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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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김부용(金芙蓉) <제2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02-14 09:36     최종수정 2018-02-14 13:3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어젯밤에도 부용은 잠을 설쳤다. 새로 부임하는 사또에 대한 소문이 날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헌헌장부에서부터 계집에 사족을 못 쓰는 색골에까지 무성한 얘기가 날아들어 부용은 잠이 오지 않는다. 부용은 성천 목민관의 단골 수청 기생으로 되었다. 성천엔 3~40명의 기생이 있으나 부용과 견줄만한 기생은 없다. 과연 군계일학이다.

 

부용은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강선루(降仙樓)에 올랐다. 강선루 아래로는 대동강이 지루인 비류강이 흐르고 있어 관서(평남)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절경이다. 비류강에 비친 강선루는 해동 제일 루로 불리며 명성을 날렸다.

1천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에 시설 또한 중국 사신들도 입을 떡 벌려 감탄을 하였다고 한다. 신성강 건너엔 홀골산의 열두 봉우리(무산십이봉)가 비류강에 비쳐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며 머리까지 감았다 하여 강선루라 지칭했다는 작명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아무튼 부용은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우울할 때면 예외 없이 강선루를 찾았다. 오늘도 그러하다. 강선루는 성천객사 동명관 중에 가장 아름답고 우아하여 부용과 닮았다하여 사또들이 즐겨 찾는 동명관의 부속건물이다.

동명관은 고구려 동명왕때 건축하여 고려 충렬왕때 개축되어 3백70여칸의 거대한 객사다. 객사엔 학선과·집선관·승진관·영롱관·봉래관·반선관·소요헌·헌허각·도명헌·노운각·강선루·십이루 등 빼어난 부속 건물들이 즐비하다.

중국 사신들이 오면 이곳에서 주지육림의 성대한 환대를 받는데 사신들의 등급에 따라 접대하는 기생과 장소가 결정되었다. 강선루에서 접대가 최고의 예우다.

성천의 사또들도 한양에서 지체 높은 손님이 오면 예외 없이 강선루에서 부용을 합석시켰다. 부용은 성천을 넘어 한양은 물론이고 중국의 사신들에겐 조선에 오면 품고 싶은 제일의 여인으로 회자되고 있다. ‘술이 지나치면/ 본성을 잃기 쉽고/ 시를 잘 지으면/ 사람은 가난하게 되네/ 시와 술을/ 비록 벗한다 하더라도/ 멀리도 말고/ 또한 가까이도 마오.’ 《술손님에게》다.

부용은 비록 나이 어리나 세상을 꿰뚫어 보고 있다. 네 살 때부터 글(한문)을 읽었으며 열 살때엔 당시(唐詩)와  사서삼경을 줄줄이 외는 신동이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는 부용에게도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열 살 되던 해 가을에 아버지가 갑자기 병사했으며 이듬해 봄엔 어머니마저 아버지를 따라갔다.

무남독녀의 부용은 천애고아가 되었다. 가난한 선비집안의 무남독녀 천애고아 부용은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 이때 등장한 노파가 퇴기 설매다. 설매도 한 때는 성천에서 알아주는 명기였으나 이젠 장죽에 엽연초를 넣어 피어 물고 전성기의 애틋한 얘기보따리에 시름을 달래는 퇴기다. 그때 부용이 갑자기 천애고아가 되어 그녀의 먹이사슬에 걸려들었다.

퇴기와 명기는 공생관계다. 설매는 요즘 말로는 매니저다. 그런데 새로 올 목민관은 헌헌장부에 한양에서 내로라하는 부잣집 사대부로 알려졌다. 설매는 어떻게든 이번 사또에게서 만 냥은 뽑아내야겠다고 작심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부용은 설매와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수양어머니인 설매와 부용은 항상 입씨름이 끊이지 않았다. 수청을 들 때 베개 밑 송사로 뭉텅이 돈을 뜯어내라는 주문을 입이 닳도록 하지만 부용은 사내가 주는 돈만 받아왔다.

기녀신분이지만 몸값을 흥정해 가면서 수청을 들 수는 없다는 자존감이다. ‘무산의 노란 단풍잎이/ 늦가을을 전송하는데/ 십이루에서 술잔 잡고/ 바람을 맞네/ 만섬이나 되는 시름을/ 눈으로 모두 씻어내니/ 물처럼 푸른 하늘에/ 구름만 떠 있네.’ 《강선루에 올라》다. (시옮김 허경진)

무남독녀 천애고아 천재소녀가 본 세상이다. 만섬이나 되는 시름을 술로 풀 수는 없을 터다. 특히 짓궂은 사또에게 걸리면 밤새 한잠도 못 잔다. 방중술의 비서(秘 書)인 《소녀경》을 읽었다며 갖가지 체위를 요구하는 사또도 있다. 시키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화대(花代)도 제때 주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백성들에게 행패(과중한 부역)가 돌아갔다. 그래서 부용은 새로 부임하는 목민관의 수청을 들을 때면 순한 양이 되었다.

사내들의 성향은 각양각색이다. 계집을 보면 다짜고짜로 섹스에 몰입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성질이 급해 토끼모양 할딱할딱하다 잠에 빠지기도 하며 심볼을 넣고 밤새 들락날락하는 사내도 있다. 그래서 부용은 달다 쓰다 말없이 여자가 되어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부임하는 목민관은 옥골선풍에 헌헌장부란다. 그 사또가 오는 날이다. 부용은 밤새 꿈에서 새로 온 목민관한테 시달렸다. 그 목민관은 관음증 환자다. 시·노래·춤에도 능하고 재물까지 넉넉하다하여 부용은 수양어머니 설매 말대로 한 만냥을 뜯어 낼 작심을 하고 성심껏 모시려 했는데 그는 끝내 합방은 하지 않는다. 부용은 벌거숭이인 채 시를 읊고 노래와 춤까지 곁들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방사(房事)하지 않고 밤새 눈요기만 즐겼다. 부용은 화가 났다. 사내가 자신을 여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부아가 치밀었다. 밤은 어느새 동창이 밝아오고 있다. 사내는 여전히 부용의 얼음조각 같은 알몸을 즐길 뿐 품으려 하지 않았다. “선비님! 선비님은 이 부용이 여자로 보이지 않습니까?” 참다못한 부용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나 선비는 부용을 아래위로 훑어볼 뿐 미동도 않은 채 눈만 껌뻑일 뿐이다. 이때다. 인근 사찰에서 새벽 종소리가 나자 선비는 자리를 떴다.

남가일몽이다. 꿈은 꿈으로 끝나지 않았다. 부용의 마음은 더욱 헝클어졌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념에 빠져 들었다. 작고 후 한 번도 보이지 않던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보여 몸 둘 바를 몰랐다. 새 사또에 대한 궁금증이 무지개 빛깔처럼 피어오르며 어느새 이젠 오랫동안 헤어졌었던 정든 님을 기다리는 자세가 되었다. 직녀가 견우를 기다리는 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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