냉큼 손을 대지 못한다. 신성해 보이기까지 해서다. ‘성천을 한번 떠난 뒤로 그리움은 하염없는데 / 뜨락의 꽃은 비처럼 뚝뚝 떨어지는구나. / 처마 밑의 까치소리에 게으른 꿈을 깨고 보니 / 꿈속에 고향 가던 길이 실낱처럼 또렷해라.’ 《빗속에 느낌을 쓰다》다. (시옮김 허경진)

연천이 떠난 부용의 삶은 모래알 같은 심사다. 운우지락의 대상에 불과했었다고 생각되지만 봉황처럼 큰 그늘에서 세상 시름 모르고 살았던 몇 년이 꿈속같이 아쉽고 허전하다.

몇 년 동안 떠났던 성천의 집은 을씨년스럽고 낯설다. “한 몫 단단히 챙겼느냐?” 수양모 설매의 부용을 맞는 첫마디다. “어머니는 부용이 아무렴 어머니를 굶길까 걱정이세요?” 수양모 설매 등 뒤에 한마디 쏘아붙이고 부용이 방으로 들어갔다.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실시간 댓글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사람들 interview

“2가지 제형 갖춘 심퍼니, ‘편리’하고 ‘편안’한 약”

“심퍼니SC는 환자가 병원 내방 없이 4주에 한 번...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약업북몰    신간안내

질환별로 본 건강기능식품학

질환별로 본 건강기능식품학

개국가에서 환자를 케어 할때 쉽게 설명 할 수 있도록 ...

이시각 주요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