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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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김금원(金錦園) <제7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7-12-27 09:06     최종수정 2017-12-27 09:1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금낭화·해란초·나팔꽃·덩굴장미들이 정원과 담장을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금원은 금낭화를 어느 꽃보다 좋아한다. 다섯 여류시인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신의 꽃을 선택하여 다투어 가꾸었다.

그래서 삼호정의 주인인 금원이 외엔 수시로 들려 분신 같은 자신의 꽃에 온갖 정성을 쏟았다. 가뭄이 되면 물을 주고 장마가 지면 웃자란 풀을 뽑아주는 등 정성을 들여 자신의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도록 가꾸었다.

그들은 봄·여름·가을 삼계절을 통해 자신의 꽃이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뽑히면 그 꽃을 주제로 시를 짓기도 하였다. 그런데 올 여름엔 반아당(半啞當·죽서竹西호)의 꽃인 나팔꽃이 꽃 중의 꽃으로 뽑혔다. ‘향 피우고 부들자리에 책상다리 하고 앉아/ 책속에서 세월 보내니 마음 절로 편안해/ 꾀꼬리 울음소리 그치자 해는 저물어 가고/  꽃향기 이제 맑은데 봄은 이미 가버렸네/ 봄바람 따뜻한가 가벼운 옷 입었더니/ 보슬비 싸늘하니 오히려 술 한 잔이 마땅하구나/ 붓 잡고 난간머리에서 한가로이 글자 메워/ 겨우 긴 구절 이루고 누군가 보아주기 기다린다.’ 죽서의 《늦봄에》다.

반아당은 선비 박종언(朴宗彦)의 서녀로 서기보(徐箕輔)의 소실이다. 호(号)에서 읽히듯이 그녀는 반벙어리다. 서녀에 반벙어리이니 죽서의 입지는 보지 않아도 눈에 본 듯한 처지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애상적인 시를 많이 남겼다. 죽서는 유교경전과 경사, 그리고 옛 시에 심취하였다.

여름의 죽서 꽃은 나팔꽃이다. 그런데 나팔꽃에 대한 시가 아닌 《늦봄에》 시가 나왔다. 늦봄과 여름의 간극은 그리 멀지 않으나 반아당의 심정이 잘 나타난 시다. 삼호정 멤버들은 처지가 비슷하다. 서녀나 기녀 출신으로 시를 매개로 모인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다. 그 중에서도 죽서의 입지가 더욱 어려웠다. 신체적 결함까지 있기 때문이다.

죽서의 두 눈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고개만 까딱해도 주르륵 소리를 내고 두 볼을 타고 내려올 듯 보였다. 금원이 분위기를 알아차렸다. 죽서의 그런 모습은 오늘이 처음은 아니다. 시를 발표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면 그녀는 언제나 온몸으로 하였다. 그럴 때마다 네 여인은 전염이 되어 울음바다가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도 바로 그런 분위기로 옮아갈 즈음이었다.

금원은 삼호정의 주인이자 멤버의 리더다. 운초는 맏언니로 좌장만 맡고 회의 진행과 운영은 금원이 맡았다. ‘강 서쪽 멋진 경치 삼호정에 다 있으니/ 생각나면 올라 흥겹게 노니네/ 강둑에 비단 같은 봄풀/ 노을 지는 강물 피리소리 흐르네/ 구름 저편 항구에 돛단배 하나 보일락 말락/ 꽃 지는 낚시터에 피리소리 구슬퍼라/ 끝없는 바람안개 모두 걷히고/ 시 넣는 비단주머니만 붉은 난간에서 반짝이네’ 금원의 《삼호정에서 벗들과》다. 거문고에 맞추어 금원이 죽서의 시에 전염되어 울음바다 직전의 분위기를 겨우 벗어났다.

한편 김명원은 여름이 지나고 가을은 건너뛰어 초겨울에 원주에 내려왔다. 이틀 전에 내려온다는 서찰(書札)이 도착하여 원주댁은 미리 준비에 들어갔다. 내실도 깨끗이 도배를 하고 장미주도 담았다. 신혼 분위기를 만들었다. “지난번엔 내가 경솔했소! 자식에 너무 집착한 탓이요! 자식이 어찌 마음대로 되는 일이요...” 김명원이 주머니에서 은가락지를 꺼내 원주댁에게 끼워주었다. “대감 송구스러워요! 모두 소첩이 부족한 탓이에요.” “아니요. 사실은 내가 자식에 대한 집착이 빚은 황당한 일이요... 오히려 잘 된 일이요! 자식을 난들 어쩌자는 건지...공연이 골치 아픈 일만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니겠소? 조선이 언제까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울타리를 벗어날지 걱정이 태산이로소이다...” 김명원은 아들 낳기를 바랬으나 출생 후 사회생활에 대해 걱정을 했던 것이다.

서출(庶出)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터놓고 부르지 못하였다. 금원과 경춘이 미모에 영특하기까지 하지만 사회적으로 온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녀이기 때문이다. 김명원은 자신으로 인해 서출은 더 이상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름까지 지어 가지고 원주댁을 닦달했었던 자신이 부끄럽고 민망하기까지 하다.

사실 김명원이 아들에 대해 미혹(迷惑)되었었다. 친구들은 술자리에서 자식 자랑을 하면 자신은 할 말이 없어 딴청을 떨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가렸다. “무자식이 상팔자라 하지 않았던가.”라고 김명원이 자위를 하며 빙그레 웃음까지 보였다. “왜 웃으세요?” 원주댁은 전례 없이 술까지 몇 잔 대작하였다.

독수공방 외로울 때 한잔두잔 했던 버릇이 나왔다. “어 당신 술을 제법 하네!” 김명원은 술 마시는 원주댁을 처음 보았다. 요조숙녀로만 보았는데 지금 술 마시는 원주댁을 상상도 해보지 못하였다. 소실이지만 진작 만났으면 조강지처가 되었을 것을 살을 섞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달달한 술기운에 그들은 어느 밤 보다 더 뜨겁게 하나가 되었다. 여자가 더 적극적이다. 오늘도 마침 배란기다. 아들을 낳아 소실의 책임을 당당히 하려는 속내다. 밤이 깊어 갈수록 제2의 화촉동방은 열기가 더욱 고조되어갔다.

김명원이 날이 밝자 한양으로 올라가려는 것을 원주댁이 사나흘 더 묵고 가라고 붙들었다. 잠자리를 더 하려는 것이다. 하룻밤으론 임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상임신으로 호들갑을 떨어 구긴 체면을 되찾으려는 속내다.

김명원이 내려온다는 서찰을 받고 또 공교롭게 태몽을 꾸었다. 그날도 원주댁은 점심을 먹고 깜빡 잠이 들었는데 스님이 시주를 달라며 목탁을 두드리다 갑자기 내실로 들어와 자신을 범하고 나가는데 스님이 아닌 송아지만한 범이었다.

비몽사몽인데 사타구니가 얼얼하고 애액까지 흥건하였다. 원주댁은 아들을 낳을 분명한 태몽이라고 확신하였다. 여자가 아닌 소실의 간절한 소망인 것이다. 조선사회에서 소실은 잠자리 상대이기도 하지만 아들을 생산해 주는 씨받이 역할도 동시에 있어서다. 원주댁은 그 두 가지 의무를 충실이 이행하려는 몸부림이다. 잠자리 상대로만의 여자는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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